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속셈 - 왜 미국은 냉전을 버리고 테러를 선택했나?


최근 9·11의 '음모'를 다룬 다큐 동영상 '루스 체인지'가 화제다. 이 다큐 강추이다. 특히 나레이션이 마음에 든다. 이런 동영상이 나도는 것은 시간의 문제였지 매우 필연적인 것이다.

부시도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했다고 '드디어' 인정했고 알자르카위가 죽었음에도 미군은 이라크와 산악오지 아프카니스탄의 수렁에서 아직 헤매고 있다. 9·11 이후 앞뒤 안보고 달려온 부시의 강공 드라이브의 약발이 확실히 떨어짐과 동시에 강력한 카운터어택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 동영상의 내용이 사실이던 아니던 미국은 테러를 간절히 원한다. 그래야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있고 소위 '군산복합체'의 활로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90년대 초까지의 냉전은 생각만큼 그들에게 돈을 갖다주지 않았다. 냉전은 그야말로 cold war, 무기를 파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그 냉전은 구 소련을 필두로 한 동구 수구좌파 정권이 연이어 자멸함으로써 해체되어 버렸다. 새로운 테제가 필요했다.

그들은 새로운 테마를 곧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테러리즘. 테러리스트는 빨갱이보다 그 개념의 외연이 확연히 넓어질 수 있다. 이념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미국에 반기를 들면, 아니 미국의 자본에 저항하면 곧 그 국가는 테러리스크 국가, 불량국가, 악의 축이 된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자본과 기업의 진출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 미국 기업들에 마음 놓고 비즈니스를 하지 못하게 하는 국가가 있으면, 테러리스트 국가로 '지정된다.' 외연은 무한대로 확장 가능하다. 테러리즘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 미국자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테러국가'로 규정해 버린다. 허울 좋은 이념은 필요 없다. 빨갱이라도 해도 시장만 개방하면, 무기만 사주면 만사 오케이다. 테러국가로 지정된 후에는 즉각적인 위협과 폭격, 어마어마한 무기매매가 따른다.

근데 테러의 실체는 실제로 테러를 당해보지 않고서는 잘 알 수 없다. 테러리스트들은 국가단위가 아닌 소규모 단체 또는 조직으로 움직인다. 때로는 개인으로 움직일 때도 있다. 우리는 TV나 방송에서 테러의 결과는 줄곧 봐왔으되, 그 과정은 보지 못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테러의 효과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역사적으로 '성공적인 테러'도 드물다. 그러니 사람들은 테러를 무시한다. "뭐, 별로…." 이 경우 미국이 '테러국가'로 지정하더라도 공격할 명분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국민과 의회, 언론으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지도 못한다. 때문에 테러의 실체를 보여줄 충격이 필요하다.

테러의 실제 모습을 미국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줄 뿐 아니라, 가급적 그 모습을 최대로 키울 필요가 있었다. 9·11일 우리는 그것을 봤다. 대규모로, 백주 대낮에, 미국의 상징적인 건물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그것도 비행기 충돌이라는 가장 충격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장면을 생생히 라이브로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마침 그때 그 장소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그 비행기 충돌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참 선명히도 볼 수 있었다(월드트레이드 센터 같은 기념비적 건물은 24시간 내내 어디선가 촬영되는 모양이다). 또,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시작되고 끝나야 한다. 질질 끌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상징 쌍둥이 건물은 신속히 드라마틱하게 무너져내려야한다. 그래야 그 잔해와 함께 그 안에 있던 증거물(블랙박스류?)을 신속히 없앨 수 있다.

토를 달거나 의문을 제기하거나, 진상을 조사하자고 주장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아야 한다. 서둘러 무너뜨리고, 잔해를 치우고, 증거를 없애고, 그리고 빈 라덴과 19명의 테러리스트 명단을 신속히 발표하여야 한다(이 명단발표는 참으로 빨리 나왔다. 공격 당일까지 아무 것도 몰랐던(?) 정보기관들이 테러리스트 명단은 어찌 그렇게 신속히 확보했는지!). 누가 이 테러를 주도했든 그들은 역사상 어느 장면도 주지 못했던 충격을 전해주는데 성공했다. 테러의 목표는 달성됐다.

그 이후 조치는 모든 것이 속전속결이다. 애국심이 넘쳐흘러 의심과 반론은 묵살되었다. 애국법이 만들어졌고 국토안보부가 신설되었다. 극우세력은 국민들로부터 신체포기각서를 받았고, 정보기관은 감청했으며, 의회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다. 국방 및 반테러 예산과 조직은 급증했다. 언론은 감시와 비판을 포기했다.

미국이 그럴듯하게 내걸어왔던 건국이념과 전통적 가치는 가차없이 버려졌다. 드디어 군수 자본이 가면을 벗어버리고 전면에 등장한다. 군산복합체는 신속히 공장을 돌렸고, 전 세계 시장으로 내달렸다. 부시가 말했듯이 세계는 "테러국가와 반테러국가"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에 시장은 풍부했다. 테러국가에는 공격이 가해졌고, 반테러국가에는 무기를 팔았다. 시장은 무한대로 확대되었다.

오늘 또 하나의 흥미 있는 기사가 떴다. '애국심' 조사에서 미국이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이제 미국의 기업들은 '애국심'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애국심월드컵'에서 우승했다는 것은 그들의 (애국심 고취)전략이 적중했고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미국은 경쟁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으며, 이것을 만회하는 유일무이한 길은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애국심은 테러에 의존하게 되었다. 냉전이 없어지고 미국 상품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지금, 테러를 둘러싼 강공 드라이브가 미국을 패권국가로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테러를 필요로 할 것이다. 테러의 주체가 누구든… 지난날 우리가 주기적으로 '간첩사건'을 보아왔듯이, 미국에서는 요즘 '대형테러 예보'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게 그 때문인가?

9·11은 생존의 갈림길에 섰던 미국과 그 군산복합체에는 결정적 반전의 계기를 제공했다. 테러의 충격으로 미국은 군사력을 무제한 행사할 수 있는 전권과 명분을 얻었고, 길게 잡아 20~30년 동안 '소비시장'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형사고를 친 게 정말로 9.11 직전에 파키스탄의 미군병원을 방문했다고 알려지고 있고, 지금은 아프칸 산악 오지에서 미군에 쫓기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이란 말인가? 대체 못 잡는 것인가, 아니면 안 잡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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