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도 탄핵받은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탄핵 절차 중 자발적으로 사임, 파면의 불명예를 가까스로 피했으며 일부의 경우 탄핵안이 부결돼 숨을 돌리기도 했다.

의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며 축출된 대표적인 예는 인도네시아의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이다. 1999년 인도네시아 헌정 사상 최초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당선된 그는 조달청 공금횡령 등 각종 부패 스캔들로 2001년 7월 의회에 의해 파면됐다. 퇴진을 강력하게 거부하던 그는 결국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정치인생을 마감했다. 사임한 예로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있다. 민주당 전국본부 사무실을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1974년 하원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자진해서 물러났다. 닉슨은 미 대통령 중 탄핵과 관련, 사임한 유일한 인물이다.

필리핀의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도 불법 도박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비리 스캔들에 대해 상원의 탄핵심리가 시작되자 2001년 사임했다.

다급하게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한 일화로 유명한 페루의 후지모리 대통령은 2000년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될 처지였다. 결국 페루 의회는 그를 파면조치했다.

탄핵안이 부결된 경우도 있다. 2001년 ‘르윈스키 스캔들’에 휩싸였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그 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됐으나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 17대 미 대통령 앤드루 존슨은 1868년 탄핵안 표결에서 정족수에서 단 1표가 부족해 가까스로 탄핵을 면했다. 역사가들은 당시 소수당 출신인 존슨이 다수당의 횡포로 곤욕을 치른 것으로 해석한다.

프랑스와 독일 등 대부분 유럽국가들도 대통령 탄핵제도를 갖추고 있으나 실제 탄핵당한 대통령은 전무하다. 고위 공직자의 부패를 통제하는 탄핵제도를 14세기에 처음 발상해낸 영국은 의원내각제가 발달한 덕에 1805년 이후 탄핵제도를 사실상 쓰지 않고 있다.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4년 03월 12일 18: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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