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의 세계 정령계

이 세상의 인간이 죽어서 가는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정령계(精靈界)이다. 인간은 죽은 후 즉시 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정령이 되어 정령계로 들어간 후 다시 영계로 올라가 그곳에서 영원한 삶을 보내는 영이 된다. 정령이 인간과 영과의 중간적인 존재인 것처럼 정령계도 인간 세계인 이승의 물질계, 즉 자연계와 영계사이의 중간이 되는 세계이다.

정령계는 얼마나 넓고 큰 것인지 그곳을 드나든 나 자신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넓고 큰 것이어서 매일 매일 몇 만 아니 몇 십만이라는 인간이 육체의 삶을 끝마치고 정령계를 들어가는 것만 보아도 그 광대함을 가히 짐작할 것이다.

정령계는 그 둘레를 둘러싼 거대한 산맥 곳곳에 영계로 통하는 길이 있는데, 이 통로는 정령계에 살고 있는 정령들의 눈에는 띄지 않는 법이다. 다만 그들이 정령계에서 영계로 옮겨갈 준비가 끝났을 경우에만 눈에 띄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령계에서 사는 정령들은 영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으며, 이 세상 사람들이 마치 이승만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정령계만을 온 세계인 것으로 알고 생활한다.

그렇다면 정령계에서 정령들이 어떠한 과정과 준비를 거쳐서 영계로 갈 수 있게 되는지 또 그 영계로 가기위한 준비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 그 설명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실례를 들어 독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려한다.

정령계는 영계임은 틀림없으나 아직은 여러 가지 점에서 이승과 비슷한 점이 많다. 사흘 전에 정령계로 들어온 정령과 죽기 전에 그와 가까이 지내던 사람으로서 이날 처음으로 정령계로 들어온 정령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새로 온 정령은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의 장례 준비를 보고 왔다. 그대의 육체는 곧 땅에 묻힐 것이다.”

이 말을 듣자 또 하나의 정령은 나자빠질 듯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뜬 채 말했다. “내 육체가 파묻히다니 무슨 말인가? 나는 아직도 이렇게 살아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미친 모양이로군. 장사를 지내는 것을 곧 중지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발을 동동 구르고 손을 휘저어 미친 듯이 외치는 그의 모습을 보다 못해 나는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하여 떠들어대는 정령을 보고 말했다. “그대는 이제 정령이오. 육체를 가진 인간이 아니란 말이오. 그대는 이 사실을 잊어선 안 되오. 그대는 정령계로 인도될 때에 이 말을 못 들었단 말이오? 그런 일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오.”                  

내 말은 그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성을 되찾게 해주었는지 그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나는 깜박 잊었었소. 이젠 내가 정령이라는 것을 생각해 냈소. 그렇다면 나의 볼일을 다 마친 육체의 매장은 추호도 관여할 일이 못되오.”

정령계는 적어도 정령들의 의식 속에서는 인간계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엇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령의 경우처럼 아직 자기가 인간으로서 살아 있다고 착각하는 정령은 상당한 수에 이르며, 정령계로 안내되기 전에 인도하는 영으로부터 정령이 되었음을 통고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일단 정령계로 들어서자 잊기 일쑤인 것이다.

정령계가 너무나 인간계와 비슷한 까닭에 자기가 죽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시 인간계에서처럼 살아 있는 데 놀라는 정령도 매우 많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정령계와 인간계가 비슷함에 놀라는 자와 죽었다고 생각한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놀라와하는 자의 두 가지가 있다. “나는 죽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처럼 살아 있구나, 이 어이된 일일까?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었단 말인가? 그렇지 않으면 지금 살아있는 이 자체가 환상이란 말인가?” 이러한 정령은 영락없이 이러한 자문자답에 스스로 괴로워했다. 이러한 정령에게는 영계로부터 온 지도하는 영(말하자면 정령의 입장으로 볼 때 이들은 영계의 경험이 풍부한 선배가 된다)이 가르쳐 준다.

