우주꽃, 교향곡, 끝없이 도는 수레바퀴...
깨달음, 신성의 빛, 천국은 이 세상 방식으로는 결코 다다를 수 없다. 모든 욕망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바라거나 구하지 않을 때, 대상도 사라지고 목표도 사라져서 모든 순간 모든 것이 이미 하나임을 알게 될 때, 그 순간 모습을 드러낸다.
깨달음은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 결코 오지 않는다. 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면, 절대로 신을 알 수가 없다. 목표로 하는 순간에 그것은 이미 나와 분리되어 저만치 앞에 따로 있는 것이 되므로.
대부분의 수행자들과 종교인들은 밤낮으로 깨달음과 천국을 꿈꾸지만, 거의 시간만 허비하고 고생만 하고 만다. 진리는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통찰과 이해의 문제다. 이해하여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순간, 모든 시간 모든 곳에서 이미 깨달음의 빛, 신의 숨결이 충만해 있음을 알게 된다.
우주는 신의 드러남이고, 움직임이며, 곧 신 그 자신이다.
우주는 한 송이의 살아 있는 거대한 꽃과 같다.
그림 속의 꽃이거나 종이로 만들어진 조화는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움직임이 없는 죽은 꽃이지만, 살아 있는 꽃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싹을 틔우고, 성장하고, 개화하고, 시들고, 다시 씨앗이 되어 새 싹을 만든다.
작은 연꽃 한 송이가 진흙 속에서 나고, 자라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쉼 없이 그 모습을 달리 하듯이, 만물을 품어 안은 거대한 ‘우주꽃’ 역시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신은 결코 그림이나 조각처럼 고정되어 있는 형상이 아니다. 살아 있는 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더 크고 더 높은 창조의 과업을 진행하며 성장해 가고 있다. ‘우주꽃’은 지금도 피어나고 있는 중이며, 언젠가 완전한 개화의 순간이 오더라도 곧바로 다음 우주의 새로운 개화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신은, 씨앗이 꽃으로 피어나듯 어둠이 빛으로 변하고, 만물이 완성에 이르러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모든 과정이다. 씨앗도 신이고, 꽃도 신이며, 어둠도 신이고, 밝음도 신이다. 모든 사물 하나하나가 다 신이며, 전체가 하나의 근원으로 돌아가 다음 개화를 위해 휴식하는 것도 신이다.
전체 우주는 전체로서의 신의 모습이다. 해와 달과 별들과 은하계의 모든 변화를 포함하는 ‘장엄한 합창’이다. 모든 것은 지극히 조화로운 한 곡의 노래 속에서 하나의 화음으로 흐르고 있다. 지상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라면, 전 우주의 흐름은 모든 악기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고 있는 ‘거대한 교향곡’이다.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며, 허무하거나 적막한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시작 없는 시작’으로부터 ‘끝없는 끝’까지 끊임없이 움직이는 ‘수레바퀴’와 같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리듬과 주기를 타고 흐르고 있으며, 초원을 달리는 말처럼 순간순간 살아서 펄펄 뛰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다른 곳이나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에 있다. 만물은 흐름 속에 있으며, 영원한 흐름 속에서는 어느 곳도 종점이 될 수 없다. 목표는 약동하는 흐름 속에 있는 전 우주의 모든 공간과 모든 시간과 바로 나 자신이다.
신은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삶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자연의 율동 속에서 존재의 영광을 노래하고 있다. 영원히 계속되는 기쁨의 노래, 이것은 신의 자기실현이요, 자기창조며, 자기축제다.
그러므로 삶은 결코 지루한 것이 아니다. 모든 순간은 ‘창조와 축제의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들로 정체되지 않고 순간순간의 흐름에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삶 속에서 무한한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하며 전개되고 있는 무궁무진한 파노라마 속에서 우리는 지루함을 느낄 조금의 겨를도 없다.
모든 흐름은 반복된다. 하나에서 나와 수만 갈래의 흐름으로 달리다가 궁극에는 다시 하나로 돌아가며,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흐름으로 시작되는 영원한 반복. 반복 속에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모든 것은 오고가며 또 오고간다. 여기 정말로 존재하는 것은 오직 순간순간의 흐름,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의 흐름’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순간을 놓치는 것은 신을 놓치는 것이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과거에 대한 기억과 미래에 대한 꿈속에서 허비하고 만다. 재물이나 지위에 집착하느라 정신을 잃어버리기도 하며, 때로는 선각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다가 정작 중요한 깨달음의 순간들을 놓쳐버리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삶과 하나가 될 수 없다면, 그가 아무리 훌륭하고 고상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 순간의 삶 가운데 설 수 있다면, 그것이 남 보기에 비록 어리석고 황당한 일일지라도, 그는 신 안에서 실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 심각해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래에 대해 고민할 것도 없고, 지나간 것에 대해 허망함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저 가벼운 마음과 맑은 시야로 그날그날을 누리며 살아가면 된다. 깨어 있는 의식으로 순간순간의 삶에 녹아들 수 있을 때, 우리는 우주와 하나가 되어 그 영광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삶의 전부다. 그 외에 어떠한 목적도 의미도 따로 없다.
신은 종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모든 과정 속’에 있다. 그것은 화원에 핀 꽃들이 제각기 그 자태가 다르고, 먼저 피는 꽃과 나중에 피는 꽃이 있는 것과 같다. 어떤 이는 어두운 땅 속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막 잠에서 깨어나 씨앗이 발아하려는 중에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꽃잎을 펼치고 있는가 하면, 이미 열매를 맺고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도 있다. 이 모두가 다 신의 길이다.
출처: http://cafe.daum.net/sinmunmyung/hNoN/126 (빛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