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향이 비슷한가 어머니와의 갈등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갈등이라고 큰 것이 아니라 소소한 것에서부터 일어나는 현상이다.

오늘도 양말에 크게 구멍이 났다고 내가 버린다고 하자 '네 신발 때문이다' 라고 하며 잔소리를 하였다. 버릴 때 얼마나 아까운지 아느냐며... 순간 감정이 치밀었다. 그리고 쨍쨍.

언뜻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것 가지고 그러냐' 하며 얘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집은 상황이 다르다. 내가 주로 듣는 잔소리는 저런류의 것들이다. 난 범생이 스타일이라 큰 잘못을 저지른 적이 나이든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 그건 모친도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다 보니까 내가 듣는 잔소리는 거의 먼지털이 수준이다.
화장지를 왜 그리 많이 쓰느냐 (사실 알고보니 조카와 형수가 다 썼다), 비누가 왜 그리 빨리 없어지는 것이냐 (직접 쓰는 나도 언제부터 쓴지를 모르는데...), 치약을 왜 그렇게 남기느냐 (나의 강한 악력으로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도...), 빨래를 왜 자주 내놓느냐 (팬티 일주일에 2번, 평상복 2주일에 1번, 땀복 1주일에 1번), 양말에 왜 구멍이 자꾸 나느냐 (이미 몇달 신은 상태)등

저것이 내가 주로 듣는 잔소리들이다. 여러분 중에 저런 사유로 그렇게 집요하게 잔소리를 듣는 분 계시는가? 적어도 내 주변엔 없다.
모친의 특성은 저렇게 잔소리 테마를 잡으면 그 상황이 완전히 눈에서 보이지 않을때까지 계속한다는데에 있다. 저런 잔소리들은 이미 수십번을 들었던 것을 대표적으로 나열한 것이다. 때문에 잔소리시 한번 듣고 말면 나도 편하나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시달릴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잔소리이기에 그냥 있을 수가 없다. 계속 방치하면 정도가 심해지며 속을 뒤집는 소리까지 하기 때문이다. 마치 큰죄나 진 것처럼.

저것에 해결책이 어떻게 있겠는가. 모두가 시간이 흐르면 닳아 없어지는 그런 것들인데 잔소리 대상이 되는가? 나도 절약정신이 강한 놈이라 낭비하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다. 때문에 내가 한 일이 아닐 수 있는데도 오해나 자기식의 생각만으로 나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사실 저런 사유는 어릴때로 거슬러간다. 우리집에선 무슨일만 터지면 모든 것이 나의 죄였다. 나는 영문도 모르는데 '네죄를 네가 알렸다' 로 통보를 받고 잔소리의 대상이 되었었다. 내가 죄인이 된 연유는,
모친은 재떨이가 없어지면 위계질서대로 먼저 아버지, 형 순으로 심문을 하고 그들에게서 자기는 아니다 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내가 죄인이 되는 식이었다. 나에겐 변명의 기회나 진술의 기회따위는 주어지지도 않는거다. 그들이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하니 남은 것은 너밖에 없고 그러니 네가 한짓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친 자신은 안한 것을 자기가 알고 있으니 당연히 자기는 아니고...

도데체 말이 되는 논리인가. 어거지도 저런 어거지가 있는가. 나에게 먼저 물어보면 당연히 맨 마지막에 남는 사람이 죄인이 되는 것인데, 나에겐 먼저 물어보는 적이 없었다. 아버지부터 물어보는 것이 위계질서에도 맞다는 것이다. 때문에 집에 문제가 있으면 항상 내가 죄인이 되는 시스템이 정착이 된 것이다. 내가 아니라고 항변을 하면 부모에게 대든다고 욕지기가 터져 나온다. 실제 저런한 일을 너무나 무수히 당해왔다. 때문에 난 그런 일에 병적인 노이로제가 걸려 있는 상태다.

그런데 나이가 든 지금에도 저런일을 당한다. 항변하면 꼭 부모에게 이기려든다고 욕을 한다. 사실 저런류의 시비는 밖에서는 결코 없는 우리집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밖에서 그런 사유로 남을 잔소리 할 사람도 없지만 저렇게 하잘 것 없는 사유가 잔소리의 대상이나 될 것인가. 만일 밖에서 누군가 나에게 저런사유로 잔소리 하면 아마 싸움하자고 시비거는 것으로 보고 그에 상응한 대응을 할 것이다. 정 못참겠어서 아버지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그저 참으라고만 한다. 그러나 아버지도 내가 쨍쨍거려도 나에게 뭐라고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아버지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저런 얘기를 하며 하소연하면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소리가 있다. 독립하라고...
그네들은 살면서 저런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깟 화장지가 비누가 치약이 양말이 몇푼어치나 된다고 잔소리 대상이 되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그러면서 결혼해서 독립하라고만 한다.

진짜 난 심각하다. 모친의 저런 성향이 그동안 무수히 투쟁한 결과 많이 줄기는 했으나 없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극성스럽게 대응을 하니까 표현을 안한것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물론 나도 어릴때의 노이로제 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범생이를 죄인으로 만드는 그런 분위기를 결코 다시 부활시키고 싶지 않다. 지금도 어릴때의 그런 기억을 되살리면 몸서리가 쳐진다. 그래서 독립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누구는 결혼 안한 상태로 독립하면 가출이라고 한다. 우스개 소리인지 뭔지.

저런 소리를 하면 누워서 침뱉기가 될 수는 있으나 하도 답답해서 여러분에게 조언을 구하는 바입니다. 어떻게든 함께 사는것이 낫겠는지 아니면 독립이 나은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