“그대는 정령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죽음이라는 것은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서 죽은 것이다. 그러나 육체를 지닌 인간으로서 죽은 그대는 이제 정령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대가 죽었음은 사실이요 그대가 이제 살아 있음도 또한 진실이다. 불필요한 망상으로 헤매지 말라 그대는 정령으로 살아 있음이니 이는 만에 하나라도 거짓이 없는 진실이다.”

그리고 영은 대략 다음과 같이 정령에게 알려주었다. 인간은 원래 영과 육체로 이루어져 있음으로 육체만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육체가 죽으면 영은 정령이 되어 정령계로 안내되어 그곳에서 영원한 삶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준비가 끝나면 영이 되어 영계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영원히 영의 삶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그 때를 위한 준비 기간이라는 사실 등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 대해서 놀라움을 표시하는 정령이 많다.

“나는 인간 세계에 있을 때 그런 얘기를 전혀 들은 바 없고 또한 나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도 만난 적이 없다. 나는 처음 듣는 말들뿐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제 듣고 보니 눈앞이 어둠으로 덮인 듯한 생각과 눈앞이 훤히 열리는 듯한 생각이 엇갈리어 마음만 어지럽다. 내가 세상에 있을 때는 어리석었던가?”

말하자면 인간은 육체가 죽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장난 것으로 안다. 그리고 영계라든가 영이라든가 하는 것은 듣지도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죽었다고만 생각했던 자기가 살아 있음을 깨닫게 되면 어차피 자기의 종전까지 생각이 단순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간으로 있을 때엔 상상조차도 못했던 일이 잇달아 일어나므로 마음과 정신은 혼란할 뿐이라는 것이 이 정령들의 솔직한 감상이다.

이러한 정령들도 정령계에서의 나날을 보내는 동안에 정령들로서의 삶에 차츰 확신을 갖게된다. 내가 만난 많은 정령들은 내가 이승의 육체를 지닌 채 찾아온 이상한 나그네임을 알자, 너 나 없이 이승에 남겨둔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갈을 부탁했다. “나는 죽은 것이 아니다. 정령으로서 살아 있으니 이 사실을 가족에게 전해 달라” 거의가 이러한 부탁이었다.

나는 이 기회에 인간 세계의 학자들과 종교 관계자에게 한 마디 충고하고자 한다. 정령계에 들어간 정령들이 자신은 죽은 것으로만 알고 있던 그들이 그토록 놀라움과 의혹에 휩싸여 괴롭게 번민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는 학자나 교회의 목사로 불리는 사람들이 인간의 본체(本體) 및 영이나 영계에 관한 일을 하나도 사람들에게 가르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릇된 생각마저 부식시켰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세상 ----- 내가 말하는 자연계와 물질계의 태양 아래서만 물체를 보고 또한 자연계와 물질계에 뿌리를 둔 사고 방식만을 고집한다. 그리하여 자연계의 빛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물체나 자연계적인 사고방식으로서는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은 모조리 존재하지 않는다고 제멋대로 단정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진리인 양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영계의 빛에 의해서 영계의 사고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은 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 전부를 부정해 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

정령계는 인간계와 비슷한 점이 많다. 정령들은 모두가 하나의 인체(人體)(정확히 말하면 이 세상의 인간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으나)를 갖고 있고, 얼굴의 생김새도 정령이 된 얼마동안은 이 세상의 인간이었을 때나 별다른 점이 없다. 또 정령계에는 이승에 있는 모든 것, 예를 들면 산이나 강 그리고 숲과 집 등 무엇이든지 있다. 게다가 정령들은 인간이 지닌 온갖 감각도 그대로 갖추고 있다. 다만 감각상으로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에게는 있을 수 없는 영으로서의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이 영적인 성격이 차츰 정화되어 물질계의 티가 사라지면 영적인 면이 들어나 영계로 갈 자격이 생긴다. 정령계는 이러한 과정을 위한 시련과 수양의 광장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다.

