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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의 유래에 대하여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의 10월은 국정공휴일이 많은 달이다. 국군의 날로부터 시작해서 개천절, 한글날까지 이어진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징검다리 휴식을 선사하는 10월은 한없이 고마운 달이다.
그러나 무작정 단풍구경만 갈 것이 아니라 그날이 갖는 의미에 대해 한번쯤은 숙고하며 관련된 글귀나 기념행사 정도는 보아야 쉬는 의미가 더할 것이다.

개천절은 모든 국경일 가운데 으뜸이 되어야 할 날이다. 우리 겨레의 뿌리를 마음에 되새기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개천절은 모든 국정공휴일 가운데 가장 초라한 행사로 끝나는 날이다. 지금의 한국사람은 이 나라와 이 겨레 생긴 날보다 예수님, 석가님 탄생일에 더 의미를 보태며 그날은 온 나라가 법회와 크리스마스행사로 들썩거린다.

환웅, 단군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섭섭하시겠지만 당신의 후손들은 개천절을 쉬는 날 정도로 아주 단편적으로 알고 있을 뿐 그 유래도 모른다. 그날 단군 할아버지 기리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태극기도 제 때 안 건다. 걸어도 거꾸로 건다. 그 나라가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르고 못하고 관심도 없다. 심지어 이런 볼멘 소리까지 한다.

우리는 단일민족이 아니며 여러 피가 뒤섞인 혼혈잡종이므로 단군의 직계후손이 아니라고, 그러니 시조(始祖)니 국조(國祖)니 따위의 말도 과감히 없애자고, 환웅 할아버지 단군 할아버지 찾는 것은 편협한 국수주의 발상이요 사상과 종교의 자유가 있는 이 나라의 국민적 화합을 해치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허허, 이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이르게 되었단 말인가? 그렇게 말하는 혼혈잡종 인간도 단군의 자손이건만.

월드컵도 치르고 제법 국제무대에 설만큼 나라 껍데기는 미끈해졌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기억상실증에 걸려있다. 부디 이 글귀를 읽는 분이 그런 분이 아니길 바라며 개천절의 유래를 아주 간략히 적는다.

개천절이라는 말은 실존 인물이셨던 환웅천황께서 백두산 신시(神市)에서 배달(倍達)이란 국호로 나라를 개국하신 날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민족이 배달겨레가 된 날이다. 지금도 배달겨레라고 부르지 않는가?

엄밀히 말해서 개천절은 10월 3일이 아니다.
개천절에 단군성조를 기념하는 것은 역사단절이 빚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10월(上月) 3일은 단군 할아버지께서 조선(朝鮮)을 개국하신 날이다. 우리 겨레가 단군의 자손이요 조선민족이 된 날이다. 그리고 그날 단군성조께서는 조선 강역을 삼분(三分)하여 삼한(三韓: 韓國)이라 하셨으니 우리 민족이 비로소 한국사람이 된 날이다. 여기서 잠시 개천(開天)의 뜻을 알아보자. 조선 중종 15년 이맥(李陌) 찬술(撰述)한 『태백일사』의 「신시본기」에 자세히 밝히고 있다.


개천(開天) - 성인을 보내 세상을 다스리는 것(遣往理世)이 ‘개천(開天)’이다. 하늘의 뜻을 밝혀 역사의 새 시대를 열어줌으로써(開天故), 능히 만물의 질서를 창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곧 이 세상이 하늘의 뜻(천리)과 부합되어 일체(虛粗同體)가 되는 것이다(遣往理世之謂開天, 開天故, 能創造庶物, 是虛之同體也)

개인(開人) - 인간세상을 사랑하여 크게 발전시키려 하는 것(貪求人世)이 ‘개인(開人)’이다. 사람들의 마음자리를 열어 주어 새 진리로 도덕을 세움으로써(開人故), 기강과 질서가 바로잡혀 세상일이 순환하게 된다. 이로써 육신과 함께 영혼이 성숙해(形魂俱衍) 간다(貪求人世之謂開人, 開人故, 能循環人事, 是魂之俱衍也)

개지(開地) - 산을 다스려 길을 내는 것(治山通路)을 ‘개지(開地)’라 한다. 땅을 개척하고 만물의 질서를 바로 잡음으로써(開地故), 1년의 4시와 때에 알맞은 일을 지어서 세상일이 변화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개척의 삶을 통해 지혜를 함께 닦게(智生雙修)된다(治山通路之謂開地, 開地故, 能開化時務, 是智之雙修也)


다시 말해서
개천절은 환웅천황께서 인류문명을 개벽(開闢)하신(開天立敎) 날이며 개벽정신으로 배달나라를 창건하신 날이다. 개천(開天)이란 말은 우리의 선조들이 우주의 창조관인 개벽원리를 일상 속에 생활화한 실례를 보여준다.



『태백일사』「환국본기」에 이르기를, “대저 일체의 천지만물은 ‘개벽운동’으로 삶이 열리고, ‘진화운동’을 따라 삶의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지며, 천지일월이 ‘순환운동’을 하여 만물이 존재할 수 있게 된다(凡天下一切物, 有若開闢而存, 有若進化而在, 有若循環而有).(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고 하였다. 이처럼 태고적 우리의 선조들은 저 광활한 우주심연을 거닐며 인생의 본질적 의미를 깨우치셨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在世理化), 광명이세(光明理世)…고대의 어떤 민족이 이 같은 인류보편정신을 나라의 창건이념으로 내걸었던가? 그리고 우리 겨레가 선조들이 품었던 숭고한 이상을 재현하게 될 날은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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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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