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문화] - [해외피플] 부시父子 '음모' 다룬 다큐제작
[한국일보 2003-04-10 21:43:00]

지난달 25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라크전에 반대하며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겨냥해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Mr Bush, Shame on you!)라고 외쳐 야유와 환호를 동시에 받았던 마이클 무어(49) 감독이 이번에는부시 대통령 부자에게 동시에 활을 겨누고 있다.

무어 감독은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볼링 포 콜럼버인’에 이은 새 다큐멘터리 ‘화씨 911’(Fahrenheit 911)을 제작하기 위해 멜 깁슨이 운영하는 아이콘 프로덕션에 투자를 의뢰했다. ‘화씨 911’은 미국이왜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는가를 부시 대통령 부자와 알 카에다 지도자오사마 빈 라덴의 숙명적 관계를 통해 파헤칠 예정이다.

그는 영화사를 통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9ㆍ11 테러의 비극을 어떻게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합리화하는데 이용했는가를 파헤치는 동시에 부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음모도 공개할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어 감독은 부시 전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의 아버지인 사우디 석유왕모하메드 빈 라덴이 은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9ㆍ11 테러 발생 2개월 전까지도 빈 라덴 일가와 유착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CIA를 통해 은밀히 오사마 빈 라덴을 지원해 온 과정도 영화에 담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폭력성이 대중의 공포를 조장하는 정치, 언론 때문이라고 주장해온 그는 최근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맹공을 받고 있다. “영화배우 찰턴 헤스턴이 이끄는 전미총기협회(NRA)같은 우익단체가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에 대해 반대 운동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볼링…’은 찰턴 헤스턴은 빈발하는 총기 사고의 원인으로 “백인 선조들이 세운 미국이 다인종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볼링…’은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일어난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사건을통해 미국적 폭력의 뿌리를 더듬었다. 무어 감독은 “1963년 11월25일 일요일 오후 2시쯤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잭 러비가 하비 오스왈드의 옆구리를 쏘는 모습을 보았다”며 “미국인의 폭력에 대한 나의 고민은 그렇게시작됐다”고 말했다.

“콜럼바인 고교 사건 때도 모든 학생들이 머리에 손을 얹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경찰 눈에 모든 학생이 용의자였던 것이다. 그들은 정신병자가 아니라 평범한 아이들이었는데….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 ‘볼링 포 콜럼바인’을 제작하게 됐다.”

그는 “똑똑한 학자와 기자가 많은 미국에서 왜 이런 일을 내가 해야 하는가”라고 언론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