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전화하는 여자 매력없다? 남자가 말하는 진실
조선일보  07.8.23

8년 넘게 라디오에서 연애상담을 하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자들에겐 ‘신화’하나가 있다는 것이다. ‘남자는 먼저 전화하는 여자에게 흥미를 못 느낀다’는 명제가 바로 그것.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러나 정작 “왜 그럴까?”란 질문엔 답을 하지 못한다. 며칠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만난 20대 여성이 들려준 얘기도 이와 비슷했다. “남자들은 꼭 어린 아이 같아요. 여자들이 먼저 다가가면 흥미를 잃던데요.”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에 난 슬쩍 딴죽을 걸었다. “왜 그럴까요?” “남자들은 원래 도도한 여자를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대답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그녀의 답은 맞을 수도 있지만 또 틀릴 수도 있다. 자, 하나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한 남자 앞에 평생 동안 꿈꿔왔던 여자가 나타났다고 치자. 외모, 성격, 취향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게다가 이 여자도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며 연애를 시작하자고 한다. 이쯤 되면 누구나 ‘해피엔딩’을 예상하겠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여자가 남자에게 편하게 전화를 걸기 시작하면 남자는 새로운 고민에 직면한다. ‘이렇게 쉽게 만날 수가 있나, 어떻게 이런 여자가 내 여자가 됐지?’, ‘완벽한 여자라면 나같은 남자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 다시 말해 그녀가 나의 ‘마돈나(Madonna)’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 즉 ‘마돈나 콤플렉스’가 시작되는 거다. 이 불안은 곧 ‘이 여자는 내가 꿈꿨던 여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고, 남자는 결국 이별을 선언하게 된다.

하나 더. 남자들을 기본적으로 사랑보다 자유를 신봉한다. 가수 스팅이 속해있던 그룹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는 ‘당신의 숨결 하나하나까지 지켜보고 있다’고 노래한다. 낭만적인 가사지만, 때론 여자들의 이런 행동이 남자에겐 스토킹보다 큰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다시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충동을 낳기 때문이다.

어디서 다 들어본 분석이라고? 더 중요한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다. 어떤 여자가 직장에서 몇 달 동안이나 한 남자를 짝사랑했다고 가정해 보자. 절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는 남자를 보면서, 여자가 참다 못해 용기를 내어 “이번 주말에 영화 같이 안 보실래요?”라고 묻기에 이른다. 남자는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주말에 다른 약속이 있어서요.” 남자의 표정에서 이미 이 짝사랑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님을 감지한 여자는 친구들에게 말한다. “쳇, 남자들은 먼저 말 거는 여자에게 흥미를 못 느끼나 봐.”

과연 그럴까? 여자들이 이런 이론을 퍼트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자기가 남에게 거절 당했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남자들의 심리 탓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냉정한 충고 하나 더. 그 남자가 몇 달 동안이나 여자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면, 그건 당연히 그녀에게 별다른 매력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흥미가 없다는 뜻.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말을 먼저 걸면 당연히 대답은 ‘아니오’일 수밖에. 여자들은 “남자가 지나치게 소심했다”고 우기고 싶겠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자, 정리하자. 연애에 ‘신화’는 없다. 다만 ‘핑계’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