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들은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복지는 아예 신경을 안 쓰는군요.
경기가 좋아지면 우리가 언제부터 쌀밥 먹었냐고 하면서 그냥 넘어가고
안 좋아지면 지금 경기가 안 좋으니까 그냥 참아라 (이런 말도 안합니다.) 하죠.

아는 분이 회사를 차리셔서 같이 있으려고 왔는데 보면 볼수록 정이 떨어지는군요.
외부에서 볼때는 그렇게 안 보이던 사람이 사장이 되니까 좀 틀려지네요.
사원들 말은 안 들으려고 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 붙이는 성격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말 해봤자 통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외부에서 보면 매우 좋은 사람이거든요.
이런 말 해봤자 저만 욕 먹습니다. 웃기죠. 후후...

그냥 이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점을 몇가지 적어볼까 합니다.
푸념이지만 혹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어서...
(이 시간이면 공부해야 할 자료를 모아야 하는데, 지금 짜증나서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1. 휴가 문제...
이 글을 쓰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죠.
아까 회사 임원과 휴가 문제로 약간 얘기를 했는데 연봉제라서 월차/연차가 없답니다.
그래도 '직원의 편의를 위해' (정확한 발음입니다.) 7일의 휴가를 주는데
꼭 1년이 지나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전 작년에 있었던 회사에서도 연차/월차 한번도 안 쓴 사람입니다.
단지 그때 회사에서 여름휴가 3일 준것으로 가족과 하루 여행 갔다 온게 전부였죠.
올해도 하루 갔다 오려고 휴가를 냈는데 1년이 안됐다고 가지 말라네요.
약 2시간 동안 열받아서 죽을뻔 했습니다.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면서......

전 바로 위에도 말했듯이 휴가 꼬박 꼬박 챙겨먹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월차/연차도 없으면서 1년을 꼬박 다녀야 겨우 7일 주겠다는게 짜증나는거죠.
정말 정 떨어집니다.

2. 연봉 문제
어려운 회사들도 많아서 연봉 문제는 거론 안하려고 하는데, 그냥 푸념입니다.
회사는 작년 초에 세워졌습니다. 전 작년 말에 입사했고요.
거의 신생회사인데, 그래서 그런지 연봉이 좀 작습니다.
제가 경력 7년차 (비공식적, 즉 증명하기 힘든 경력까지 합치면 10년입니다) 인데 2천 안됩니다.
작년에 같이 있던 사람들은 다른 회사에 들어가서 2400 받더군요. (솔직히 그것도 작습니다.)

제가 받는것을 일반 회사 기준으로 연차/월차/퇴직금 다 빼고 계산해봤습니다.
1600 나오더군요. 7년 경력에 1600이라......후후...
(4인 가족 기준 최저 생계비를 연봉으로 계산하면 약 1400~1500이 됩니다.
물론 조금 비약을 시켜서 직장인이 내는 연금을 나중에 받는다는 것등은 제외한 것이죠.)

신생회사이고 경기도 어렵고 해서 연봉이 작다는 것은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그것에 대해 일언반구의 말도 없는지 그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2000년도에 다녔던 회사는 여기보다 많이 받았지만 그 당시에도 작았던 연봉이라
회사에서는 '상품이 안 팔려서', '경기가 안 좋아서' 등등으로 이해를 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아예 그런 말이 없더군요.

힘든 길을 같이 가는데, 앞에 가는 사람이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만 같이 노력하자 라는 말을
해주면 같이 가는 사람은 그래도 위안이 됩니다.
이런 말이 전혀 없는 회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 사장님의 태도
맨 위에 적었던 '언제부터 쌀밥 먹었다고' 이 얘기 저희 회사 사장님이 한 말입니다.
같이 있던 직원이 연봉 계약을 하면서 좀 높게 불렀나 봅니다.
그렇다고 저런 얘기를 직원들 있는곳에서 해야 합니까?
물론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문제지만 그 얘기를 사람들 다 듣는곳에서
한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봉이나 많이 주면서 또는 계속적인 위로라도 하면서 그래도 이해를 할까 말깐데
정말 저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직원이 어떻게 사는지는 신경을 안 쓰겠다는 얘기로 들리더군요.
일본에서 오래 살다 오신분이라 일본은 뛰어나고 한국은 떨어졌다 라는 생각이 강하신 분입니다.

올초에 일본에서 몇 사람이 와서 '교육'을 했습니다.
내용은...? 별거 없었죠. 그냥 e-mail이나 메신저로 해도 충분할 내용이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인재가 없다고 생각되시는지 일본에서 한명 데려올 생각을 하시더군요.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생각이 정말 끔찍합니다.

