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계의 모든 것

              영계란 어떤 세계인가

내가 최초로 영계에 들어간 이튿날 아침이었다, 어디서인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해서 잠을 깼다 “그대 새로운 영이여, 새로운 영이여.......  .” 그 목소리는 어제 영계에 들어서서 처음 들었던 목소리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 왔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공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어제와 같았다. “새로운 영이여! 눈을 떴는가?” 별안간 귓전을 울리는 큰 소리가 떨어지자 난데없이 그 영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그러한  갑작스런 출현이 비위에 거슬려 쏘아붙였다.

“당신은 내가 신참자(新參者)라고 너무 놀리지 마시오. 당신은 어찌하여 처음엔 먼 목소리로 멀리 있는 것처럼 속이고, 다음에는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곤 하니, 장난이 심하지 않소?” 그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토록 화를 낼 것은 없소. 나는 사실 먼 곳에 있었기 때문이오. 비록 지금 당신의 눈앞에 서 있긴 하나, 방금 아득히 먼 곳에서 당신에게 말을 건 것은 사실이오. 나는 방금 수천억 킬로나 되는 먼 거리에서 급히 달려 온 것이오.”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한 내 눈에서, 속이 들여다보이는 거짓말 따위는 늘여놓지 말라고 비난하는 낌새를 보았는지, 이렇게 말하며 내 기분을 풀어 주려고 했다. “멀지 않아서 이 이상한 일을 알게 될 것이오. 지금은 당신의 어리석음을 탓하지 않겠소. 그럼 이제부터 당신을 영계의 여러 곳으로 안내하리다.”

어느새 그와 나는 영계의 큰 산봉우리 위에 서 있었다. 그가 이 곳으로 데려다 준 것이다. 나는 처음 보는 영계의 장관에 숨을 죽이고 서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면 눈 아래 펼쳐진 광경을 소개하기로 한다.

그것은 참으로 웅장한 경치였다. 내가 서 있는 왼쪽 저 멀리,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빙산은 줄지어 시계(視界)를 가로막고 버티고 있었으며, 그 산봉우리의 높이라든가 한없이 뻗어나간 산맥의 광경에서는 내가 일찌기 상상조차 못했던 거대하고도 장엄한 것이었다. 이 줄지은 산봉우리가 왼쪽으로 볼 수 있는 시계에서 가장 먼 경치었는데, 그 곳까지 거리는 내가 인간계에서 쳐다보던 반짝이는 별 보다도 훨씬 먼 거리라고 짐작 되었다.

이 연봉은 왼쪽에서 시작해서 시계의 중앙으로 뻗어 내가 바라보는 정면에서 끊어졌다. 그리고 그 산맥이 끝난 자리에서 훨씬 더 멀리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바다와 같은 것이 퍼져 있었으며, 어디까지 널려있는지 더 멀리는 시력의 한계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 바다 오른쪽으로는 사막인양 광막한 대지가 펼쳐지고, 그 사막의 한가운데에는 바위산이 혹은 높게 혹은 낮게 옹기종기 천태만상으로 솟아 있었다.

사막이 나의 시야 정면에서 오른쪽까지의 중간에서 끝나자 다시 그 곳에서부터는 하늘을 찌를 듯한 험한 산이 솟아 있었다. 하지만 이 산들의 높이는 아까 말한 얼음산처럼 높았으나, 한결 부드러운 윤곽이 보이고 있었다. 그 산에는 인간계의 산처럼 나무나 풀이 자라고 있음인지 녹색을 띠고 있었다.

이상이 나의 시야에 들어온 경치였으나 나와 이들 경치 사이에는 혹은 멀리 혹은 가까이 별별 모양의 사물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그곳이 영들이 사는 세계였다.

그곳에는 강도 언덕도 조그마한 산도 그리고 초원이나 계곡도 있었다. 숲이 우거진 지역도 있고 붉은 흙이 보이는 곳도 있었으며,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있었다. 더구나 거리처럼 보이는 곳도 또 마을처럼 보이는 곳도 있어 거기에는 영들의 주택이 즐비하게 혹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도 했다. 말할 나위도 없이 영들의 모습도 얼마든지 볼 수가 있었다.