정령들의 영적인 감각이 뛰어난 예로서 그들의 놀라운 기억의 능력을 들어보기로 한다. 영계에서 찾아온 검사(檢査)의 영 앞에 한 사람의 정령이 서 있다. 검사의 영은 우선 정령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이윽고 시선을 옮겨 가슴과 배 그리고 다리와 손끝까지 정령의 전신을 훑어본다. 정령계에 있는 다른 영들도 주위를 둘러싸고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어떻게 된 셈인지 기묘한 일이 일어나 다른 정령들을 놀라게 했다. 검사의 영 앞에 서있는 정령의 머리 위에 안개처럼 엷은 구름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구름은 차츰 모양을 가다듬어 한 채의 집으로 변했다. 그 집 입구에는 한 사나이가 나타나 주변을 살펴보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 정령 (즉 지금 검사를 받고 있는 정령)은 나쁜 일을 하기 위해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정령들이 놀란 것은 다음에 일어난 불가사의한 현상이었다. 그 정령의 머리 위에 빚어진 광경에 시선을 빼앗겼던 다른 정령들은 땅위에서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려 지면에 눈길을 돌렸다. 그러자 검사하는 영 앞에 서있던 정령의 발 앞에 한 권의 비망록처럼 생긴 수첩이 언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갑자기 나타나 한 장 한 장 넘겨지고 있었다. 이 비망록이 언제 나타났는지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 했다.

이 비망록에는 그 정령이 인간계에 있을 때 저지른 죄상이 낱낱이 적혀 있었다. 거기엔 뇌물을 받고 부정행위를 한 그의 인간계 시절의 상세한 행동이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놀라웁게도 그 기록 속에는 그 자신이 인간계에 있을 때에 까마득히 잊고 있던 일까지도 적혀 있었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이 책은 내가 세상에 있을 때 저술한 것이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 여기에 나타났단 말이요?” 한 정령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외쳤다. 검사하는 영은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이 조용히 대답했다. “나는 그대의 기억 속에서 이 저술을 끌어내어 여기에 재현 시켰다. 그대는 조금도 놀랄 것 없다.” 그러자 그 정령의 놀라움과 흥분은 더할 뿐이어서 다시 이렇게 외쳤다. “이 불가사의한 일을 어찌 이해할 수가 있겠소? 이 저술은 분명히 내가 인간계에 있을 때 쓴 것이오. 그러나 이토록 세밀한 대목은 미처 기억하질 못하오. 그런데 내가 잊고 있는 일까지 적혀 있음은 어찌된 조화요?”

이 정령은 인간 시절에는 학자였다. 그런데 그가 쓴 책이 정령계인 이 곳에서 다른 정령들의 눈앞에 재현된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그가 외친 것처럼 그 자신이 인간이었을 때에 잊고 있던 자세한 대목까지도 나타나 있어 한 자 한 획도 틀림이 없었다. 이런 현상은 검사의 영도 말하고 있듯이 검사의 영이 학자인 정령의 기억 속에서 이끌어내어 정령들이 보는 앞에다 재현시킨 것인데,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인간계의 학자일 때 잊고 있었던 일도 정령이 되면서부터는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령이 되면 인간 시절과 같은 육체적인 속박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기억, 이성, 지혜 등 영적인 능력이 인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뛰어나게 발달한다는 좋은 일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든 예에 덧붙여 말할 것이 있다. 검사의 영은 정령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을 그의 얼굴과 온몸을 훑어보고서 이끌어 냈다. 이것이야말로 영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한 능력이며, 인간에게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정령의 기억 속에서 이끌어 낸 것을 다른 정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현시킨 것이다. 다만 나타내는 방법은 인간세계에서처럼 저작이나 비망록이나 물질적인 형태를 갖추고 나타난 것이 아니라, 다른 정령들의 영적인 시력으로만 볼 수 있는 형태로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영적인 시력의 발달 없이는 정령들이라 할지라도 보지를 못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뜻하지 않은 재난을 당했을 때에 가족들이 한꺼번에 정령계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그 가족들은 얼굴이 닮은데다가 정령계에서도 한 곳에 뭉쳐 있으므로 얼른 가족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이라 할지라도 정령계에서 나날을 보내게 되면 날이 갈수록 조금씩 얼굴 모양에 변화가 생기고 그에 따라 이리저리 흩어지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은 친구나 아는 사람 사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이 세상에서는 한 가족이었을망정 지금에 와서는 이미 얼굴 모습이 서로 갈수록 달라지는 이들 정령들의 대화를 들어 보기로 한다.

