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급속한 소비위축…세계경제 파티는 끝났다
2004-11-24 오전 9:26:07 게재

한국 등 수출 및 해외 자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2005년 미국과 중국 경제의 수요 감소, 환율문제를 비롯한 3대 대외여건의 악화로 경제성장에 상당한 곤란을 겪을 위험성이 높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특별책자로 발간한 2005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파티는 끝났다”고 경고하고 내년 세계 경제의 둔화가 불가피한 만큼 한국 등 수출 및 해외자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티는 끝났다’=이 보고서는 2004년 한해 지구촌 경제는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GDP 5% 이상의 성장율을 보여 4년만에 최고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기록했으나 이제 파티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양대축인 미국과 중국에서 수요가 감소하고 화폐가치 변화까지 겹치는 3대 요소의 변화로 내년에는 지구촌 경제전반, 특히 수출 및 해외자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심각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관측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에 미국경제는 강력한 수요가 계속 유지돼 왔고 중국경제의 붐도 지속돼 왔으며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도 어느 정도 지켜져 각국이 값싼 화폐가치의 덕을 봤다.
하지만 2004년 말 이미 미국의 강력한 수요가 둔화돼 각국의 대미수출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중국이 과열 경기를 냉각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고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이 말뿐인 정책으로 바뀌면서 달러 약세와 각국의 통화가치 상승이란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 소비위축의 위험성=특히 미국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위축돼 각국의 대미수출이 눈에 띠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미국 소비자들은 2005년에 부시-그린스펀의 도움을 잃어버려 ‘물건사기’보다는 ‘빚 갚기’에 주력해야 할 상황이다.
집권 1기 4년간 네차례나 대규모 감세조치를 시행한 부시 대통령은 2005년에는 더이상 추가 감세조치를 밀어붙일 재정이 없다.
40년만의 최저치 저금리정책을 써온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도 이미 금리를 올리기 시작, 1%까지 내려갔던 기준금리를 2%로 끌어올렸다. 내년에도 최소 4%까지의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부시-그린스펀의 도움이 사라진 미국에서는 이제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빚갚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어져 소비 감소는 피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소비자들은 2004년까지 부시의 감세정책과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으로 주택구입에 열을 올렸다. 집값이 오른 만큼 은행융자를 받을 수 있는 ‘이쿼티(Equaty)’ 융자금으로 돈을 꺼내 자동차도 사고 물건도 구매하는 소비를 늘려왔다.
그러나 이미 미국 소비자들은 그러한 혜택을 잃어버리고 허리띠를 졸라 매기 시작한 상태다.
미국의 소비지출이 감소한다는 말은 강력한 수요가 급속히 둔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또 한국 등 미국수출에 경제성장을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대미수출이 감소란 중대한 문제에 직면할 것임을 뜻한다.
◆미국발 경제침체 한파닥치나=미국발 경제침체 한파가 전세계에 몰아칠 위험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저금리 정책에 따른 낮은 모기지(mortgage) 이자율 때문에 장기 활황세를 구가해온 미국의 주택시장이 2005년도에는 둔화될 것이고 미국내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가격 하락까지 우려되고 있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만약 미국 전역에서 과도하게 평가된 주택가격의 거품이 빠져 집값이 폭락한다면 미국경제가 겉잡을 수 없는 침체에 다시 휘말릴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2005년에는 과도하게 평가된 일부 지역의 집값 하락, 미국가계의 높은 부채, 낮은 저축율이라는 3대 문제가 가시화 될 가능성이 높다. 지구촌에서 가장 큰 미국시장이 위축돼 전세계 경제성장에 심각한 여파를 미치고 수출국들의 경제성장을 급속히 둔화시킬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자본 본국행으로 한국 등에 큰 영향=미국의 저금리 정책이 고금리 정책으로 바뀌고 달러가치의 폭락사태는 해외 투자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는 한국 등 각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의 자본은 미국에서 저금리 정책을 쓸 경우 미국 등 선진국에서 고수익을 노리고 한국 등 이머징 마켓으로 향한다.
반면에 미국에서 고금리 현상이 이뤄질 경우 반대로 이머징 마켓에 투자했던 미국자본이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경향을 보여 왔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이 이미 바뀌고 있기 때문에 2005년에는 한국 등에 투자된 미국 등 선진국의 자본이 본국으로 철수 할 가능성이 높아져 이머징 마켓들은 해외 자본을 많이 잃게 된다.
여기에 미국 달러가치의 하락으로 단기 환차익을 노리는 미국자본들이 한국 등 이머징 마켓에서 이익만 챙기고 빠지는 사태도 벌써 눈에 띠게 늘고 있다.

◆중국의 과열경기 냉각정책 여파=2005년 세계 경제를 불안에 빠트리고 있는 중대 요소는 중국정부가 과열 경기를 냉각시키는 정책을 이미 쓰기 시작한 대목이다.
중국정부는 투자선도 경제 붐을 잘못 다뤘다가는 거품이 꺼질 우려가 높다고 보고 과열된 경기를 냉각시키려는 정책을 이미 구사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각 지역 정부에게 투자 승인을 중지하도록 지시하고 있으며 중국 은행들에게는 대출을 억제시키고 있다.
이는 중국경제의 경착륙(Hard Landing)을 막기 위한 조치이나 대중국 수출과 투자에 전력 투구해온 한국 등 서방국가들에게는 막대한 차질을 빚게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 앞 다투어 진출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중국 내에서의 수익도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 등 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지구촌 경제를 이끄는 3대축 가운데 유럽연합은 2005년에도 ‘이븐 파’를 칠 것으로 예상되나 양대축인 미국과 중국경제는 둔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결국 2005년 한해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들어 무역급증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핵심 시장에서 수출 감소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심지어 10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되찾은 일본도 경제회복세를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동반 둔화될 위험성에 빠져 있다.
한국의 경우 2005년 한해 GDP 경제 성장율이 4.9%는 될 것으로 예측돼 왔으나 이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는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가 않고 있는 문제점은 미국과 중국 시장의 수요 감소, 환율의 급속 변화, 고유가 등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한국 내부적으로는 얼어붙었던 국내소비(내수)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판단력이 형편없는 것으로 계속 비쳐져 더 많은 혼란을 겪을 소지가 있다.
2005년 한국 경제에서 주시되고 있는 대목은 내년이 한국과 일본간 수교한지 40주년이 되는 해로 양국간 자유무역 협정이 체결될지 여부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출처 : http://www.naeil.com/News/politics/ViewList.asp?sid=E&ti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