사원 생각은 하는건지 안하는건지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서 담배를 계속 피십니다.
같이 근무하는 여사원이 심각하게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더군요.
...... 네 그렇습니다. 몇번 담배 문제로 글 올렸던 사람이 바로 접니다. 쩝..
솔직히 얘기하면 그 여사원 약간 좋아하고 있는데, 그때문이라도 다른 회사 알아봐주고
그만두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 담배 연기 계속 맡으면서 일하면 성격버리고 몸 버리겠더군요.

4. 경영진의 사원들에 대한 생각
이곳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왜 붙어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올초까지는 제가 임원->특별한 사람 한명 (외국인)->저외 다른 사람들 순으로
연봉을 받았습니다. 즉, 3번째로 많이 받았다는 얘기죠.
아마 지금은 그래도 좀 오른 사람들이 있을것 같습니다만 얘기들은 안하니...
하지만 오른다고 해봤자 뻔히 보이는 액수입니다.

전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데, 작년에 있던 회사에서 공부에 대한 시간이
안 나올것 같아 이 회사로 옮기면서 공부를 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조금씩 합니다만 저 위의 이유들과 더 해가는 다른 이유들...
공부는 공부대로 안되고 집안의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니까
자꾸 나약한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하고 가끔 얘기를 해보는데, 다들 비슷하더군요.
그런데도 붙어 있는것은... 그 사람들이 착해서입니다.
또는... 저와 같이 뭘 노리고 들어온 사람이겠죠.
(노릴만한게 있긴 합니다만 그래서 들어온 사람도 결국은 연봉 문제로 나갔죠.)
이런 사람들에게 더 해주지는 못할 망정 저렇게 회사 규정을 해놓고
불만 있으면 나가라는 뜻으로 가끔 말을 하니 그런걸 볼때마다 열받습니다.

......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적당히 뻥좀 섞고 적당히 잘난체하며
적당히 아부좀 하면 주위 기준으로 3500은 받을것 같습니다.
(비슷하게 시작하고 비슷한 실력에 5000 받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몇명은 운도 좋고 그렇게 받을만한 인격이라 인정하지만
몇명은 말빨로 그렇게 받는데 정말 인정하기 힘듭니다.)

제가 제일 경멸하는 인간들이 오로지 말빨로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인간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이렇게 점점 실망스러워지니까 정말 흔들립니다.
혹시 계실지 모르지만 프로그래머 분들은 아실겁니다.
말만 조금 잘하면 3500은 절대 어려운게 아니라는것......
(물론 경력 2~3년 해가지고는 말로 먹고 살기도 힘들죠.
그만큼 말로 사기를 치려면 아는것도 많긴 해야 하지만, 저도 그동안 놀지는 않았죠.)

솔직히, 지금 제 나이에 4000, 5000은 필요없습니다.
다만, 가족들과 함께 한달에 두어번 외식이라도 하고 (삼겹살 정도..?)
일년에 한두번 여행이라도 갈 수 있는 수준이면 족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잘난것은 없으니까 더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이 얘기를 하다보니 자꾸만 가족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더 흔들리죠.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되는건데 하면서......
밖에서는 욕을 좀 들어도 가족들을 위한다면......흔들립니다.
(저도 압니다. 이기적이라는것......)

요즘 회사들이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원들의 복지에는 무관심한것 같습니다.
왜들 그러는지 정말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임원진들은 사원이야 어떻든 말든 회사만 커나가면 다라고 생각하는것인지...
잡코리아나 기타 직장인 게시판들을 가보면 정말 인간이라고 부르기 힘든 사장들 많더군요.
그런것들을 보다보면 이런 게시물 적고 싶지도 않아집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행복한거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위에서 해주는대로 받다가는 정말 그것이 진실이고
아무런 불만이 없는지 알고 계속 그대로 나갈것 같습니다.
만약 이 얘기가 사장님 귀에 들어가면 아마 나가야 할겁니다. 얘기가 안 통하거든요.
혹시나 다른 임원진은 어떨까 하는데... 아마 비슷할것 같습니다.
오늘 휴가 문제로 얘기해보니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인것 같네요.

저와 다른 생각을 하시는 분은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시고,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년간은 공부하면서 죽었다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부모님들이 점점 건강이 안 좋아지시니까 심각하게 흔들립니다.

정말 엄청 긴 장문의 글을 읽어주셔서 죄송하고, 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