인간이었을 때 아버지였으리라 짐작되는 정령의 말이다. “당신은 어느 단체로 가겠소?” 어머니였으리라 짐작되는 정령의 대답이다. “내가 가려는 단체는 당신의 단체와는 다른 것이오.” 정령계를 졸업한 정령은 영이 되어 영계로 간다는 것은 이미 말한바 있으나, 어떤 영이든 가장 자기의 본성에 맞는 영계의 단체에 들어가 그 후의 영원한 영의 생활을 보내게 된다. 영계에는 영의 성격이 다양함에 따라 수없이 많은 단체가 있으나, 지금 얘기를 나눈 두 정령이 지적한 단체 역시 이 영계의 단체를 말한 것이다. 아들로 짐작되는 정령의 답은 이렇다. “저의 희망은 아버지와 같은 단체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저의 희망이 영계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불안입니다.” 딸의 정령도 이렇게 말했다. “저는 부모님 그리고 오빠와도 떨어져 전혀 다른 단체를 희망해요. 그 까닭은 제가 인간으로 있을 때부터 부모님이나 오빠보다는 그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이죠. 그 사람은 아직도 인간 세계에 있으나 언젠가는 영계로 와서 제가 기다리고 있는 단체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아직 몇 살 안 되는 어린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갈래요. 어느 단체이건 어머니가 가고파 하는 단체라면 다라 갈래요.”

이 세상에 있을 때 설사 가족이었다 하더라도 정령계에서는 모르되 영계에서는 일단 별도의 단체에 속하게 되면 그로부터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 가족의 경우에서처럼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어린이 그리고 딸은 장차 영계로 오게 될 애인과 함께 같은 단체에 속할 것을 희망했었다. 그러나 결국은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각기 다른 영계의 단체로 가고 말았다.

이상의 얘기를 인간 세계의 인정이나 상식으로 비추어 본다면 너무나도 슬픈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영계의 규정이다. 나는 영계의 율법을 설명하기위해 조금 더 인간과 영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하기로 한다.

원래 인간이란 영계에 속하는 영과 자연계에 속하는 육체로 성립되어 있다는 것은 여러 번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인간을 두 부분으로 분리할 경우, 어느 부분이 영이고 어느 부분이 자연계에 속하는 육체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일까? 이러한 구분은 다음과 같이 밝힐 수가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의 마음의 본성, 즉 마음 그것 속에서도 가장 내면적인 것, 진실한 뜻에서의 지혜, 이성, 지성, 내심의 요구 등 그 인간은 가식 없이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영의 영역이며, 이러한 현상은 모두가 영의 작용이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육체는 말할 나위도 없이 눈, 귀, 코, 혀, 몸의 감각 따위의 육체적이고 표면적인 감각은 모두가 물질계 및 자연계에 근본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육체적으로 죽은 뒤 정령이 되어 정령계로 가거나 영이 되어 영계로 가거나 그 영은 차츰 원래의 영 그 자체로 되돌아간다. 정령이라고 할지라도 처음엔 아직 외부적 감각의 잔재나 외부적 기억을 떨치지 못하나 차츰 이에서 벗어나 원래의 영의 모습으로 돌아가 영적인 감각이 두드러지게 빼어난다.

원래의 영의 모습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나 비근한 예를 든다면 만약 우리가 사회나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털어버리고 한밤중에 자기 방에서 명상에 잠기고 자신의 진정한 마음속을 들여다본다고 하면, 바로 그것이 우리가 원래 지니고 있던 마음의 본바탕이요, 영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것이라 하겠다.

