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밖으로 출입을 하시다.


어린 시절 봄날 농경제를 통하여 본 헐벗고 고생하는 농민들의 모습과, 자신의 호화로운 궁중생활에서 이율배반적인 모습에 불평등의 해소와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색하게 된다. 특히 농민들의 괴로움이 계기가 되어 삶에 근원적인 괴로움을 찾게 되었고 좀 더 발전하여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삶의 괴로움을 없는 방법에 대하여 왕자의 고뇌는 깊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왕자는 왕궁에서 벗어나 성밖을 나가길 원한다. 왕은 왕자의 원을 들어주기 위하여 왕자가 놀러 가는 길에는 모두 깨끗하게 청소를 시키고, 꽃과 향유를 뿌리게 하고 갖가지 꽃과 깃발로 장식케 하여 지상의 낙원처럼 보이도록 하고, 걸인과 병든 자, 노약자, 불구자들을 보이지 않게 하며 대대적인 거리 정화를 하도록 하였다.  
  
1) 동문

왕자는 왕족으로서 위신과 세력을 나타내며 온갖 의장품으로 꾸민 호위병들과 4마리 백마가 끄는 수레는 아름답고 화려한 치장을 하고 성의 동문을 통하여 밖으로 나아갔다.  왕자는 깨끗하게 장식된 길거리에서 지팡이를 의지하며 쓰러질 듯이 걸어오는 노인을 보았다.

노인의 얼굴은 깊은 주름에 일그러져 있고, 이는 빠져서 우물거리고 있으며, 머리카락은 희어 듬성듬성 빠져나갔으며, 허리는 굽을 대로 굽어 지팡이에 의지하여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지만 계속 몸은 떨고 있으며, 쾡 하니 파인 눈에는 눈물과 누런 눈곱이 가득 끼었으며, 더욱이 콧물과 침은 질질 흐르며, 몸에서는 형언하기 힘든 냄새가 나는 누추한 늙은이를 본 것이다.

이를 본 왕자는 마부 찬다카(Candaka, Canna;車匿)에게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어찌하여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가?" 마부는 솔직하게 대답을 한다. "이 사람은 늙은이입니다. 전에는 젊었지만 점점 쇠약하고 원기를 잃어 몸을 가누기 어렵고, 모습은 추해져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모든 사람은 이 늙은이와 같이 늙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왕자는 말한다."그럼 나도 저와 같이 늙는가?"
"왕자님, 태어난 것은 귀하거나 천한 것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늙습니다. 늙는 괴로움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왕자는 생각을 했다.'내가 비록 호화로움을 다 누리고, 부귀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나도 결국에는 늙어야 하니, 아∼ 괴롭고 슬프구나.'

*"그때 정거천(淨居天)이 길거리에서 몸을 변하여 노인으로 화하여 나타났다.
몸은 추하고 괴롭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왕자는 전율을 하며 마부에게 물었다. 마부는 정거천의 신통력에 끌려 말을 하였다. "저자는 늙은이입니다."
"세간에서는 무엇을 늙었다고 하는가?"...

"무릇 늙었다 함은 기력이 쇠잔해지고, 정신이 혼미하며, 모든 기관이 점점 쇠퇴하여 음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뼈마디는 서로 어긋나며, 눈은 흐리고 귀는 어두우며, 돌아서면 문득 잊어버리고, 하잖은 말을 들어도 갑자기 슬퍼지며, 앉거나 서는 데도 혼자서는 힘이 들고, 눕더라도 편하지 않습니다.
          
노인이 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기에 자식과 친척에게 구박을 받으며, 의지할 곳을 잃고, 남아 있는 목숨도 오래지 않아 아침 아니면 저녁에는 마치게 됩니다. 이것을 늙음이라고 합니다."  (불본행집경 제14권 출봉노인품16)

왕자는 상쾌한 기분으로 소풍을 나왔지만 누추한 노인을 보는 순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소풍을 멈추고 왕궁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정반왕은 왕자가 출가할까 염려가 되어 더욱 쾌락에 빠지도록 호화스런 생활을 하도록 한다..
            
2) 남문

그러던 어느 날 왕자는 다시 성 밖으로 소풍을 나아가길 원한다. 왕은 지난번의 있었던 일을 경험 삼아 더욱 경비와 거리 정화를 강화하며 시종들과 경호 대장에게 주의를 준다. 왕자는 남문을 통하여 마차를 타고 나아간다. 길을 나아 간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이번에는 병든 사람을 만난다.

몸은 여위고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으며, 고통을 이기지 못한 신음소리는 곁에 있는 사람도 차마 들을 수 없을 정도이며, 더욱이 자신의 배설물 위에 누워 악취까지 풍겨가며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는 것이다.

