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달러화 전선에 의기투합한 中.러

드디어 올것이 왔다. 중국과 러시아 총리는 양국간 교역을 달러없이 하자는데 의기를 투합, 달러체제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일명 新브레턴우즈체제) 구축을 위해 내달 15일 워싱턴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과 달러의 향배가 크게 영향을 받게 됐다. 그동안 적지 않은 나라들이 달러중심의 국제통화체제에 속으로 불만을 달래왔다.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때문에 달러는 기갈상태에 빠졌고 각국은 달러조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국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10월들어 주가폭락과 환율폭등은 일상다반사처럼 되었다. 금리인하등 응급처방책을 내놓아도, 정부가 초강수 대책을 약속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지금도 진행중이어서 얼마나 오래갈지,그리고 얼마나 더 큰 충격을 줄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는 것이 금융가의 분석이다. 대부분 나라들이 정도는 달라도 비슷한 처지에 몰려 있다.이제 소비,무역등 실물로 주름살이 급속히 번지는 중이다.그래도 미국이나 달러 탓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국가는 없다. 자칫 불만을 들어냈다가 미국주도의 국제경제질서에 외톨이가 될 공산이 큰 데다 상품을 많이 팔아주는 미국의 미움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더구나 미국에 불만을 드러내 봤자 뾰족한 해결책을 얻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달러스왑확대등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구제통로마저 막혀버릴지 모를 일이다.한국은 다행이 29일 미국과 300억달러 스왑협정을 체결해 외환시장 안정을 기대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총리가 첫 총대를 맸다.푸틴 러시아 총리는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게 양국 거래에서만이라도 달러를 쓰지 말고 루블화나 위안화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두나라간 한해 교역규모는 500억달러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탈 달러화,금융의존의 탈미국화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주목이 된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의 마음을 읽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총리는 2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3회 중러 경제고위포럼'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연설을 통해 "지금이 새로운 국제금융질서 건설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며 러시아의 제안에 사실상 합창을 보냈다.이날 원자바오 총리의 연설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다른 통화들이 나눠 가져야 한다는 중국 기존 입장의 연장선이다. 중국은 위안화를 비롯해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이 무역대금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기축통화의 다극화 체제를 원하고 있다. 스젠쉰(石建勛) 중국 퉁지(同濟)대학 경제학과 교수(인민일보 컬럼니스트)는 "음울한 금융위기의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미국이 달러화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세계의 부를 착취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이제 세계는 미국이 국제경제에서 유지해온 지배적 지위와 달러화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침없는 발언을 거듭해 왔다. 러시아도 중국과 비슷한 생각을 여러차례 밝혔지만 중국과 의기투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푸틴 총리의 제안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생각이기도 하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이 금융 위기를 전세계에 '수출'했다고 비판해 왔고 국제사회를 고통에 빠뜨린 신용 위기도 '미국의 잘못된 금융시장 관리'에서 비롯됐다고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현 달러기축통화체제의 문제제기에 중국과 러시아외에 몇 나라들이 동참을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국제금융질서의 새 패러다임으로 신브레턴우즈체제를 주창했던 프랑스 사르코지 총리나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의 반응도 궁금하다.중국과 러시아는 먼저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과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그 어느때보다 막강하다.중국과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각각 세계 1위와 3위다.중국은 약 1조 800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외환보유고는 5157억달러 가량으로 추정된다.이번 금융위기 공조의 성패도 이들 나라들의 협조여하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만의 연대외에도 미국과 달러에 맞서는 전선이 늘고 있다.남미와 중동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4개 회원국과 8개 준회원국은 역내 무역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사용을 줄이고 자국통화 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이들 국가들은 최근 열린 이 확대회의에서 세계은행(IBRD)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미주개발은행(IDB)등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한 남미은행의 가동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자는데도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남미은행의 본부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들어설 예정이며, 100억달러로 정해진 초기 자본금 규모를 가입국 증가에 맞춰 200억달러까지 늘릴 방침이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 걸프협력협의회(GCC) 회원국들도 27일 열린 회의에서 단일통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술탄 빈 나세르 알 수와이디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 총재가 밝혔다. 반 달러전선이 얼마나 크게 확대될지 이번 G20은 큰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G20에서 기축통화의 문제거론이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고 갑작스런 변동이 금융시장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할 수도 있지만 이것과는 상관없이 지역간, 양국간 거래통화에 대한 새로운 지역협정들이 이어질 경우 달러중심의 거래와 금융질서는 와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직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달러가 설 땅을 점차 잃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는 지기전 노을을 붉게 물들인다고 한다.지금 달러를 석양으로 비유하는 이들이 많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고 했던 누리엘 루비니(Roubini) 뉴욕대 교수,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Soros),1987년의 '블랙 먼데이'를 맞혔던 월가의 '닥터 둠(Dr. Doom)' 마크 파버(Faber) GBD리포트 대표 등은 달러가 휴지조각으로 될 날이 멀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메경인터넷 한배선 뉴스센터장][ⓒ 매일경제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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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08:23:57 입력, 최종수정 2008.10.30 08:2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