수많은 영들의 모습을 보게 되자 별안간 내 마음에는 그때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의문이 생겼다. “영들이 형체를 지니고 있다니 과연 사실인가, 내가 환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불현듯 솟구치는 이러한 의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것은 참으로 생각할수록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어엿한 영이 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어제부터 나를 이곳에 안내해준 영도 내 눈으로 역력히 보아 온 터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에게 물어 보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묻기도 전에 네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품고 있는 의심은 당연한 것이요, 그러나 당신이 보아온 사실은 모두가 진실 뿐 당신의 환상의 소치는 아니오. 우리들 영은 모두가 인간과 동일한 형체를 갖추고 있으며, 이는 조금도 이상한 현상이 아니오. 새로운 영인 당신이 이런 의문을 갖게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간 세계에 있었을 때 잘못된 생각을 해 왔기 때문이오,”

그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영은 인간과 같은 형체를 지니고 있다. 다만 영계는 인간계에서처럼 물질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영이 지닌 형체는 인간의 그것처럼 물질적인 육체의 형상을 가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영을 마치 공기나 에테르 도는 정기(精氣)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엉뚱한 생각이다. 이 일에 대해서라면, 당신 역시 알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또한 영은 인간의 육체가 가진 기능인 눈, 구, 코와 같은 감각도 다 갖추었고, 입이나 혀를 통해 말을 할 수 있는 점도 같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하자 그는 다시 말을 이어 내가 정령계의 항목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세상 사람들을 잘못 깨우치고 있는 인간 세계의 학자나, 교회 관계자의 영에 대한 인식 부족을 나무랐다. 그리고 이렇게도 말했다. “지금 내가 말한 것 외에도 영에게는 영적 감각과 능력이라는 것이 갖추어져 있으며, 이는 인간에게는 없는 것이오. 그렇지만 이 마당에서 더는 얘기하지 않겠소. 당신이 영계에 익숙해짐에 따라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니까.”

그는 이렇게 말을 맺자 미소를 지으며 이왕이면 마저 얘기해 주겠다는 듯이, 앞서 그가 무한히 먼 곳으로부터 느닷없이 나타나 나를 놀라게 했던 일도 실상은 영능력(靈能力)의 하나이며, 영계에서는 일상다반사라고 변명했다.

나는 그의 얘기를 듣고 있는 동안에도 줄곧 눈 아래에서 펼쳐지는 경치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차츰 알게 된 것은 마치 인간계의 도시나 거리 그리고 촌락처럼 영들이 이리저리 하나의 집단을 지어서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시가지나 마을 안에 있는 영들의 모습이 어딘가 인간 세계의 그것과 공통된 특징을 지닌 듯이 보였고, 또한 같은 시가지나 마을에 사는 영끼리 주고받는 대화의 친밀성에 비해 도시나 마을 경계에서 목격된 각기 다른 거리나 마을의 영들 사이가 그다지 친밀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만 하더라도, 도시와 촌락 사이에는 눈에 보이게 큰 차이가 드러남을 보았기 까닭이다.

나는 그를 따라 대 여섯 군데 도시와 마을(이것이 영계의 단체라는 것을 후에 알았다.)을 구경했다. 거리는 이 세상의 거리와 비슷했으나 다른 점이 있다고 하면, 하나의 도시면 도시. 마을이면 마을이 제각기 전체의 주택과 동일하다는 것, 즉 마을 전체가 석조면 석조, 목조면 목조, 토벽이면 토벽이라는 식으로 같은 재료를 썼고 게다가 같은 구조로 지어져 있는 점이다.

같은 거리나 마을에 사는 영의 얼굴 모습이나 성격에는 설사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도 전원이 어딘가 모르게 공통된 성질을 갖고 있으며, 인간세계의 어버이와 아들 그리고 형제 자매 보다도 친밀성이 그 이상이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특히 눈에 띤 것은 어는 거리나 마을이고 간에 원형으로 널려 있어 그 중심부에는 그곳에 가장 권위도 있고 덕이 높은 듯한 영이 살고 있으며, 중심부에서 원의 바깥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질이 떨어지는 듯이 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면 거리나 마을을 거닐고 있을 때 일어난 사소한 사건을 두 가지 정도 소개하기로 한다.

