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의 아파트를 소유한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사이의 빈부 격차가 임금노동을 통해서 평생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버린 한국 사회, 이를 대변하는 신조어가 ‘강남특별구’였다. 이처럼 한국사회의 뒤틀려버린 계급구조와 그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을 짚어낸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신광영 교수(중앙대 사회학과)가 그간 연구논문 등을 모아 펴낸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을 통해서다.

그는 “주택가격이 비싼 지역에 고가의 아파트들이 건설되면서 한국사회의 독특한 계급불평등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며 강남지역의 부동산 자산을 예로 들고 있다. 강남의 금융자산 보유액도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앞서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는 한국사회가 ▲특별한 직업 없이 금융이나 부동산, 증권 등의 소유로 고수익을 누리는 ‘큰손’과 전문직 종사자들의 막강한 영향력 ▲지역간 불균등한 성장으로 주택 자산의 가치가 큰 격차를 보이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현상 ▲정규직과 비정규직 종사자 간의 임금 격차 심화로 노동계급 내부의 불평등이 발생하는 독특한 계급불평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그는 “급변한 한국사회의 축소판이자 산업화의 상징인 서울을 분석해보면 한국사회의 계급구조와 불평등을 엿볼 수 있다”며 “서울은 지난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집단과 배제된 집단에 의해 공간적으로까지 분할됐다”고 지적했다.

그가 짚어낸 서울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계급불평등을 간략히 소개한다.  


‘불로소득에 따른 재산 불평등은 19세기부터 비판 대상’

모든 사회에서 소득 불평등보다 재산 불평등이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소득은 주로 직업을 통해서 얻어지지만 재산은 상속이나 증여 등을 통해 손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의 지역간 격차를 논할 때 가장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파트 가격을 포함한 부동산의 가격 차이다. 이는 부동산 거래 차익을 누리기 위한 숱한 투기를 양산했고 주택의 소유자와 비소유자 사이에 심각한 위화감을 조성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서울의 부동산 불평등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부동산 불평등
가구당 월소득 격차보다 부동산 불평등은 강남지역과 여타 지역을 비교해 볼 때 극심한 차이를 드러냈다. 실제로 지역별로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자산을 보면 강남지역(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가구당 평균 부동산 재산 규모가 3억1412만원으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남지역(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동작·관악구)은 1억8673만원으로 가장 적다. 지난 몇 년 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폭등으로 재산 증식에 가장 유리했던 곳이 강남지역이었고 이는 아파트 투기의 상징으로까지 인식됐던 까닭이다.

신교수는 “소득과 무관하게 강남지역이라는 효과로 빠르게 상승한 부동산 가치와 같은 불로소득은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강남지역이 서울의 도시 불평등 형성과정에서 인과적인 기제로 작용했던 점이 드러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자산 불평등
결과적으로 서울의 금융자산 분포도 불균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강남지역의 금융자산은 서남지역에 비해 최고 4배 정도에 이르렀다. 도심지역(종로·용산·중구)에 비해서는 3.5배, 서북지역(서대문·마포·은평구)에는 3배, 동북지역(동대문·성동·중랑·광진·성북·도봉·강북·노원구)에는 2배 정도 강남이 더 많았다.

신교수는 “주식과 채권, 은행저축 등 금융자산을 이용한 투자를 고려할 때 이는 부자와 빈자의 차이를 확실히 구분하는 불평등 요인이다”라며 “금융(현금)자산의 경우도 서울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볼 때 지역간 공간적 불평등도 이미 크게 자리잡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교수는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은 직접적 관계가 없다”며 “단지 강남지역의 월소득이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의 결정 요인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이는 강남지역이 주로 전문직과 경영관리자인 중간계급이 거주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

부동산 불평등과 금융자산 불평등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써 신교수는 학력과 연령, (가구내)소득원 수, 월소득을 꼽았다. 하지만 월소득이 학력과 계급을 어느 정도 대변하기에 특히 부동산자산의 경우 전체 변수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봤다.


“계급과 지역에 따른 가구당 월소득 격차는 크지 않아”

신교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계급과 지역에 따른 가구당 월소득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심한 격차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가구당 월소득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교육수준과 연령, 성 등에 의한 것이나 지역에 의한 것 등이 모두 그리 큰 요인이 되지 못 했던 것. 하지만 신교수는 “가구당 월소득 격차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개인의 계급위치’”를 꼽았다. 한 개인이 계급구조 안에서 어떤 계급구조에 속하는 지 여부가 그의 학력 등 기본 위치를 떠받쳐 주기 때문이라는 것.

계급별 월소득은 역시 주로 타인을 고용하는 입장인 자본가계급이 월평균 약367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중간계급이 약33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소득이 가장 낮은 계급은 주로 소규모 자영업자인 프티브르주아지로 264만원 정도의 월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지역별 월평균 가구소득은 강남지역의 월평균 가구소득이 298만원 정도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동북지역의 월평균 가구소득이 269만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근시안적 현실 분석 지양해야”

신교수는 서울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 대해서도 그 한계점을 인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재벌들이 표본에서 빠져 있고 반대로 실업자나 영세민도 이 같은 조사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교수는 “서울시의 불평등 분석을 통해 전체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이해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근시안적 현실 분석과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잘못된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단호히 주장했다.

신교수의 이 같은 주장들은 IMF 이후 2004년 8월까지 경제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취업과 실업, 고용 및 임금형태, 금융과 부동산 자산, 소득 등 각종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에서 발표한 가장 최신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서울에 대한 분석은 2002년 시정개발연구원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수집한 1500개 표본자료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