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최경주가 최고 상금의 대회에서 오늘 아침 승전보를 올렸군요. 반가운 마음에 최경주와 함께 골프 연습을 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인상 깊었던 대목을 올립니다.

 

93년도와 94년도 사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하여튼 그 즈음에 나는 아웃도어 골프연습장에서 아침 6시 개장과 동시에 들어가 밤늦게 모두 문을 닫을 때까지 때로는 문을 닫고도 내가 맥주를 사와 가며 그곳에 근무하는 연습생들과 다시 또 연습을 하며 지내던 시절 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골프 대중화가 되기 이전이라서 정말 상대적으로 비쌌던 시절입니다. 당시 대졸 초임이 60만원 정도 였는데 최소한 그 2배 이상을 주어야 장비 구입이 가능했고, 기본적으로 무거운 골프채를 싣고 다닐 자가용도 있어야 합니다. 대신에 지금처럼 공이 들어 있는 한박스에 얼마씩 받는 요금제가 아니라 월회원제로 시간 제한이 없었던 시절이어서 하루종일 연습이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러던 시기에 최경주가 그 골프연습장에 아는 프로골퍼를 통하여 연습을 하러 다녔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종일 같이 연습을 했던 시절입니다. 최경주는 한달 전 즈음에 이미 한국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상태인 정식 프로골퍼입니다.

 

하루종일 하는 타석은 대부분 한쪽 코너에 몰려 정해져 있다시피한 상태라 자연스럽게 서로의 얼굴이나 신분등을 알게 되고 조금 지나면 서로에게 농담을 주고 받게 됩니다.

 

최경주는 원래 완도 출신으로 역도 선수였습니다. 그러다 진도에서 골프를 권유 받게 되고 가능성이 돋보인다고 스폰서가 붙어서 완전히 골프로 전향을 했습니다. 키는 나 보다 작은데 몸이 탄탄하고 역도 선수 출신인 특징답게 허리 힘이 대단 했습니다. 번개 스윙이라 불릴 정도로 빠른 몸놀림에 강력한 허리로 턴한 파워를 가지고 있어서, 그당시 함께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같은 기수로 다른 두명의 프로들이 라운딩시 때마다 최경주의 장타를 부러워했다며 최경주 스윙을 본 받으려 애쓰더군요.

 

최경주는 연습량도 엄청납니다. 내 경우에는 그 당시 하루 종일 하지만 몸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작은 볼 박스로 20박스 정도가 고작 이었는데, 최경주는 30박스 분량에 해당되는 큰박스를 세시간 정도만에 치고 어떤 느낌이 오면 쉬지도 않고 큰 박스를 또 소화해 내는 정도입니다. 당시에 가히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괴물입니다 괴물.

 

그러면서 하는 말이 금년 안으로 최상호를 반드시 누른다고 다짐을 하더군요. 당시에는 최상호가 국내 랭킹 1위 였습니다.

 

그렇게 연습을 하는 중에 샌드웨지로 누가 더 볼을 높이 띄우는가에 대해서 연습장에서 시합이 붙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프로들과 연습생들 까지 참가를 하며 경쟁을 하는데 아이언 채에서 각도가 가장 누워 있는 샌드웨지로 정면으로 서서 전방을 주시 했을 때를 0도로 보고 상향 70도 이상의 위로, 높은 볼이 연습장 밖으로 나가지 않게 매우 높은 공중에 칸칸이 현수막 처럼 걸어 놓은 망이 있었는데 가장 첫번째에 위치하여 각도가 높은 망을 넘기는 시합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샌드웨지로 높이 띄우는 것에 몰두하며 다들 한번씩 쳤지만 어떤 프로나 연습생도 성공하지 못하였고 나중에 최경주가 나서서 몇번을 시도하여 걸리고 걸리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볼 하나가 넘어가는 순간에 모두의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어떤 프로가 "어...어...어.........와" 하는 함성을 지르더군요. 그래서 "어" 하는 순간에 그 눈길을 따라서 쳐다 보니 다른이들은 높게 쳐 올리는 것에만 겨우 애를 쓴 입장에서, 그 공이 그렇게 각도 없이 높게 떠서 날아가 120야드로 되어 있는 연습장 끝 그물망 까지 가서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을 보고 한때 프로테스트 시합에 나갈까 하는 생각을 하던 생각이 싹 달아 나더군요. 저런 괴물이 최경주 말고도 다른 이름 없는 프로선수들 중에 또 많아서 어쩌면 프로테스트 시합을 통과 하더라도 나도 어느 정도 장타에 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그런데 그런 괴물은 별로 없었던지 그렇게 굳은 표정으로 최상호를 연신 다짐하더니 그해 부터 각종 우승을 했습니다.

 

내가 만약 그 당시에 최경주를 만나지 않았다면 코메디언 김국진 꼴이 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국진이 코메디언으로 돈을 벌어서 시작한 골프에 맛이 들려 세미프로만 통과하고 본 시험인 프로테스트 준비만 수 년간 허송세월로 보내다 대단히 망가진 케이스 중의 하나입니다. 최경주로 상처 받고 포기해서 김국진으로 위로 받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