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24일 밤에,

내 방안에는 모기가 자주 출현한다. 그리고 내가 깊은 잠을 자지 못할 것만 같게 '윙윙'거리며 날아다닌다. 그래서 나는 항상 모기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그리고 고민을 한다. '잡을까 말까?'

그러나 나의 마음 한 구석에는 미련이랄까 아니면 모기를 통한 어떤 교훈이랄까, 무언가 내 마음속에는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 신경 거슬리는 모기들을 '공들여' 잡을 때마다, 항상 그 모기는 내 피를 한 방울도 빨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왜일까? 왜 그 모기들은 내 귀만 거슬리게 하고 내 피를 먹지 않았을까? 이미 다 소화했기 때문일까?

나는 '내 방에 있는 그 모든 모기들이 모두 수컷'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며칠 뒤에 나는 우리집 마루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피에 굶주린 암컷 모기에게 여러 군데를 물리고야 말았다... '역시 암컷도 있기는 있구만!' 나는 다시 내 방에 있는 '숫놈'들에게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보고 있다가 뭔가 검은 것이 '휙' 지나가기만 해도, 나를 공격할 운명의 '암컷' 모기라고 간주했다. 그래서 하루살이만 보더라도 나는 신경이 곤두서고 말았다. '아~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 나는 무슨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드디어, 나는 내 마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내 마음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피를 먹는 모기가 두려운 것인가? 피를 빨리고 나서 부어오르는 내 살이 간지러운 것이 두려운 걸까? 아니면 나의 선험적인 경험의 느낌이 내 몸에 젖어 있어서일까?

내 결론은 이렇다. 내가 몇 차례 암컷에게 공격당한 기억이 마치 살아 있는 유령과도 같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나에게 공격을 하지 않고 '윙윙' 거리며 돌아다니기만 하는 '수컷' 모기들은 전혀 두렵지 않은데도, 나는 본능적으로 경계를 한다는 것이다. 그 소리는 너무도 작아서 잠을 자려고 마음만 먹으면(즉 저 놈들은 나를 절대 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만 하면), 나는 얼마든지 잠을 잘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에 내가 만든 그 두려움의 싹이, 나를 괴롭혔고 노이로제에 들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모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앞으로도 암수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으흠...'그래! 물테면 물어라! 나는 느네들이 무섭지 않으니!'라고 하면서 '허용하기'로 대처할 것인가? 아니면 모기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던 내 마음(가슴)을 계속 격려하고 달래면서 사랑으로 가득 '채울' 것인가?('두려움은 사랑이 없는 상태'라는 말을 떠올려 보라.) 전자가 '허용하기'라면, 후자는 '사랑이 부족한 마음을 채우기'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다. 가만! 토비아스 메시지에서는 뭐라 했더라??? '낮은 담장 뒤에 서서 이원성을 지켜보기'라고 했지 않았던가! 내가 벌여왔던 모기와의 전쟁을 이원성이라 한다면, 이제부터 나는 모기에게 끊임없이 헌혈을 허용하면서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가?

오, 이런! 나는 그 이원성이 나와 직접 상관없는 일 인줄로만 알았는데... 그저 빛과 어둠, 제3자들의 대결 구도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있기만 하면 되는 줄로 알았는데, 내가 벌인 싸움에서 떨어져 나와 관망해야 하다니... 이건 정말 힘들게 느껴진다! 음... 여기에 내 마음에 자비와 이해와 사랑을 더해보자! '윙윙' 거리는 소리가 지금 내 귓가로 지나간다! 나는 꼼짝달싹 안하고 가만히 자판을 두들긴다... 암놈으로 보이는 날렵한 모기가 내 종아리를 스치다가 앉는다. 나는 가만히 지켜본다. '허용하자.. 허용하자...' 모기가 종아리 위에서 편히 휴식과 영양분을 섭취한다. 보기 드문 암컷이다. 조금 따끔함을 느낀다.. '모기야 사랑해! 모기야 사랑해!' 아직도 내 다리 위에 있는 모기... '나는 괜찮아~ 난 괜찮아~ ^^'  3분이 지나도 그 자리에 모기는 편히 있다. '오, 신이시여! 별것도 아닌 일에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느낌을 얻고 있습니다!' 나는 드디어 모기와 내 마음에게 사랑을 주고서, 드디어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개털 알러지가 심한 내가 개를 사랑하듯이, 모기를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 그리고 오늘밤부터는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은 작은 것부터! 다음에는 거미를 사랑하는 일에 도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