어는 거리를 찾아갔을 때였다. 나는 그 거리에 들어서기 전부터 웬일인지 이상야릇하게도 내 고향을 찾는 기분이었다. 거리에 들어서자 영들이 집안에서 혹은 거리 모퉁이에서 쏟아져 나와 나를 둘러싸는데, 영들의 용모나 모습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어느 얼굴을 뜯어보아도 내가 이미 몇 천 년 전부터 이미 알고 잇는 친숙한 얼굴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한 나를 보고 아주 그리웠던 사람을 만난 듯이 반겨주었다. 어느 얼굴에도 환영의 기쁨이 넘쳐 있었다. 나는 마냥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이 그리워 몇 만 년 만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또 하나의 사건은 다른 마을에서의 일이다. 그는 나를 안내해서 마을 안을 걷고 있었는데, 안면이 있는 영을 만났는지 어느 영과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어느 영의 뒤로 돌아가 그 어깨 너머로 마을의 상황을 구경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나를 쏘아  보았다. 다음 순간 나는 영문을 모른 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내 손을 잡아 일으키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영의 등 뒤에 서는 행위는 영계에서는 가장 무례한 짓이요. 앞으로는 주의하시오.”

영계의 거리와 마을을 두루 돌아보고 나서 우리는 다시 먼저 올랐던 산꼭대기로 되돌아왔다. 산 아래와 굽어보이는 거리와 마을을 가리키면서 그는 영계의 단체에 관한  설명을 대충 다음과 같이 늘어놓았다.

----- 영계에는 많은 단체가 있고 그들은 하나하나 거리와 마을 단위로 형성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영계에 있는 단체의 수는 아마도 수천 억 아니 훨씬 더 될지도 모른다. 영계에 이렇게 많은 단체가 있게 된 것은 영이 되어 육체의 속박을 벗어난 뒤의 인간이 그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참된 영적 성격을 되찾은 결과인 것이다. 이는 영원한 삶을 보내게 될 영계에서는 자기를 속여서는 안 되고 또 본래의 성격으로 돌아서지 않으면 삶을 이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본래의 성격이 서로 맞는 자라야 함께 모여서 단체를 이루고 생활해 나가는 것이므로, 성격의 다양함에 따라 무수한 단체가 생기게 마련이다. 한 구역의 거리나 마을이 꼭 같은 지음새의 집을 가졌고,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그 곳에 살고 있는 영의 성격이 서로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풀이한 그는 나의 의심을 풀어 주려는 듯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 영들이 원형을 이루고 사는 것은 영계의 질서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 중심에 살고 있는 영은 중심영이라고 이름 하여 혼자서 단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구실을 맡고 있으며, 권위와 힘도 지니고 있다. 또한 내가 어는 한 단체에서 환영을 받고 나 자신도 고향에 돌아 온 듯한 따스함을 느낀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 나는 바로 그 단체에 소속되어야할 영으로서 이미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의 등 뒤로 다가서는 것이 무례한 짓이라는 이상한 영계의 예절에 대해서는, 그러한 짓을 하면 앞의 영이 영계의 태양으로부터 받은 영류(靈流)의 흐름을 흩뜨리며, 그 영에게 고통을 주게 되는데, 그 까닭은 영류란 것이 각 영들의 얼굴로 흘러들어, 등 뒤로 흘러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설명하자 그는 영류라는 말에서 생각되었는지 다음과 같이 덧붙여 말했다. “당신은 아직도 영계에서 알아둬야 할 일이 많소. 아까 말한 중심령의 힘이라든가 이제 말한 영류 얘기 따위는 모두가 영계의 태양을 모르고서는 올바른 이해를 할 도리가 없소. 언젠가 나는 영계의 태양에 관해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오. 그러나 그 보다 앞서 당신에게 또 보여줄 것이 있소”

“저쪽에서 수평의 막(幕)과 같은 것이 보이지 않소?”

그는 먼 하늘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나는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는 하늘  뿐이었다. 그야말로 공(空)이었다.

