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의 진상을 가리기 위한 조사위원회가 23일부터 본격적인 증언청취에 들어갔다.

이틀동안 열리는 이번 청문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물론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고위각료들까지 대거 불려나오고 있다. 이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이들 두 대통령에 대한 조사로 이어진다.

이날에는 콜린 파월과 도널드 럼즈펠드,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윌리엄 코헨 등 전·현직 국무·국방장관이 모두 나왔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도 소환대상이었지만 공개증언은 부적절한 선례를 남긴다며 일단 거부했다.

상원 건물에서 열린 이날 청문회에서 공화당 출신 위원들은 클린턴 행정부 각료들을 꾸짖고, 민주당 출신 위원들은 현직 관료들을 매섭게 추궁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청문회에 나온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행정부가 테러리즘에 맞서 최선을 다했다고 옹호했다. 파월 국무장관은 “부시 대통령과 모든 국가안보팀은 테러리즘이 우리의 최고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했고 그것은 최고 우선순위에 있었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빈 라덴을 공격 또는 체포, 살해하도록 행동에 나설 만한 첩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서 “빈 라덴이 9·11테러 전에 제거됐다고 하더라도 9·11테러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클린턴 행정부와 그의 팀은 “우리가 가진 정보를 기반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든 다 했다”고 말했다. 코헨 전 국방장관은 “1998년 8월 이후 최소한 세차례에 걸쳐 빈 라덴을 살해하기 위한 미사일 공격을 고려했지만 그때마다 정보가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어 공격을 단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조사위의 보고서는 미 행정부가 1990년대부터 빈 라덴을 추적하면서 군사공격보다 외교를 추구했기 때문에 체포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기 하루 전에야 비로소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한 외교적인 방법이 실패할 경우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를 전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또 미 관리들은 빈 라덴 살해계획이 실패할 경우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되고 빈 라덴의 명성만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워싱턴/정동식특파원 dosjeong@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4년 03월 24일 19: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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