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공식 집계만 15만7000명(14일 현재)을 기록한 남아시아 지진해일을 놓고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는 "지진해일을 보며 신의 존재를 의심한다"며 비통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래도 인간이 흘리는 눈물까지 닦아주는 것은 종교의 몫이다. 지진해일뿐인가. 몇년 새 지구촌 곳곳을 강타한 이상한파.폭설 등 거대한 자연재앙을 놓고 사람들은 자연과학의 설명 외에 종교적 해석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독교라도 개신교.천주교는 자연재앙에 대한 해석에 적지않은 편차가 있고, 불교는 또 다르다. 민족종교들도 독자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우선 기독교. 개신교의 경우 최근 한 대형교회 K목사 설교가 잠시 구설수에 올랐다. "지진해일은 무슬림 지역에서 일어났고 예수 믿지 않은 이에 대한 심판이다."


이런 태도는 신에 대한 확신을 깔고 있는 대표적인 징벌론적 섭리사관이다. 이 시각이 한국 개신교인들 사이에 암묵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타종교에 대한 배려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김회권(숭실대 기독교학과)교수는 "성경의 아모스 1장 등은 하나님이 벌로 내린 자연재앙을 자주 언급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하나님과 계약을 한 백성과의 관계를 설명할 때의 사건들"이라고 선을 긋는다.




그는 지진해일 등을 통해 인간 문명의 한계를 깨달아야 하고, 이번 재앙은 하나님이 인류의 연대책임을 묻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연재해와 섭리 사이를 구분하는 천주교의 입장이 이런 신학적 해석에 가깝다. 조규만(천주교 주교회의)신부는 "하느님은 이 세상을 자율적 운동법칙에 위탁했다고 해석하기 시작한 1960년대 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정 이후 로마 가톨릭은 자연재앙을 신의 섭리로 보는 시각에서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불교는 또 다르다. 일단 "자연재해와 종교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불교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여연 스님)는게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천주교와 비슷하면서도 교리적 기반은 전혀 다르다. 즉 불교는 '생겨났다가 사라지는(成住壞空)' 물리현상까지도 모두 한 순간 인연의 일어남(緣起)으로 푼다. 자연재앙에 대한 언급이 많은 성경과 달리 '아함경' 외에는 자연재앙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국대 조용길(불교학)교수는 "부처님 말씀을 담은 초기경전 '아함경'에는 물.불.바람 등 3대 재앙은 결국 사람이 가져온다고 돼 있다. 이는 자연재해 역시 인간의 업(業)에서 비롯됨을 암시한다. 마구잡이 개발로 몸살을 앓는 자연에 대한 포괄적 성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재앙 언급은 민족종교에 상당히 많다. 대부분 천지개벽이 새 유토피아적 질서로 연결된다고 본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세계가 아주 오랜 뒤에 소천소지(燒天燒地.하늘과 땅이 불에 타 없어짐)된다 해도 아주 소멸되는 게 아니다"(원불교), "장차 서양은 (내가) 물로 쳐 큰 방죽이 되리라"(증산도) 등의 예측도 결국은 우주질서의 전면적인 '새판 짜기'에 대한 넉넉한 낙관을 전제로 자연재앙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