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이 뺨 때려주길 기다린다

[뉴스메이커 2005-03-25 09:39]  



일본의 노림수, 무력충돌 야기 UN개입 유도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속셈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엄연한 한국인이다. 그는 2003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그래서 일본을 방문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하고 나리타공항에서는 외국인 행렬에 서서 입국심사를 받는다. 호사카 교수는 한·일 근대사와 관련한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에 대해 한국인 못지않게 비판해왔다. 일제시대 일본의 만행에 대한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도쿄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으며, 1986년 한국 여성과 결혼해 2남1녀를 두었다. 〈편집자〉


올해 ‘한·일 우정의 해’는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도 전례가 없는 강경한 대일 대응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 중 일부는 우리측에도 있다. 일본인들이 독도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는 논리를 논파하지 못한 데다 현재까지 한국정부가 너무 소극적인 자세로 임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방침이 바뀌었으니 앞으로 독도문제에 관한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사법재판소 논리 일본인들이 독도 영유권을 문제삼을 때는 반드시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계산이 깔려 있다. 첫째,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행에 동의한다는 것은 바로 독도 영유권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보고, 그 시점부터 일본은 재판에서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둘째, 현재 한국이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상황을 바꿔버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되면 독도는 명실공히 분쟁지역이 돼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지배가 재판소의 명령으로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셋째, 현재 국제사법재판소에는 일본인 판사가 한명 있다. 그 판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로비하면 일본이 확실히 승소할 거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일본의 이러한 속셈을 간파해 그들의 제의를 모두 거부해야 한다.

한국이 무력행사를 먼저 해오기를 기다리는 일본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면 일본은 어떻게 움직일까? 국제사법재판소에 한국이 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들려고 할 것이다. 일본은 독도문제에 유엔이 개입할 환경을 만들 것이다. 유엔이 개입하려면 한·일간 무력충돌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절대 먼저 무력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한국측이 발포 등 무력행사를 먼저 하도록 도발할 것이다.

최근 독도에 접근하는 일본 자위대의 순시선이나 항공기가 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영공·영해 직전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행동을 되풀이하면서 한국측이 먼저 무력을 행사하기를 기다린다. 만약에 한국이 자위대 순시선이나 항공기에 무력을 행사하면 일본은 그것을 빌미로 유엔에 회부해 독도지역을 실질적인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들 것이다. 그런 다음에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행을 성사시키려고 할 것이다. 한국의 강경대응을 일본 정부가 오히려 반기는 듯한 미묘한 표정과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근대에 들어서 일본은 전쟁을 도발하려면 항상 상대편의 선제공격을 유도했다. 1875년 일본이 강화도사건을 일으켰을 때 일본의 군함은 의도적으로 강화도 남단의 초지진 포대에 접근하여 조선측이 발포케 유도한 후 교전을 시작했다. 그후 일본은 조선의 선제공격이 불법이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면서 조선과 강화도조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만주사변이나 중·일전쟁을 일으켰을 때도 일본은 스스로 자신의 진영을 공격하고는 마치 적이 공격한 것처럼 날조, 전쟁을 선포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 한국은 독도에 대해서도 일본 자위대의 영공·영해 침범행위에 대해 그들의 속셈을 잘 읽으면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유엔이 개입하면 어떻게 될까 만일 독도지역에서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 유엔이 개입하면 어떻게 될까? 유엔이 개입하면 이 문제에 대해 안전보장이사회나 총회에서 분쟁에 대한 심사, 화해 알선, 해결조건 권고 등을 실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은 유엔 관계국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로비활동에 돌입할 것이다. 그리고 유엔을 통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행을 다시 이끌어내려 할 것이다. 사실상 이러한 과정에 말려들면 한국은 유익할 게 하나도 없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이긴다 해도 그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간과 인력, 재정의 헛된 소모전이 전개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국제분쟁이 시작되면 최악의 경우는 평화적 해결을 포기하고 두 나라가 본격적인 교전 상태에 돌입하는 것이다. 2003년 6월 일본국회가 통과시킨 유사법제에는 상대국이 선제공격을 해오거나 상대국에 선제공격의 의도가 있음이 충분히 인정될 때 일본 자위대는 무력공격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과 긴장상태에 돌입할 경우, 일본이 최종적으로 유사법제 발동을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국제분쟁을 피하면서 독도를 지키기에 가장 효과가 있는 방법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전개하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일본의 논리를 연구하여 완벽하게 논파할 수 있도록 우리측 논리 개발과 자료 수집에 매진해야 한다. 일본 학자들은 한국의 독도 관련 논리와 자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자신들의 논리에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일본측의 신념을 꺾어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독도문제가 한·일간의 장래를 불미스럽게 만드는 판도라의 상자가 되지 않도록 일본인들의 마음을 바꿔 놓을 근본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국제여론을 유리하게 만들어야 일본이 노리는 것은, 한국이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지 않고는 못 견디게 국제여론을 고조시키는 데 있다. 이에 대항하려면 한국은 일본이 한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도발행위를 거듭하고 있다는 국제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일본은 일본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고 국제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 이상으로 일본의 한국 영토 침략이라는 관점에서 홍보를 계속해야 한다. 그 홍보는 세련된 자료와 논리를 배경으로 확실한 효과를 올려야 할 것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hosaka@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