우리가 항간에서 살고 있는 동안에는 도덕, 법률, 예의, 타인에 대한 배려, 습관 그리고 이해타산 등 그물코처럼 외면적인 것에 얽히게 되고, 혹은 지식이라고 하는 표면적인 기억에 사로잡혀 나 자신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영계에서는 이러한 번잡한 것은 일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차차 뿌리치고 영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령계가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가족의 경우도 정령계에 들어간 무렵에는 서로가 얼굴도 닮아 있었다. 그러나 정령계에서 나날을 보내는 동안 인간 세계에 있었을 때의 가족의 혈연 관계 같은 외면적인 인연을 차츰 불식하고 자기 자신의 참된 영의 모습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에 이제는 먼저처럼 얼굴 생김새도 닮은 데가 없다, 그리하여 제각기 단체가 다른 영계로 들어가 마침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것이다. 비록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어린이가 아무리 같은 영계의 단체를 희망했을 지라도 정령계에서 세월이 흐름에 따라 갈수록 멀어져 가는 것은 뻔한 일이다.

정령들은 이렇게 해서 처음 정령계에 들어간 상태(이를 제1 상태라고 한다)로부터 차츰 영에 가까운 상태(제2 상태)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 정령은 풀밭에 앉아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으나 꽤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다. 게다가 쉴 사이 없이 무엇인가 혼자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미쳤는지도 몰라. 그렇잖으면 내 지성과 두뇌가 모조리 파괴되었나봐. 아무리 해도 세상에 있었을 때의 지식을 생각해 낼 수가 없으니 이제 나의 장래는 완전히 암흑으로 뒤덮었어. 아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그러자 영계의 영이 나타나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그렇게 슬퍼하오? 그대의 슬픈 까닭을 들어 충고하리다.”

이에 정령이 슬퍼하는 까닭을 설명해 들려주자 듣고 있던 영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정령은 웃고 있는 영을 원망스러운 듯이 쳐다보았으나 그래도 아직 의혹에 싸인 표정은 가시지를 않았다.

영은 말했다. “그대는 그 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소. 그대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 시절의 표면적인 지식에 불과하오. 예컨대 학자의 지식과 같은 것은 영계에서는 모두 불순물이라고 부르오. 그대가 상기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정령으로서 진보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오. 그러한 표면적인 지식은 단 한 가지도 영계에서는 쓸모가 없는 것이오. 따라서 그대가 슬퍼할 까닭이 없지 앉소?”

정령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듣고 있었으나 불현듯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말을 듣고 모든 것을 알게 되었오. 지식에 대한 기억이 쇠퇴 되면서부터 나에겐 이상한 다른 능력이 주어지는 듯한 느낌이 가끔 들었소. 이는 곧 육체적 인간이 퇴보인 동시에 영적인 성격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란 말이오? 이제 나는 모든 것을 깨달았소.”

그는 요즈음 그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영계의 모습과 영계의 움직임이 때때로 보게 되었고 또한 다른 정령들의 얼굴에서 그 생각하는 모든 것을 알 것 같은 짐작이 들었으며, 때로는 인간 시절의 친구를 생각하면 그 친구의 영이 눈앞에 나타나기도 하는 이상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가 인간이었을 때의 지식은 점차로 생각나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설명했다.