“당신의 영적 시력이 아직 트이지 않았소. 내가 표상(表像)으로써 당신에게 보여 주리다”

그렇게 말하자 하는 한 구석에 아주 엷은 공기의 막과 같은 것이 수평으로 떠 있고, 그 위쪽으로 우리가 있는 세계와 같은 세계가 또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흡사 그것은 하늘 가운데 둥둥 떠 있는 세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내가 놀라는 것을 모른 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저 세계에서 당신은 이 세계와 같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오. 또 수많은 영의 모습과 거리와 들도 그리고 산도 볼 수 있을 것이오. 그 세계도 영계입니다. 영계에는 세 개의 세계가 있으니, 이제부터 그것을 가르쳐 주겠소.”

그의 말을 따라 그 세계의 온갖 것을 내 눈앞에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의 놀라움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가 그 세계 위쪽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저 세계의 공중에서도 엷은 하늘의 막을 볼 수 있을 것이오. 그 막의 위쪽을 다시 한번 보시오.”

놀랍게도 공중(空中) 세계의 위쪽에도 똑같은 공기의 막이 수평으로 끝없이 이어졌고, 그 위에 또 다른 세계, 즉 들과 산 그리고 바다와 촌락이, 또 영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여기까지 보여준 후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영계에서는 세 개의 세계, 즉 상, 중, 하의 3세계(三世界)가 있다. 3세계는 영계라는 점에서는 모두 똑 같으나 세 영계는 사는 영의 성질은 영의 인격적 높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상 세계(上 世界)에 사는 영은 영으로서 마음의 창문이 가장 활짝 열려있고, 중 세계는 그 다음이고, 하 세계는 중 세계보다도 열등하다. 이 영의 성질의 차이에 따라 3세계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자세한 것은 스스로 직접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보다도 더 아름다운 광경을 본 일은 없었다. 그곳은 상 세계인데, 그를 따라 거대한 궁전과 궁전을 둘러싼 거리에 와 있었다.

이 궁전은 이 세상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으리만큼 웅장함과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이 궁전과 비교할 만한 건조물은 과연 이 세상에 찾아볼 수 있을까? 지붕은 금(金)기와로 이은 것 같이 찬란하고,  벽과 바닥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보석으로 만들어 졌으며, 궁전 안의 방들과 복도 등의 장식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훌륭한 것들이었다.

궁전의 남쪽에는 낙원이라고 생각되는 정원이 있고, 그 정원에 있는 모든 것들도 궁전처럼 휘황찬란한 것뿐이었다. 정원 안에는 은과 같은 나무에 금처럼 빛나는 영매가 열려 있기도 하였으며, 꽃들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은 흡사 천국에 온 것 같은 황홀한 것이었다.

궁전 주위의 거리에는 영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거리의 영들이 사는 집들도 궁전만큼이나 훌륭한 것들이었다. 주택에는 방이 많았고 안방과 침실 등도 따로 있었다. 주택 주위를 둘러싼 정원은 꽃이 만발하였고 수목이 울창했으며, 논밭도 있었다. 영들의 주택은 도시의 거리처럼 질서 정연하게 배열되었고 길도 정리를 잘하여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하고 있었다.

영들의 입은 옷 역시 새하얀 눈처럼 빛나는 것이었다.

궁전도 거리도 빛이 가득 차 밝았으며 영들의 얼굴도 행복에 넘쳐 있었고, 그들의 눈에는 높은 이성과 진리를 터득한 대오(大悟)를 나타내는 빛이 깃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에 취해 넋을 잃고 있을 때 그는 말했다.

---- 영계의 3세계 중 상 세계(上 世界)는 이와 같이 아름답고 대오(大悟)로 빛나는 세계이다. 상 세계의 영들은 이와 같이 아름다운 세계 안에서 영원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삶은 진실로 천국의 행복에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의 즐거움을 즐기는 방법은 지상에 있는 인간과 다르다. 인간들은 이와 같은 세계에서 행복한 삶을 보내게 될 때 무엇보다도 그 눈을 즐겁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영들은 눈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물에 의해서 표상되는 영의 마음을 즐기는 것이다.

