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대나무가 말라 죽으면 나라에 큰일이 일어난다는데..."

최근 전북지역 곳곳에서 상당수의 대나무의 잎이 누렇게 말라 죽자 `변고가 일어날 징조'라는 전혀 근거 없는 괴담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전국 대나무 재배면적의 24%를 재배하는 등 전국 제1의 주산지인 전남 담양군의 댓잎도 절반 이상이 누렇게 변하다 못해 벌겋기까지 하다.

댓잎을 만지면 우수수 떨어지는데다 부서질 정도로 바삭바삭하게 고사됐다.

그동안 일부 지역에서 군데군데 댓잎 고사현장이 있기는 했지만 이처럼 전체가 온통 피해를 본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종일 따뜻한 햇볕을 쬘 수 있는 양지 바른 야산에 심어져 있는 일부 대나무 만 이 겨우 푸르름을 간직할 정도다.

대나무의 한계 생장온도는 보통 영하 10도.

이 온도가 하루 이상 지속할 경우 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겨울의 혹한과 폭설이 주 원인이다.

특히 겨울에도 광합성 작용을 하는 댓잎에 수북이 쌓인 눈이 녹는 과정에서 영 하의 맹추위가 닥치면서 잎이 얼고 고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시 말하면 댓잎의 고사는 겨울철의 심한 일교차와 강추위 등 `동해(凍害)'가원인이 된 일시적인 현상일 뿐 땅속의 뿌리와 줄기는 건재하다.

온난대성 식물인 대나무가 혹한과 폭설을 이기지 못한 때문으로 이들 댓잎이 온전한 푸르름을 되찾는 데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늘 푸르던 대나무가 말라 죽자 이 괴담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가고 있다

김정렬(74.농업.군산시 회현면)씨는 "6.25 전쟁이 일어날 때도 대나무에 꽃이 피고 말라 죽은 것으로 기억된다"면서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까 시골에서는 큰일이 생길 것이라는 말들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허영숙 (41.여.익산시 동산동)씨도 "마을 어르신들이 `대나무가 말라 죽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하신다"면서 "미신에 불과한 그런 괴담을 믿지는 않지만 그럴 듯해 솔깃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타 지자체의 실태를 살펴본 결과 경남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전국적으로 고사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그런 괴담은 전혀 근거도 없는 자연현상에 불과한만큼 죽순 생산 농가는 비료와 퇴비 등을 뿌려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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