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1주년을 맞은 20일 세계 각국에서는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십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라크전을 비판하는시위를 벌였고 이라크 파병국가에서는 철군 목소리가 한층 거세게 불었다.
영국, 일본, 호주 등 일부 국가 시위에서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을 세계 최악의 테러리스트로 규탄하는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영국 = 영국 75개 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수도 런던에 모여든 수십만의 반전시위대들은 이날 하이드 파크를 출발, 트라팔가르 광장까지 도보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후 3시 이라크전 희생자와 지난주의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 희생자 201명을 기리는 검은색 풍선 수천개가 하늘을 뒤덮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부시 미 대통령을 "세계 넘버 원 테러리스트"로 비난하는 플래카드들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작년 2월 영국의 참전에 반대해 100만명이 시위를 벌였던 때와는그 규모가 많이 축소됐으나 시위 주최측은 반전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임을 다짐했다.

◇일본 = 일본 전역에서는 이날 약 12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교도통신이 이날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집계한 바로는도쿄에서 6만명, 오사카에서 2만명 등 일본 전역에서 모두 12만명이 반전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시내 히비야 공원에서는 이날 봄날치고는 유난히 춥고 비가 오는가운데 약 3만명이 모여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며 파병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결정을 신랄히 비난했다.
도쿄시내의 다른 집회에서는 이날 오전 11시33분께 흰비둘기와 풍선을 하늘높이날려보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오사카에서는 약 2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는데 이중에는 한국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한 한국인 시위 참가자는 "스페인 열차폭탄 테러와 같은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도 철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에 파병된 일본 육상자위대 부대 대부분이 위치한 북부 홋카이도의 삿포로와 아사히카와에서도 반전시위는 거세게 몰아쳤다.

◇호주 = 영국과 폴란드와 함께 사담 후세인 축출에 앞장섰던 호주에서도 시드니와 멜버른,브리즈번, 퍼드 등 곳곳에서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시드니에서는 약 5천명이 "이라크 점령 종식과 철군, 존 하워드 총리의 하야"를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라크전에 반대한다며 호주사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사임해 하워드 총리를 난처하게 만들었던 앤드류 윌키씨는 이날 시위에서 "호주는 국제사회의 동의도 없이주권국가인 이라크 침공에 참여했다"고 정부를 강력 비난하면서 " 외국군이 철수하고 정부가 들어서기까지는 이라크에 평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도 = 500여명이 뉴델리 중심가에 모여 미국의 "제국주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참가자들은 이라크가 또다른 `베트남'이 돼가고 있다면서 모든 외국군의 이라크 철수를 촉구했으며, 인도령 카슈미르에서도 약 700명의 시위대가 "미국은 이라크전을 종식시키고 철수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 시위를 벌였다.

인도 남부 코친에서는 약 10명의 반전 시위대가 코친 시내 미국계 시티은행에난입해 컴퓨터와 유리창, 각종 기구를 부수었다. 이들은 "미제국주의 타도"를 외친 후 경찰이 오기 전 황급히 사라졌다.

◇홍콩 = 약 100명의 반전 시위대가 조용히 시내 한 공원을 출발해 미국영사관앞까지 평화행진을 벌였다. 일부 시위대원은 미국 국기를 미영사관 앞에서 태웠다. 라우산칭으로 알려진 한시위대원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전세계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됐다며 미국의 이라크전을 신랄히 비난했다.

◇필리핀 = 약 500명이 마닐라시내 미국 대사관 앞까지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은 물대포를 쏘아대는 경찰에 맞서 돌을 던지며 격렬히 항의했으나 경찰이시위대를 체포하거나 시위도중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밖에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1만명의 시위대가 이라크전쟁 등에 항의, 미 대사관까지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또 스페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폴란드, 스웨덴, 덴마크에서도 이라크 주둔외국 병력의 철수를 요구하는 크고 작은 시위가 잇따랐다.

(도쿄.시드니.런던 AFP.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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