왕자는 이번에도 마부에게 묻는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마부는 이번에도 솔직하게 대답을 한다.
"사람이 늙고 쇠약해지면 병이 듭니다. 장과 위가 말라 음식도 먹기가 힘이 들며, 고통을 참는 신음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목숨은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살려고 해도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럼 나도 저렇게 병이 느는가?"
"예, 왕자님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이 듭니다. 피할 수 없습니다."

왕자는 이번에도 속으로 생각을 한다.
"모든 이들이 병자를 보고 장차 자기에게 닥 칠을 미리 알려고 하지 않는구나.
나의 젊음도 저와 같을 것이 아닌가?"
왕자는 수레를 돌려 다시 왕궁으로 돌아간다.  

3) 서문

다시 어느 날 왕자는 소풍을 가기 위하여 서문을 통하여 마차를 타고 왕궁을 나아간다. 물론 경비와 거리 정화는 더욱 엄격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버지 정반왕의 입장에게서는 자신의 아들의 출가한다는 예언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왕자가 지난번 두 번에 걸쳐 본 현실에 대하여 침울한 생각에 잠긴 것을 본 왕의 걱정은 태산 같았다. 왕은 대신들과 생각을 내어 이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길 양쪽에 휘장을 치고 아무도 길거리에 나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드디어 왕자가 성밖을 나아가는 날이다.

그러나 성밖을 나가 얼마 되지 아니하여 길거리에서 죽은 시체를 부여잡고 슬프게 통곡하는 가족들과 친척들을 보게 되었다. 그것을 본 왕자는 마부에게 물었다.
"저것은 무엇인가?"
"왕자님 저것은 죽은 시체입니다."
"죽음? 죽음이 무엇인가?"

그때 하늘 사람이 나타나 설명을 해준다.
"왕자여,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사대(四大; 地 水 火 風)의 요소가 모인 것이고, 죽음이란 이 네 가지 요소가 각각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혼이 육체를 떠나 생명의 불이 꺼지는 것입니다. 죽으면 부모형제와 헤어져야 하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다시는 보지 못합니다. 사람의 목숨을 풀잎에 맺힌 이슬과도 같이 순식간에 스러지고 맙니다. 사람들의 세상살이란 아무리 귀하고 천해도 죽음 앞에서는 한 바탕 꿈입니다. 왕자여! 지금 그대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소풍을 멈추고 왕궁으로 돌아온 왕자는 충격적인 모습에 말을 잃고 더욱 명상에만 잠기는 날이 많았다. 왕자의 귓전에는 그의 말이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왕자여, 그대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늙고 병들고 죽음이라는 절실하고 급한 현실에서 왕자는 진정한 행복을 위한 출가의 결심은 더욱 굳어만 진다.
  
4) 북문

드디어 태자는 마지막 남은 북문을 통하여 다시 소풍을 나아간다. 왕은 동, 남, 서문을 통한 경험을 되살려 최상의 경비와 거리 정화를 하였다.  성문 밖을 나아가 이번에도 얼마 되지 아니하여 출가 사문을 만난다.

머리와 수염을 단정하게 깎고, 몸에 가사를 입은 출가 사문은 눈을 높지도 낮지도 않게 뜨고 앞을 똑바로 보면서 늠름하고 당당하게 걸어오는 것을 본 왕자는 '이 사람이 누구인가' 하고 놀라움과 존경에 가득 찬 눈길로 보고 마부에게 묻는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왕자님, 저 삶은 출가하여 수행을 하는 사람입니다."
왕자는 자신도 모르게 마차에서 내려 출가 사문에게 예배를 하였다. 그리고 물었다.
"출가 사문이여, 출가를 하면 무슨 이익이 있습니까?"
"출가를 하면 고통에서 벗어나는 수행을 하여,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고 마음과 행동이 조화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에서 영원히 해탈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출가의 법입니다."

왕자는 그 동안 성밖을 출입할 때마다 받았던 충격을 말끔하게 씻어버리고, 출가의 의지를 굳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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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둠의 세계는 타파되었다


보살은 동녘에 뜬 새벽 별의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드디어 중생들을 어둠의 세계에서 광명의 세계로 인도하실 위대한 붓다가 된 것이다. 보살은 스스로 위 없는 바른 진리를 깨달았음을 사자와 같이 큰 소리로 선언하신다.


“이제 어둠의 세계는 타파되었다.
내 이제 다시는 생과 사 그리고 고통의
수레에 말려들지 않으리라.
이것을 번민의 최후라고 선언하며
이제 여래의 세계를 선포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