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치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미국의 중국 전문가 브루스 길리는 "북한의 핵개발은 전 세계에 위협이 되며 인권문제도 심각하다"면서 "중국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북한을 침공해 과도정권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아시아 우방국들은 중국의 작전에 외교적 지원과 병참 지원을 해야하며 유엔은 합법적인 지지를 보내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은 중국의 침공을 더 정의로운 국내 정치로 가기위한 필수적인 단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리는 북한이 아닌 중국 전문가이고 이번 기고문은 순전히 개인 의견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그동안 국내 학자들이 분석했던 중국의 동북공정 목적과 일맥상통해 상당한 흥미를 끈다.


국내 학자들은 동북공정이 유사시 북한을 접수해 친중 정권을 세운 뒤 북한 땅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해왔다.


중국의 동북공정 목적과 연관돼 주목


더구나 길리는 이런 주장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동아시아담당 보좌관으로 임명된 빅터 차 교수에게 제안하는 형식으로 했다. 한국계인 빅터 차는 미 행정부의 대 한반도 정책을 전담할 인물이다.


길리는 "빅터 차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중국이 더욱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고 주창해왔다"며 "그러나 중국이 북핵 문제를 종식하는데 깊숙히 개입하는 것을 꺼려해 이런 계획들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길리는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으며 현재 미 프린스턴대학 정치학과 박사 과정에 있다. 그는 지난 2002년 <장쩌민과 중국의 새 엘리트>라는 책을 펴냈으며 앤드루 네이선 교수와 함께 중국공산당의 '극비문서'들을 수록한 <중국의 새 지도자들(China's New Leaders: The Inside Files)>을 출판하기도 했다.


길리는 기고문에서 "인도적인 견지에서 볼 때 북한 정권보다 더 전복되어 마땅한 정권은 거의 없다"며 1995년부터 1998년까지 60만에서 100만명이 굶어죽고 기본권과 개인의 자유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보다 더 심하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핵 무기 프로그램과 생화학 무기 개발은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된다.


길리는 북한 정권 붕괴의 임무를 중국이 맡아야 할 여러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현재 미국과 서방 우방국들의 군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완전히 투입되어 있고, 일본과 한국은 그 일을 수행할 의지도 그럴만한 능력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비해 중국은 북한 정권 붕괴라는 임무를 수행할 군사력이 있고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통과할 필요가 없다. 길리는 "중국은 만주의 조선인 자치지역에 대한 경험이 있어 과도기 동안 북한을 통치할 관료나 행정기관들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길리는 "북한은 핵 모험주의로 중국의 영향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고 북한 난민들이 유입해 곤란하게 했다"며 중국 개입의 근거를 들기도 했다.


"중국도 북한 지원이 손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중국 정부도 동의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북핵 관련 6자회담에서 북한 정부의 비타협적인 태도에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중국군이 지원하는 <전략과 관리>라는 잡지에는 북한 정권을 위험하고 배은망덕한 정권으로 비난하는 한 중국인 학자의 글이 실렸다는 것도 중요한 사례였다. 길리는 "중국 정부는 계속적인 북한 지지가 야기하는 손실을 광범위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만약 중국이 북한을 침공할 경우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의심이 깊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길리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의 그 어떤 개입도 다른 아시아국가들에게는 패권주의적인 행태로 보일 것이며, 오히려 북한 붕괴라는 인도주의적인 작전을 통해 "자신이 아시아에서 신뢰할 수 있고 책임있는 신생 강대국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길리는 주장했다.


지난 1971년 인도의 동파키스탄(현재의 방글라데시) 침공, 1978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은 성공했다. 인도와 베트남은 이기적인 동기로 침공했으나 공격을 받은 주변국들이 인도주의적인 재난을 겪고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환영받았다는 것이다.


길리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을 침공하는 중국의 이기적인 의도는 보다 더 큰 선(善)을 위해 실용주의적인 양보로 환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방주의는 적어도 19세기 이후에는 인도주의적인 개입에 있어서는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었다"며 "북한 정권에 대한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은 세계에 유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