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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하디님 올려주신 글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첫사랑에 실패하고는 4~5년 정도를 내내 우울하게 살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일도 거의 없고 크게 욕심나는 어떤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정말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나를 바라봐 주지 않으니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한없이 쪼그라 들었습니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스스로를 천하게 여겼던것 같습니다.

사귀는 사람이 생겼었지만 얼마 못 가 헤어졌습니다.
새 사람을 옛날 그 사람 좋아했던 만큼 좋아하지 못하는데 계속 만나는건 잘못된 일인 것 같았습니다.  나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만큼 많이 사랑해 주지 못하는데 나를 좋아해 주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세월이 가면 잊을꺼야 다독이면서 일년 이년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잊혀지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괴롭히다가... 오년째 되는 해였던가요?

자취방 근처에 있던 외대 교정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어슴푸레 밤이 찾아올 무렵 터벅터벅 걸으며 문득 제 자신이 참 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쌍한 내 마음아, 분명 상처 투성이에 아물지 않은 딱지도 잔뜩 있겠지.'

이렇게 중얼거렸던 것 같습니다.

그 때 희한하게 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마음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었냐 하면 푸른색을  띄는 아주 단단한 보석처럼 생겼었습니다.

분명 상처투성이에 깁고 깁은 누더기여야 할 텐데...

아주 아름답고 완벽한 모양이었고 흠집이라고는 조금도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구조상 상처가 날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닳는다거나 깨진다거나 하는 것이 불가능한 절대불변의 어떤 것이라는 느낌일까요?

그동안 아프다 아프다 하던 게 다 내 착각이고 환상이었구나 싶었습니다.

내가(육체가) 죽어도 티끌만한 흠집도 나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그 때 눈물을 흘렸던가...? 기억은 안 나는데 흘리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쩌면 고통에서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환상이라 해도 충분히 속아주고 싶은 예쁜 환상이었습니다.


그후로 사는게 힘들 때는 눈을 감고 그 순간을 떠올립니다.

마음속으로 멀리 별처럼 빛나는 마음이 가까워지면서 확연히 보이는 푸른 보석.

무엇에도 상처받지 않고 상처줄 수도 없는 영원 불변인 나.



그후로는 옜날 첫사랑을 좋아했던 만큼 그 이상으로 사람을 좋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차이는 건 죽을 맛입니다. ^^ㅋ

내 짝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답글 다세요! ^^;

조회 수 :
1453
등록일 :
2010.03.24
01:38:50 (*.83.10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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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

2010.03.25
00:11:53
(*.172.69.189)
시간이 없어 그냥 제목만 보고 가려 했더니
경준님 글이 눈에 번쩍 ^^

이 글만 읽고 오늘은 물러갑니다.

경준님의 색다른 경험 아주 흥미롭게 읽었고
제 마음도 그럴까 한 번 생각해 보고 갑니다 ^^

그녀와 경준님 모두에게 사랑과 평화 속에 축복이 함께 하길 ....

심경준

2010.03.25
13:24:40
(*.57.153.106)
역시... 적어도 작은빛님은 댓글 달아주겠지...
이런 맘이 있으니까 글쓸 때 편하던데요 ㅎㅎ
사랑과 평화와 축복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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