내가 그를 따라 다니며 터득한 3세계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영계의 중(中), 하(下) 세계에 오자 궁전을 비롯하여 거리와 주택 등 모든 것들은 상 세계의 그것들만큼 찬란하지 않았으며, 영들이 느끼는 행복도 그에 상응(相應)하였고 태양빛조차도 상 세계만큼 밝지 못하였다. 상, 중, 하 3세계는 공기의 막(幕)과 같은 것으로 막혀 있어서 영들끼리의 교류나 교통이 없고, 이 점은 각각 그 사이에 교류하고 교통하는 같은 세계 안의 단체끼리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영계의 태양에 대해 말하겠소. 태양은 우리들에게 신과도 같은 존재이며, 영계의 모든 것의 기초는 태양이오. 영계는 태양이 있으므로 해서 존재 가능하니 나는 이에 대하여 상세하게 말하겠소.”

내가 처음으로 영계에 들어갔을 때, 가슴정도의 높이에 떠 있었으며 움직이지 않는 태양을 보고 놀란 것은 앞에서 말한 바가 있다.

“모든 생명이 있는 것은 생명의 원천(源泉)과 이어져야만 비로소 생명이 있는 것이며,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소. 원천과 연결되지 못하고는 생명은 있을 수 없으며, 영계의 영은 모두가 태양과 연결되어 영원한 삶을 향유하는 것이오.”

그는 이렇게 강조한 후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 영계의 태양은 그 빛이 영계를 비추어 사물을 보게 하고, 또 사물을 생각하는 이성의 기초가 되고있다. 그 열은 영들에게 생명을 부여하게 하고 있으며, 영류(靈流)라는 흐름은 영계 전체에 보내어 이것이 영계의 질서를 지키며, 영의 영적 능력의 기초가 되게 하고 있다. 이 영류야 말로 영계와 자연계(이 세상)의 성질을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드는 근원(根源)이다.
영류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직접 영류와 간접 영류이다. 직접 영류는 태양으로부터 각 세계, 각 단체의 영에 주입되어 영의 능력의 기초가 되며, 간접 영류는 태양으로부터 보내진 후 상 세계를 거쳐 중 세계로, 중 세계를 거쳐 하 세계로, 흘러 들어간다. 또 각 세계의 영은 각 세계에 흘러 들어온 간접 영류도 직접 영류와 함께 받아들인다. 간접 영류는 이와 같이 영계 전체의 각 세계, 즉 각 단체와 모든 개개의 영을 연결하여 영계의 질서를 유지한다. 만약 간접 영류가 없으면 영계는 산산이 분해 되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영계의 태양은 영의 생명과 영계의 생명을 지키는 기초이다.

              영의 상념의 교류

영계의 들판을 걷고 있던 그 영은 자기의 심장 속을 무엇이 툭툭 두들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장 내부에 다른 생물이 있을 리 없는데, 마치 작은 생물이 그 곳을 손끝으로 툭툭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생물은 그에게 무언가 말을 걸고 싶어 하고 있었다.

----- 그는 그렇게 느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둘레를 휘둘러본 그는 멀리 떨어진 강기슭에 어딘가 기억이 있는 한 사람의 영의 모습을 본 듯 했으나 너무 먼 거리였기 때문에 분명히 알 수는 없었다.

“나를 부르는 자가 저쪽 강가에 있는 저 사람일까?”

그는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저편 강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먼저 보았던 얼굴이 점점 뚜렷하게 나타나 얼굴을 잘 볼 수가 있었다.

“당신은....... .”

그는 놀라움과 그리움으로 강가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강가의 사람은 그가 죽어 영계에 들어오기 30년 전에 죽은 옛 친구였다. 이들 두 영은 서로의 얼굴을 열심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서로 간에 상대방 영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게 되었다  

그는 상대방의 영이 생각하고 있는 일이 그 영의 중심부로부터 조그만 덩어리가 되어 몸속에서 올라가 그것이 얼굴에 나타나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당신은 어제 이 영계에 왔소? 어느 단체에 속해 있소? 또 그 단체의 영적 성질은 어떻소?” 라고 묻고 있었다. 그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 대답은 똑 같이 그의 얼굴에 나타나 상대방의 영에 전달된 것 같았다. 상대방의 얼굴에서 그것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 단체는 나도 알고 있소. 우리의 단체와 성질이 비슷한데 당신은 영계에 얼마나 익숙하오?” 상대방 영의 얼굴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상대방 영의 머리 위에는 지금까지 전혀 본적이 없는 풍경이 떠올랐다. 넓은 사막과 그 안을 흐르는 구불구불한 강, 강의 상류에는 산들이 이어져 있었고, 강은 산 사이로 들어가 계곡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 계곡엔 많은 영들이 살고 있었다. 상대방 영의 얼굴은 계속하여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의 단체 표상(表像)을 나에게 보여 주시오.”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표상? 난 그 뜻을 잘 이해할 수가 없으니,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 주시오.”

