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심 훈-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 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 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 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겟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