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체험기(體驗記)

내가 항상 품고 있던 고민은 나 자신에게서 영(靈)과 백(魄)과 혼(魂)을 구분하여 인식하고자 했던 것이다. 어느 땐가부터 '제한된 의식'의 실체란 영과 백을 배제한 혼적인 존재만로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알게되었다. 백을 육체(물질)에너지체라면 영의 실체란 무었일까? 천상의 존재들은 어떤 에너지체일까? 가끔은 하늘을 무심히 바라보면서 '무한의 아득함'을 느끼곤 한다. 에너지적인 느낌을 말이다. 마치 깊은 바다의 심연으로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무한(無限)의 경지엔 자유, 편안함, 영원, 즐거움, 희망 모두의 느낌들이 녹아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잠시일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같은 영과의 접촉을 찰라에 경험하고 있지만 자신이 인식하지 못할뿐이다. 나는 본래의 육체적 자신으로 되돌아오면, 이 제한된 의식의 영역과 천상(영)의 영역간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인식하고 놀라곤한다. 마치 이세상은 팔과 다리를 묶어놓고 귀, 코, 입을 막아놓은채 생존을 위해서 끈질긴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곳은 우주의 극기훈련장일까? 왜냐하면, 자신이 삶을 살아가면서 상대를 인정하고, 그를 위해 인내하고, 절제와 용서를 경험하는 순간마다 자신의 영의 무한한 영역이 조금씩 확장되고 있음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정화되지 못한 사념체들과 혼란한 감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는 영의 존재를 찾아 헤매지만, 영의 존재를 찾아내는데 실패하는 이유는, 이들 사념들과 감정체를 통해서 영의 실체를 찾아내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란 것을 알았다. 다시말해, 영의 실체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찾을수 없는 이유다. 모든 욕구와 의지를 포기했을 때, 나에게서 아무것도 없을 때, 그때 영이 있음을 보게된다. 그래서 영(zero)라고 말하는 것일까? 백지위의 그림들처럼 영은 백지와 같음을 알게되었다.

영은 소멸의 에너지이다. 인간의 유한(有限)한 세계와 영의 무한한 세계는 서로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유한의 흔적을 영의 무한(無限)으로 소멸시켜버린다. 지구상에 감정체들이 정화되지 못한채 쌓여있는 이유도 영과의 단절로 인한것임을, 최근 노자의 도덕경을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유한의 세계에서 이룩한 경험들로 자신의 영의 세계가 확장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왜냐면 이점이 우리가 물질계의 현실을 살아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제한된 의식속에 괴로워할 때가 있었다. 수많은 감정과 사념체들에 휘말려 벗어날 수 없음을 느끼며 절망감이 느껴지기 시작할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 있었다. 나는 모래사장위에 서서 태양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죽음을 간절히 원하면서 뒤로 넘어졌다. 쿵!하는 충격으로 모래위에 닿는 순간, 나를 속박하던 모든 의식들이 흩어지고, 깊고 더없이 푸른 하늘이 끝없는 우주의 심연으로 모든 것을 빨아당기며,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