영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시종 미소를 짓고 듣고 있더니, 이윽고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 “그대는 정령으로서의 제1상태를 거쳐 제2상태로 들어간 것이오. 그대가 영계로 떠날 날은 그리 멀지 않으리라”

다음 얘기는 정령에게서 들은 것이다. 그는 어느 날 정령계의 광장 비슷한 곳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홀연히 몸에 탄환이 박힌 듯한 아픔을 느끼고 주춤 걸음을 멈췄다. 무심코 왼쪽을 바라보자 그가 세상에 있을 때, 잘 아는 사이었던 한 사나이의 정령이 그 당시와는 많이 변모한 얼굴을 하고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원한을 살만한 기억이 없으므로 이상히 여기면서 이번에는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왼쪽 사나이의 아내였던 정령이 역시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는 몹시 무서운 생각이 들어 곧 그 자리를 빠져 나왔는데, 뒤를 돌아보자 그 두 정령은 이 세상의 척도로 따져서 10만 미터나 떨어진 간격을 두고 아직도 눈을 뒤집어 깐 채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아직도 그들은 서로 노려보고 있으리라. 그러나 그 이유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는 방금 보고 온 해괴한 광경에 흥분이 가시지 않는 듯 했다. 그의 말을 들어 보면, 이 부부는 세상에 있었을 때 무척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세계에서의 부부란 도시 세상의 관습, 평판, 이해타산 등 외면상의 끊기 어려운 정분과 인연 때문에 맺어지고는 있으나, 마음속으로는 서로 미워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령계에 들어선 당초에는 아직도 그러한 인간계의 기억이 남아 있어 정령계에 와서도 서로 같은 곳에 살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정령계 제2상태로 들어갈 무렵에는 두 사람의 영적인 본성이 종래의 외면상의 본성에서 벗어나 감추고 참던 미움이 노골적으로 들어난다. 아미 이 부부의 경우도 그런 예가 아닌가 한다. 하여간 이러한 예는 정령계에서는 그다지 신기한 예가 못된다.

이러한 예는 그 영적 본성이 흉악한 정령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인간 세계에서의 타산이나 법률에 얽매이지 않는 탓인지 제2상태로 들어갈 무렵이면 흔히 이승에서의 흉악범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흉악해져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뒤로 미루기로 한다.


               정령계에서 영계로

정령계에서 영계로 가는 길목은 참으로 기괴한 현상이 기다리고 있다. 나 자신이 경험한 바를 소개하기로 한다.

그 날은 인간 세계의 표현을 빌린다면 산들바람이 부는 화장한 봄날과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정령계에 있는 어느 들녘의 나무 그늘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들판과 그곳에 있는 정령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상상도 못할 기묘한 생각이 들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바로 화창한 날씨가 무르익을 때였다.

갑자기 나의 시야에서 들판도 정령들도 그 모두가 순식간에 사라져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였다. 어디서 광대한 정령계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산봉우리의 연봉(連峰)이 어느 때보다 무서울 정도로 뚜렷하게 시야 가득히 들어와 박혔다. 그리고 그 산맥은 평소에 보던 것과는 달리 무척이나 가깝게 보였으며, 마치 산봉우리들이 사방에서 발걸음을 맞추어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산봉우리 틈에 눌려 죽는다!”고 생각했다.

놀라운 일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산맥 가운데서도 뛰어나게 높이 솟은 두 봉우리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좌우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문짝이 좌우로 조금씩 열리는 형상이었다. 다음 순간 그 곳에 산맥 너머로 통하는 길이 열렸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저런 ..... . 산이 움직이다니 ........ ?” 나는 목이 바짝 말라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 나는 기절을 했는지 혹은 정령으로 죽었음이 분명했다. 흡사 이 세상에 육체를 가진 인간이 죽듯이...... . 그 뒤로는 아무 것도 몰랐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나에게는 몇 만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주위가 온통 붉은 흙처럼 적갈색으로 싸여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눈을 뜨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간신히 기억을 더듬어 움직이는 산과 산맥 사이에 길이 열렸던 으스스한 광경을 생각해 냈다. 그런 뒤로 현재까지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일들이었다.

...... 나는 그 산맥 사이에 있는 거대한 통로를 통과한 성싶다. 웬일인지 내 몸 전체가 공중에 떠올라 어떤 방향으로 비행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 비행 속도는 매우 느린 것 같기도 했고 또 반대로 맹렬한 속도로 날아간 것 같기도 하였다.

