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길이 있다
                  임동윤(표현시 동인)


노란 햇살이 무척 부드럽다
민들레 홀씨가 되어, 나는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흩날린다
내가 헤매는 길은 여러 갈래로 뚫려 있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부지런한 바람은 앞뒤에서 분다
그늘 깊이 떨어진 나는 강으로 가고
그 흐름의 속도와 깊이에 따라
키를 늘이거나 낮은 포복을 해야 한다
무게와 빛깔이 깊어질 때까지

눈감고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다웠다
눈뜨면 하나씩 균열이 이는 몸
투명한 햇살에 젖은 상처를 말리며
내 연한 살들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부풀어오르는 물과 공기
몸에 붙은 촉수가 자꾸 꼼지락거린다

뜨라, 눈 뜨라 바람이 속삭인다
움직일수록 부드러운 흙덩이
한 움큼 움켜잡고 지상에 올라온
나는 잎이다, 그의 숨은 꽃이다

바람이 내몸에 날개를 달면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하늘로 가는 길이 안에 있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