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연루 혐의자들에 대한 재판 가운데 지금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죄가 인정된 판결이 뒤집힐 것으로 보인다고 2일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공영 ARD 방송 등에 따르면 함부르크 주고등법원은 모로코 출신 독일 유학생 무니에르 엘 모타사덱을 내주 중에 가석방하고 6월 재심 때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을 분명히 시사했다.

모타사덱은 9.11테러를 실행한 이른바 '함부르크 세포조직'의 일원으로 테러계획을 사전에 알고 적극 가담한 혐의로 지난 2001년 11월 체포됐으며, 지난해 3월 1심에서 1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주고등법원 담당 재판부의 에른스트-라이너 슈트 판사는 이날 형 집행정지 적부심 청문에서 "오는 6월 16일 시작될 재심 공판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검찰이 그 이전에 소 취하를 고려해야만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슈트 판사는 연방최고법원이 1심 판결을 재심토록 명령하면서 지적했던 '공정한 재판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사건 종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단 형 집행정지 적부심 결정을 내주 중에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연방최고법원은 지난달 4일 모타사덱의 유무죄를 판단할 중요한 자료를 미국 정부가 내놓기를 거부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피고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 검토가 봉쇄된 상태에서 내려진 1심 판결은 불공정하다"며 재심을 명령했다.

모타사덱은 자신이 비록 비행기 납치 자살 테러범들과 친구이지만 사전에 테러 계획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상고심 과정에서 독일 정보당국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일부 포함됐다. 예멘인 람지 비날시브가 "함부르크 조직원 중 비행기를 납치 충돌시킨 3명과 나 이외에는 계획을 미리 알고 있던 사람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비날시브는 함부르크 세포조직의 핵심 간부로 9.11 직후 파키스탄에서 체포돼 지금 까지 미국에 구금돼 있다.

최고법원은 비날시브 증언의 신빙성을 검토하기 위해 비날시브를 직접 신문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가 거부했다. 미국은 또 독일 정보당국에 이미 넘겨준 신문 내용 사본 역시 법원에 제출하지 말도록 요구했다.

한편 2일 함부르크 고법 적부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자료 속에는 모타사덱의 무죄를 입증할 새로운 내용이 들어있다고 변호인은 밝혔다.

또다른 함부르크 세포 조직원인 사이드 바자흐가 지난해 여름 독일에 있는 부인과의 통화 도중에 모타사덱은 테러계획을 몰랐다고 말하고 모친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이같이 밝혔다는 것이다.

검찰은 바자흐 체포 작전에 지장을 줄 것을 염려, 도청 녹음한 이 통화 내용 등을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제출했다. (베를린=연합뉴스)

2004.04.03 08:2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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