대답이 돌아왔다. “당신은 내 머리 위에 보인 표상을 보지 않았소.? 표상이란 바로 그것이요. 당신의 표상은 내게 보이지 않소. 당신은 아직 표상을 나타내는 것을 배우지 않았소.?”

비로소 상대방 머리 위에 보인 상(像)이 표상이었음을 알았다. 이 표상은 그가 어떠한 곳에 있는가를 알려 준 것이었다. 두 영은 상념의 교류를 계속하였다. 교류가 끝나자 그의 시야에서 상대방의 영은 사라지고 오직 강과 하늘만이 보일 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상념(想念)의 교류라든가 표상이라는 말을 설명도 하지 않고 몇 번 썼다. 그러면 이제 그 말을 설명해 보기로 한다.

영계에서는 상념의 교류는 얼굴만 서로 바라보는 것과 말이나 글자를 쓰는 것 등이 있는데, 간단한 일은 얼굴을 보는 상념의 교류만으로 통할 수가 있는 것이 영의 세계이다.

상념의 교류는 이 경우에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한 사람의 영(이 경우에는 그의 상대방의 영)이 다른 영과 상념의 교류를 하고 싶으면  그 영의 얼굴을 생각해 내면 그것만으로 상대방의 영의 얼굴이 눈앞에 보이게 된다. 그리고 상념의 교류를 요구받은 상대방은 그가 느껴지는 것과 같은 어떠한 부르는 소리(그는 심장을 두드리는 것으로 알았다)를 느끼고 교류의 요구에 응한다. 상념은 영의 표정 위에 보이는 형태를 취하여 나타나게 된다.

상념을 교류하는 보조수단으로 표상이 있다. 그것을 나타내는 영에게는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머리 위에 훨씬 더 뚜렷한 이미지가 나타나게 된다. 이것과 얼굴 표정에 의한 상념의 전달이란 두 가지 방법에 의해서 영은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알 수가 있다.

               무한히 연장되는 영의 상념

그 영은 그 때 시야에 있는 커다란 숲의 흔들림과 동시에 아지랑이와 같이 투시할 수 있는 것으로 변해버린 것을 느꼈다. 그리고 숲의 저쪽에 하나의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이 세상의 것으로 비교한다면 몇 천 년이나 지난 고대식의 장대한 궁전과 이집트의 피라밋을 몇 십 배로 크게 한 것 같은 건축물이 그 궁전의 주위를 둘러싸듯 서 있는 광경이었다. 궁전의 입구는 하늘까지 닿을 듯한 큰문이 닫혀있었다.

어떻든 시야를 가로막고 있던 숲이 갑자기 투명한 공기의 막과 같은 것으로 변하고, 그 막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하게 된 것은 웬일일까?. 사실 그는 오래 전부터 어느 영의 일이 떠올라 그 영과 상념의 교류를 하려 하였다.

----- 그 영과는 정령계에 있었던 때 이래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하였다. 그것은 2천 년이나 지난 옛날의 일이었는데,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상념의 교류를 원하는 그의 희망에 비하여 그 영의 얼굴은 쉽사리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후 자기의 내적 능력에 의해 상념의 연장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얼마 후 그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숲이 아지랑이처럼 되어, 앞에서 말한 광경이 그의 눈에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도 상념의 교류를 원하던 그의 얼굴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내적인 영능력의 강화에 힘썼다.

견고하게 보였던 입구의 문이 이번에는 먼저 번 숲처럼 흔들흔들 흔들리더니 반투명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반투명이 된 때문에 겹쳐서 그 친구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더니 그것이 차차 뚜렷한 것이 되어 갔다. 그 친구도 그가 상념의 교류를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 차렸는지, 그의 얼굴을 좀더 잘 보려고 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는 친구의 얼굴을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물었다. “당신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오? 또 지금 무엇을 하고 있소?”

