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에 바퀴벌레 죽이고 죄책감 쓴 사람인데 이번엔 그보다 엄청나게 잔인한 짓을 하였다.
어제 저녁은 냉장고 밑에서 바퀴벌레가 기어나왔다. 보는 순간 짜증이 났지만 어떤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 행동이란 바로 바퀴벌레를 생포해 다리를 몽땅 떼어내버리는 것이었다!!!
날개도 자꾸만 푸드득거리는 게 신경쓰여 날개마저 떼어내 버렸다. 나는 그 다리 없는 병신이 된 바퀴벌레를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 빠뜨려 익사시켰다. 그러고 나서 가위로 병신 바퀴벌레를 3등분으로 토막냈다. 어릴 때 많이 해본 짓이었는데...

나는 극악무도 잔인 끔찍한 인간...
나는 죽어야 된다...
명상을 그러케 했는데도 아직 수행이 덜 됐나부다. 으악~

오늘 퇴근길에 약국에 들러 컴배트 한 상자를 사 집안 구석구석 붙일 거다. 이라크와의 전쟁은 벌써 끝났고 이젠 바퀴벌레와의 전쟁이닷!!!
그리고 문득 궁금한 생각이 하나든다. 저 자비스럽다는 창조주께서 보기만 해도 자비심은 커녕 혐오심만 나는 바퀴벌레를 왜 만드셨을까??? 정말 이해가 안 가는구만! 인간에게 좁쌀만치도 도움이 안 되는 바퀴벌레를 말이다. 소처럼 밭 가는 일도 시켜먹을 수 없고 귀여운 강아지처럼 재롱도 못 피우는 데다 정력제로 잡아먹을 수도 없고... 대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