처음 나는 큰 강 위를 날은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 강은 동양의 성스러운 갠지스 강이나 중국의 양자강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넓은 강폭이었고 물줄기는 유유히 흐르고 있는 듯 했다.

강 위를 지나자 눈 아래에 넓은 바다가 보였다. 바다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아니 상상도 못할 짐승과 물고기가 눈에 띄었다. 바다 위를 날으며 나는 내 자신이 가는 방향 저쪽 캄캄한 하늘에 반짝이는 하나의 조그마한 별과 같은 것을 보았다. 바다 위를 한동안 날았을  때 조금 전까지도 작게 빛나던 별이 느닷없이 거대한 불빛의 덩어리가 되어 나를 불살라 버리려는 것을 느끼고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았다.

나는 여기서 또 한번 기절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적갈색의 세계에서 두렵긴 했지만 눈을 떠보았다. “나는 살아있지. 틀림없이 살아있구나!” 이것이 내가 최초로 느낀 감회였다. 눈을 뜬 뒤에 비로소 적갈색에 휩싸인 듯했던 느낌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내 앞에 눈익은 정령계의 광경이란 흔적도 없었으며 보이는 것은 끝간데를 알 수 없는 적갈색의 광막한 세계 ---- 그것은 사막 같기도 했으나 분명히 사막과는 다른 것이었다. ---- 가 펼쳐져 있고 나 홀로 그 어슴프레한 공간에 서 있었다. 이 세계에는 전혀 아무런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 듯 그 흔적 도처히 찾을 길이 없었다. 그야말로 영원한 죽음의 세계였다.

그러나 이윽고 묘한 일이 일어나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적갈색으로 뒤덮힌 죽음의 사막 같은 광막한 세계 저편에 희미한 빛을 발하는 태양 비슷한 것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이 태양이 뜬 높이가 나의 가슴 높이 밖에는 되지 않을 정도여서 이상야릇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이 태양의 희미한 빛을 통해서 보니, 사막의 끝인 시계(視界)선상에 모나고 딱딱한 바위가 드러난 산들이 보였고, 그 산들의 주위에는 고대 이집트의 벽화나 피라밋 내부 현실의 벽에 그려져 있는 것과 같은 전설적인 기사(騎士)라든가 사람들 그리고 환상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 비슷한 것들이 갖가지 모양으로 공중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영계(이곳이 영계라는 것은 나중에 안 일이지만)에 들어가 최초로 영의 소리를 들은 것은 이 때였다. “그대는 영원한 영이다. 여기는 영계이다” 나는 그 소리가 아득히 먼 사막 저쪽에 보이는 바위산으로부터 들려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소리는 되풀이하여 들려왔다 “그대는 이제 영원한 영이다. 여기는 영계이니라” 그러자 소리와 함께 내 눈앞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하나의 그림자처럼 희미한 것이 나를 향하여 서 있었다. 그 순간의 놀라움이 어떠했는가는 상상에 맡긴다. 나의 기억은 놀라움 속에서 소용돌이처 주마등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죽음의 사막과도 같은 적갈색의 광막한 세계 그리고 태양처럼 생긴 광채의 출현, 사막의 지평선에 늘어선 험한 바위산, 전설에 나올 듯한 인물이나 동물의 움직임 게다가 이제는 이상한 소리와 느닷없이 나타난 그 소리의 임자.........  . 내 마음은 잇달아 벌어진 기묘한 사건의 연속으로 압도당하고 말았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러한 사건과 주위의 상황이 지닌 의미를 알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의미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얼핏 깨달았다. 험한 바위산과 환상 속의 인물이나 동물들 그리고 죽음의 사막 같은 세계마저도 어느새 나의 시야에서 사라져 없어진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알아내려고 하던 노력을 잠시 그치고, 앞서 나타난 소리의 임자에게 이 불가사의한 일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는 아직 영계에 익숙하지 않았소. 영계에는 불가사의한 일이 얼마든지 있소. 그러나 머지않아 영계에 익숙해지리라.” 그 영의 말은 나의 놀라움이나 흥분 따위와는 관계없는 듯이 차분하였다. 그 소리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아까 보던 광경이 시야에 나타났다.