그러자 물음에 대답을 하려는 듯이 그의 몸 안에 몇 개의 물체와 같은 것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으며, 이윽고 그는 물체들을 몸 안에서 확실한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그 영상은 영계의 문자를 빈틈없이 써넣은 두꺼운 장부와 그 단체의 호적부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가 알고자 원했던 것을 알기에는 너무나 부족했기에 마음속으로 다시 그 친구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궁전 전체가 흔들렸다. 그리고 궁전 바깥의 벽도 안에 있는 방의 벽도 모두 반투명이 되었다. 그는 궁전 안에 있는 모든 방안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친구가 거처하는 방은 특히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방안에는 그의 몸 안으로 전에 보내졌던 장부와 모래상자와 똑같은 것이 방안에 꽉 차 있었으며,  그 친구 이외에도 수십 명의 영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이 영들은 무엇인가 그림자와 같은 존재로 얼굴의 외형만 보일 뿐 얼굴 생김생김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고 매끈한 공처럼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친구인 영의 머리 위에는 수자와 같은 것이 춤추기도 하고 뛰어오르기도 하였다. 동시에 방안에 쌓여 있는 상자속의 수십 알의 모래가 번쩍번쩍 빛나면서 상자 밖으로 뛰어나와 친구인 영의 머리 위에서 빛나면서 뛰어오르고 있었다. 또 흡사 이것과 호응하듯이 그의 몸 안으로 전부터 보내져 있었던 상자 속의 모래알 몇 알도 그의 몸 안에서 빛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다음 모래알은 그가 인간이었을 때에 알았던 사람들의 얼굴이나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이 되어 그를 놀라게 했다. 이 빛나는 모래알은 전부 친구인 영과 같은 단체에 속하는 영 중에서도 그와 무엇인가 관계가 깊은 영들이었다. 계속해서 통신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상념 교류가 끝나자 궁전 안의 방도 친구도 장부도 그리고 모래 상자도 모두 사라지고, 그의 시야 멀리는 또다시 최초에 그의 시야를 가로 막고 있던 숲이 나타났고 그 역시 먼저 있던 장소에 되돌아와 있음을 알아 차렸다.

인간에게는 벽 너머를 투사하거나 물건에 손을 대지 않고도 찬 것 뜨거운 곳을 느끼며, 귀를 사용하지 않고도 소리를 듣거나, 더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 표상으로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영계에서는 이러한 일은 흔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영에게도 눈이나 귀가 있으므로 직접 보든가 듣든가 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못할 때는 영은 내시력(內視力)이라고 하는 영 특유의 능력을 사용해서 보거나 듣거나 하게 된다.

지금 든 예에서, 그가 맨 처음에 상념의 교류를 이루지 못했던 것은 친구의 영이 숲 저쪽에 더구나 궁전 안에 있었기 때문인데, 그는 곧 이것을 깨닫고 내적 능력을 사용한 것이다. 친구로부터의 상념이 그의 몸 안으로 뛰어 들어온 것은 그가 내적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영계에서는 이런 일을 그렇게도 쉽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영계에는 영류(靈流)라고 하는 인간계에는 없는 흐름이 있어서 영계 전체를 그 속에 포함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영상은 이 영류를 타고 영류 안 어디에나 옮겨 간다. 영류는 물론 산, 바위, 궁전의 벽과 문등 모든 것을 자유롭게 통과한다.

영계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상념의 교류를 하고 있는 당사자인 영 이외의 제삼자에게 영류를 타고 옮겨지는 영상이 눈에 들어오는 일이 극히 드물게 있다. 나 자신도 단 한번 뿐이긴 하나 하늘을 날아가는 대 산맥을 보고 몹시 놀랐던 일이 있다. 이것은 대 산맥이 날아간 것이 아니라 영류를 타고 옮겨지는 영상이 나의 눈에 보였던 것이다. (계속)
                  

            四次元의 世界13.의 “영계의 手記” / 스웨덴보르그 저 / 청화 (1984)    

셀라맛 가준Selamat Gajun(시리우스 말로 하나가 되세요)! 셀라맛 카시자람Selamat Kasijaram(사랑과 기쁨 속에서 축복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