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00페이지, 웬만큼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우선 거부감이 들 수 있는 페이지량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손에 넣고 제2장 제1차 세계대전의 스파이 부분을 읽기 시작한다면 하루만에 전부 읽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묘미는 역시나 큰 전투에서 없어서는 안 되었을 스파이의 모습과 그들의 행동을 읽는 것.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스파이도 있지만 우스꽝스러운 스파이도 있고, 스파이가 아님에도 스파이로 몰린 사람들도, 각국의 고위 관료층으로까지 올라간 스파이도, 이중스파이도 있다.

이 책은 간단하게는 세계사를, 자세하게는 세계사의 뒷 이야기까지도 알려주고 있다. 야사가 따로 없을 정도의 책이다.

실제로 스파이들의 역할이란 아주 중요하다. 그들의 행동으로, 그들의 정보 하나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또 진다. 그만큼 큰 역할을 해낸 스파이들의 최후까지 상세히 알려주는 책이며, 최근 테러다 뭐다 큰 이슈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알-카에다 조직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다. 9.11테러의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들춰봐도 좋다. 이전에 대한항공 격추사건의 진상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이 책을 넘겨봐야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많은 챕터 중에서 "미소년을 사랑한 스파이, 알프레드 리들" 파트를 가장 좋아했다.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스파이 신분을 발각시킨 그 상황까지가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그만 보고는 팬이 되기도 했다.

이 책에 대해서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내가 직접 편집한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지금 회사를 그만 둔지 1년이 다 되었고, 이 책을 편집한지는 1년이 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홍보한다고 해서 나에게 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거의 100여권을 편집했지만 이 책만큼 나오길 기다린 책이 없다. 그만큼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세계사의 흐름에 대해 이해했다. 처음부터 세계대전이 어떻게 시작했느니, 레닌이 누구니, CIA가 어쩌고, KGB는 누구고 등등을 듣는다면 머리가 깨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은 스파이를 이용해서 세계대전의 흐름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스파이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동시에 세계 역사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