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말로 가슴이 넓고 따듯한 마음을 가졌지만,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실리를 취할 줄 아는 영리한 사람!
어떠한 감동적인 엔딩과. 엇나간 것을 치밀하게 짜맞춰나가는 쏠쏠한 과정보다도, 처음 시작하는 그 설레임, 두근거림, 긴장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날에 대한 가슴벅찬 희망!  
당신이  언제나 마음속에 담고 있는 것은 옆에 있는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마치 날아갈 것만 같은 희망과 자유, 넓게 펼쳐진 하늘과 대지....
젊음과 활동적인 것, 그러면서도 고요함을 사랑하는 당신의 모습은 마치 바다위를 정처없이 떠도는 조그마한 조각배처럼 넓은 세상을 떠돌며 자유로이 노래하는 음유시인.
나는 내게 물었다. 나는 과연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그러자 내 마음은 답했다.
나는 아름다운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나는 멋진 모험가가 될 수 있다. 나는 위대한 성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과연 멋진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멋진 남편이 될 수 있을까?!(여자라면 반대)
나는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지만,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에는 너무나 더디고 어리숙하지 않은가?
모르겠다.
혹시 있을 미래에 나의 가족들에게, 나의 불완전함으로 인해서 큰 불행을 안겨주기는 싫다.
그런 결혼이라면, 차라리 안하고 말리라.
대신 끝없이 여행하리라. 홀로...
세상 모든 것은 아름다워 보이니, 나는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리라.
어떤 근심걱정과, 힘든 고난도 정겨운 옛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아.
나의 동반자는 고독이지만, 동시에 희망이기도 한 그런 아름다운 인생살이...
하지만 나는 용기가 있다. 어떤 시련도 당해낼 용기와 자신이 있다! 난 자유롭고 젊으니까.
이런 나의 심정. 누가 알아줄까. 이렇게 멋진 나의 포부, 벅찬 가슴 누가 알아줄까.
부모님은 아실까? 가장 친한 친구는 알까. 옆에서 쉴새 없이 떠드는 동창생들, 이런 내 마음 알까.
저 위 하늘에 떠있는 별들은 알아주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자, 무엇이라도 이루어 낼 것만 같던 나의 웅대한 마음이, 왜인지 모르게 자꾸 미어지는 것이었다.
이 세상위에 나를 위해 애써주는 사람은 누구 하나 있을까... 나를 사랑해주는 그대...
내가 힘들 때 옆에서 웃어줄 수 있는 그대의 얼굴... 떠올려지지 않는다.
갑자기, 만화책에서 보았던 이쁘고 해맑은 웃음 지은 여주인공의 얼굴이 떠올려진다.
내가 사랑한 여인은, 만화 속 여인이었나?
난 여태껏 환상속에서 살아왔던가? 아니야, 아니야. 그럴리가 없지~...
남 다르게 유별난 당신,
그래서 남들보다 더 힘들었고 더 행복했었던 당신...
그러나 당신...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마침내 모든 것을 딛고 올라 기어이 대박을 터트릴 것입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당신은 절대로 대박이 될 것입니다. 이런 당신의 무궁무진한 젊음. 절대로 헛되이 흘려버리지 마세요! 하늘은 당신을 위해 빅 이벤트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경품도 푸짐하대요! 하늘이 수없이 바뀌고 구름이 언덕 저 너머로 흘러가버리면, 언젠가는 세상이 당신의 지혜와 경험을 필요로 할 때가 올 터이니, 그 옛날, 지팡이와 봇짐, 삿갓 하나에 의지한 채 정처없이 떠돌이 나그네 인생을 걸었던 이름 없는 수많은 조상님들의 위대한 영혼의 씨앗이 당신의 마음속에 곱게 심어져 있습니다.
당신은 나그네의 인생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너무나 자유로워 졌으니, 같이 떠납시다, 다시 나그네 길을 걸어가야죠.
당신이 스스로 만들었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고독한 나그네 인생, 하늘은 당신에게 미소짓습니다. 나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갈 길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나는 오늘도 조그마한 제단을 만들고, 그분들을 위해 제사를 지냅니다.
예전에 나와 비슷한 길을 홀로 용감히 걸어가셨던 이름 없는 그분들... 역사에 이름하나 남기지 못하고 어느 깊은 산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셨던 그분들... 가슴속에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벅찬 열정과 사랑을 가졌으면서도, 아무도 기억해 주지 못하였던 그분들...
이제 당신이 이어가십시오. 당신이 바로 그분들의 자식입니다. 당신의 자식은 따로 있습니다. 자식이란 것은 반드시 자신의 피가 섞여야 되는 것이 아닙니다. 머나먼 훗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결혼하지 않겠다고 떼쓰는 어느 젊은 청년이 있다면, 그는 이미 당신의 자식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외톨이가 아닙니다. 당신에게도 인간의 가족이 있단 말입니다!
복잡한 건 다 때려 치고 꿀리는 대로 사세요! 당신에게 있어서 세상은 너무나 만만해요! 당신의 열정과 희망, 자유... 온 세상에 대적할 만한 용기를 갖춘 당신... 길은 어느 방향으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다같이 함께, 손잡고 같이 가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