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기이하고 할 일 많은 인간이란 존재로
이미 태어나 값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자유로운 영이 되어, 기꺼이 들어가 살 육신과 피를
내 몫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개나, 원숭이나, 곰이나,
그밖의 어떤 것이나 고르되 결코 그 허영에 가득찬 동물,
합리적임을 그토록 내세우는 인간은 되지 않으리.
감각들이 너무 거칠다 하여, 인간은
오감에 대치되는 육감을 들이댈 것이고
확실한 본능을 선호하느니
이성을, 한 번 맞으면 쉰 번은 틀리는 이성을 내세우리라.
이성, 인류의 도깨비 장난 불,
대자연의 빛과 감각을 마비시킨다.
정해진 길도 없고 위험스러이, 실수의 늪과 가시넝쿨을
되는 대로 떠돌며 헤멘다.
길 안내를 잘못 받은 추종자가 고통스러이 타고 오르는 것은
그의 뇌속에 산처럼 쌓인 망상의 더미들.


………


A Satire Against Mankind , John Wilmot, Earl of Rochester (1647-1680) 중에서 한 대목.  
졸역: 과갤학교 청강생 한참누나







(원문) A Satire Against Mankind

Were I, who to my cost already am
One of those strange, prodigious creatures Man,
A spirit free, to choose for my own share,
What case of flesh and blood I pleased to wear,
I’d be a dog, a monkey, or a bear,
Or anything but that vain animal,
Who is so proud of being rational.
The senses are too gross, and he’ll contrive
A sixth, to contradict the other five:
And before certain instinct will prefer
Reason, which fifty times for one does err.
Reason, an ignis fatuus of mankind,
Which leaves the light of Nature, sense, behind.
Pathless and dangerous, wondering ways it takes,
Through Error’s fenny bogs, and thorny brakes:
Whilst the misguided follower climbs with pain,
Mountains of whimpsies heaped in his own brain:
……………

이성의 불빛이 플라톤으로 하여금 데모크리투스의 자연철학에 관한 모든 저작들을 불태워 버리게도 했고요, 이성의 불빛이 서구 제국주의자들로 하여금 white man's burden을 기치로 식민 착취를 정당화 시키기도 했구요, 이성의 빛으로 절대왕권, 중상적 레세페르가 옹호되기도 했구요, 이성의 빛으로 무의미한 전쟁과 학살과 파시즘과 나찌즘의 공포 등을 막아내지는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