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째 밤을 맞이했다. 고타마는 무위의 경지에 들려고 누웠다. 지난 밤의 감격이 밀려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흘렀다.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출가 6년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기로 하고 명상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명상에 잠기면 고타마의 마음은 우루벨라의 숲처럼 조용하고 편안해져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명상을 풀고 눈을 뜨니 동쪽 하늘이 희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하룻밤이 눈 깜박할 사이에 흘러간 것이다. 고타마가 다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려는데 앉아 있는 자신의 몸이 점점 커져 갔다. 비와 이슬을 막아주던 보리수를 벗어나 가야 다나의 땅이 눈 아래로 내려다보이기 시작했다.

고타마의 의식이 점점 넓어지면서 대지가 멀어져 갔다. 그러나 대지가 가까이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고타마의 의식은 땅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보리수나무와 우루벨라의 숲, 가야 다나의 땅이 한눈에도 생생하게 보였다.

고타마의 의식 확대는 그 속도를 더해 갔다. 샛별이 그의 발밑에서 빛나고 있었다. 한편 고타마의 육체는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명상에 잠기기 전의 모습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의식은 우주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확대되었다. 온 세계가 아름다운 별과 함께 고타마 앞에서 숨쉬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였다. 생명의 움직임이 손바닥에 잡힐 듯 느껴졌다. 숲이나 강, 도시, 지구와 별, 모든 천체들이 신의 의사에 따라 호흡하고 있었다. 밝은 빛으로 가득 찬 하나의 영상을 보는 듯했다. 멀리서 보기만 하는데도 살아 있는 생명체의 입김이 고타마의 귓가에 느껴졌다. 영상은 그의 의식 속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깨달음을 얻었구나!"

고타마는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36년 동안 쌓였던 어두운 상념의 구름과 조화롭지 못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광명으로 바뀌었다. 고타마는 대우주의 의식과 마침내 한 몸이 되었다. 삼라만상의 탄생, 우주와 인간, 신의 존재, 인간의 자세, 영혼의 전생윤회 등이 분명해졌다. 고타마의 깨달음은 다음과 같다.

우주는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 우주가 있기 전에는 광명이라는 신의 의식만이 존재했다. 신의 뜻을 품어 의식계의 우주와 물질계의 우주를 창조했다. 의식계의 우주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생각이나 신념, 감정을 포함한 마음의 세계를 말한다.

의식 세계는 하늘이나 바다, 나무, 대지 등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 세계를 움직인다. 이것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 이 두 세계는 빛과 그늘처럼 필연적인 관계로 영원히 조화로움을 목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신의 의식은 두 세계의 사이에 중도라는 법(法) 질서 속에 몸을 숨기며 살고 있다. 인간은 천지창조와 함께 신에게서 떨어져 나온 분신으로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났다.

인간은 육체를 취하지 않은 상태로 의식계라는 실재(實在)의 우주에 태어났다. 그후 신의 뜻인,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신의 아들로서 육체를 입어 물질계로 내려왔다. 인간 이외의 동물, 식물, 광물도 인간과 같은 과정을 거쳐 대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생명을 가진 물체는 실재계(實在界=意識界)와 현상계(現象界=地上界) 사이를 윤회한다.

지구에 생물이 살게 된 지도 수억 년이 지났다. 지구상의 최초의 생물은 미생물이었다. 그것들은 태양의 열, 대지, 해수, 공기, 우주 공간 등의 상호 작용에 의해 탄생하였다. 미생물에 이어 식물이 발생했고, 동물이 대지를 어슬렁거렸다. 파충류 시대를 맞이하면서 한동안 지구는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고, 공룡의 시대가 끝나자 인간은 번성하게 되었다. 인간은 황량한 대지를 개간하여 동물과 식물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유토피아를 건설했다.

인류는 날이 갈수록 번창하고 자연도 그러했다. 당신의 인간 중에는 500세를 넘어 1000세를 살았던 사람도 있었다. 인류의 수는 먼지처럼 늘어났다. 자손이 자손을 낳고, 그 자손이 자손을 낳았다. 그것은 인간의 전생 윤회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인간은 차원이 다른 세계와 의식을 자유로이 교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인간이 만든 문명은 고도로 발달하여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녔으며 지하에도 대도시를 건설했다. 그러나 문명은 계속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 사이에 자아가 생겨나고 국경이 생겨나면서 전쟁이 벌어졌다. 욕심, 시기, 경계는 인간의 부조화를 만들었고 신의 빛을 차단했다.

대지는 분노하여 넘실댔고 검은 구름은 세상을 뒤덮었다. 화산이 폭발하고, 바다와 육지는 서로 바뀌었다. 불과 몇 명에 이르는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땅이나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이렇게 인류는 번영과 멸망을 되풀이했다. 인류가 있은 후로 여러 번 반복된 천재지변은 단지 자연현상이 아니다. 신이 나누어준 창조의 능력을 행사하게 된 인류과 욕심과 그릇된 마음으로 조화를 무너뜨리고 악업을 쌓음으로써 불러일으킨 업보이다.

인류가 지상에서 이루어야 할 목적과 사명은 2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다. 조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인류는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의 영혼은 그로 인해 영원한 진화를 도모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