이상은 처음으로 영계에 갔을 때의 경험을 그대로 말한 것이다. 나는 그 뒤 다른 영들에게 들은 바, 어느 정령이라도 처음으로 영이 되어 영계로 갈 때에 겪은 일은 매우 사소한 점을 빼 놓고는 대략 나의 경험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이 경험은 모든 정령이 영계로 들어갈 때 다 같이 겪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내가 처음 영계를 경험할 때 만난 영계에서 들은 영계의 예비지식에 관한 대략을 다음에 소개함으로써 영의 안내를 가름할까 한다. 앞서 말한 그 영은 대체로 이렇게 말해 주었다.        

우선 영계의 태양 ----- 그는 이에 대비해서 이 세상의 태양을 자연계의 태양이라고 말했다.----- 아래에 존재하는 영원한 세계가 영계라는 것. 그리고 그 태양은 바로 내가 처음 보았던 가슴 높이 밖에는 안 되는 태양이 그것이라는 것이었다. 영계의 태양은 영계의 전체에 비치어 태양처럼 빛과 열을 뿜어서 생명을 유지시킬 뿐 아니라 자연계의 태양에서는 볼 수 없는 영류(靈流)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특수한 흐름을 영계에 방사한다는 것이다. 또한 영계가 이 세상과 특히 다른 점은 표상(表像)의 세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불가사의한 체험도 표상의 세계인 영계에서는 극히 평범한 일상사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그의 설명은 계속 된다.

먼저 내가 최초로 본 적갈색의 사막과 같은 세계라든가 아득히 보이던 바위산, 환상 속에 나오는 듯한 인물과 동물들은 어는 것이나 내 스스로가 무의식중에 그것을 보고자 희망했기 때문에 보이게 된 것이며, 그것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긴 하지만 보고자 하는 의사가 있고 볼 수 있는 능력(그는 이를 영시력(靈視力)이라고 했다)이 없는 영에게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 눈에도 사막 비슷한 세계 밖에는 보이지 않았고, 다음에 바위산 들이 보이게 된 것은 조금이나마 나의 영시력이 영계에 다소 익숙해졌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또 도중에 이러한 광경이 한번도 보이지 않게 된 것은 내가 다른 일을 생각했기 때문에 아직 발달하지 못한 영시력이 흐려져서 그렇게 된 것이니, 별로 이상히 생각할 것은 없으며, 마지막으로 이 광경을 다시금 보게 된 것은 실상 자기가 보게 해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그 까닭을 말해 주었다.

영은 상대방 영의 머리 속에 있는 생각, 상념(想念)을 마치 자기의 생각처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는 내가 보고 있었던 광경을 자기 시야에 복사해 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시야에서 이러한 여러 가지 광경이 사라진 뒤에는 또다시 자기의 시야에 간직하였던 광경을 나의 상념 속에 투사하여 나로 하여금 그것을 볼 수 있게 해준 것이라고 말하였다.

거기다가 그는 영계의 태양만은 변함없이 나의 시야를 떠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것은 영계의 태양만은 다른 사물과 다른 존재이어서 표상의 대상이 아니라 모든 영계에 똑같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의 설명 전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그의 설명을 듣고 있을 때엔 반쯤은 알 듯 했고, 반쯤은 이해하지 못한 채 머릿속이 혼란하고 초조해질 뿐이었다. 나는 이 일이 있는 뒤 바야흐로 영계의 불가사의한 수수께끼 속에 깊이 말려들게 된 셈인데, 이에 관해서는 다음에서 소개하기로 한다.(계속)  

                 四次元의 世界의 “영계의 手記” / 스웨덴보르그 저 / 청화    

셀라맛 가준Selamat Gajun(시리우스 말로 하나가 되세요)! 셀라맛 카시자람Selamat Kasijaram(사랑과 기쁨 속에서 축복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