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광화문 촛불집회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본인은 386세대이다. 요즘 조금 언급되고 있는 1987년 6월 항쟁의 한가운데 있던 사람이다.

그 당시 인천에서 6월달의 데모란 데모에는 거의 참석을 했었다. 돌도 던져보고 최루탄에 눈물, 콧물은 물론 오바이트까지 해보았다.
또한 야간 시위중 경찰에 쫓겨 민가에 숨어들어가 겨우 잡히지 않고 살아날 수 있었던 일도 겪었다. 그리고 이한열 열사의 운구행렬을 따라 연세대에서 서울 시청까지의 100만 인파에 섞여 '독재타도'를 외치기도 했었다.
이 때는 모든 시위가 폭력을 동반했다. '돌과 화염병 그리고 최루탄' 그 시대를 상징했던 대상들이다.

그러나 오늘은 비슷한 수가 광화문에 모였건만 폭력은 사라지고 수십만개의 촛불만이 춤을 추고 있다. 증오와 분노는 사라지고 평화의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며 표현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다.
이토록 많은 시위대가 이토록 평화롭게 이토록 강렬하게 의사를 표출한 적이 세계에 있었는가! 지구상 유래가 없던 광경이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목격할 수 있는 영광을 갖게 된 것이다.

나도 그 동안의 고정관념이 깨어지고 있다. 집회는 폭력적이어야 강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는 편견... 그러나 이젠 폭력이 끼어들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폭력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열쇠가 되지 않는다. 잠시 억눌러 놓을뿐 그 불씨는 결코 꺼지지 않는다.
이를 세계 만방에 떨쳐야 한다. 폭력이 아닌 평화만이 진정으로 세상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