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침 발생한 마드리드 열차 테러 현장은 시신 조각들이 차량 파편과 뒤엉켜 곳곳에 흩어져 있는 등 아비규환이었다.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는 수백명이 일시에 목숨을 잃은 이날 테러에 대해 “집단 살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날 폭발은 아침 7시30분께 아토차역에 도착하는 통근열차에서 처음 발생했다. 아토차역은 지하철과 통근열차, 장거리열차 등이 모두 다니는 마드리드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역으로 통근시간대에 인파로 크게 붐비는 곳이다. 아토차역에서 폭발사건이 발생한 뒤 몇분 간격으로 아토차역과 같은 노선에 있는 엘 포조역과 산타 에우헤니아역에서 잇따라 통근열차가 폭발했다. 앙헬 아체베스 내무장관은 “모두 13개의 폭탄이 설치돼 이중 10발이 폭발했다”면서 폭발물은 자유조국 바스크(ETA)가 평소 사용하는 다이너마이트 종류였다고 말했다.

한 TV기자는 “미국인에게 9월11일 일어난 일이 우리에게 3월11일에 일어났다”며 이날의 테러를 9·11테러에 비유했다.

○…이날 참사는 출근시간에 발생해 피해가 컸다. 폭발 직후 얼굴이 피범벅이 된 부상자들이 역 구석에 앉은 채 친지들에게 휴대폰으로 자신의 무사함을 알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산타 에우헤니아역에서 구조작업을 벌인 엔리크 산체스는 “플랫폼 전체가 사람들의 팔다리로 뒤덮였다”며 “결코 잊을 수 없을 끔찍한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급작스런 폭발사건으로 부상자에 비해 구조인력이 턱없이 모자랐다. 고통스러워하는 부상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스나르 총리는 사건 직후 비상각의를 소집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테러분자의 살해 위협에 결단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테러를 완벽하고도 철저히 패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14일로 예정된 총선 선거유세에 나섰던 각 정당들은 선거운동을 일제히 중단하고 사건배후 세력을 규탄했다.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이번 공격을 “잔학스런 테러행위”로 규정짓고 “유럽 민주주의의 원칙을 허물어뜨리는 역겨운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스트로 장관은 “영국은 스페인을 상대로 모든 협력을 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패트 콕스 의장은 폭탄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전쟁선포에 해당한다고 규정지었다. 콕스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소재 유럽의회에서 스페인어로 “더이상 폭탄과 죽음이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이번 공격은 스페인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정당화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스페인 교회당국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건을 혐오스러운 테러행위라고 규탄하면서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제안했다.

이날 폭탄테러로 유럽 주식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유럽주식시장의 DJ유로주식 50지수는 3.2% 하락했고 FTSE 유로탑 300지수는 2.7% 떨어졌다.

〈문영두·이인숙기자〉  최종 편집: 2004년 03월 12일 09:33:21    http://www.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