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가 30일에야 도착해서 부재자 투표를 페덱스로 보내야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전화를 걸어 ‘투표소에 갈 필요 없이 전화로 투표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제 투표용지는 어디 있는 거죠? 투표권을 박탈당했어요!”

지난 2000년에 이어 2004년 미국 대선에서도 플로리다에서 투표 과정에 잡음이 일고 있다. 2일 ‘마이클무어닷컴’이 공개한 선거부정 관련 제보에 따르면 브로워드와 팜비치 카운디에 주소가 있는 부재자 중 수천 명이 투표용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권자 등록 신청을 한 빈민 지역 일부 흑인 주민들도 등록증을 받지 못했다. ‘전화로 투표하면 된다’는 거짓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투표 방식을 설명하는 클립보드에 부시 지지를 선언한 신문 기사가 부착되어 있는 일도 벌어졌다. 실상을 보면 정치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황당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플로리다 현지 주민들이 ‘마이클무어닷컴’을 통해 전하는 부정 선거 사례 중 일부를 모았다.

인용:
"내 아내가 무사히 투표할 수 있도록 보호하겠다"

* 플로리다주에 등록된 민주당원입니다. 수개월 전에 부재자 투표를 신청했죠. 언젠가 젭 부시 주지사로부터 공화당을 찍으라는 편지를 받긴 했지만 투표용지는 없었습니다. 결국 10월 30일 토요일에야 투표용지가 도착했습니다. 화요일 오후 7시까지 다시 보내긴 어렵겠더군요. 어쩔 수 없이 페덱스로 보내야 했습니다. 투표가 이루어졌길 바랍니다.(크리스찬 캐사디)

* 4주 전에 부재자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투표용지를 받지 못했어요. 버지니아에 사는 제 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포트러더데일에 사는 제 셋째 동생은 직접 선거관리 감독관에게 찾아 갔습니다. 그곳에서 페덱스로 보내겠다고 했다더군요. 하지만 지난 목요일까지 아무도 투표용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위협이 테러리스트에 대한 위협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조나단 로우)

* 저희 어머니는 투표를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투표 하루 전날. 선거관리위원회 쪽에서 어머니 이름 철자를 틀렸기 때문이라네요. (찰스 페란트)

* 아카디아 시내에 사는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케리에게 한 표를 달라고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앨리스라는 분이 말씀하시길 “전화로 벌써 투표를 했다”는 겁니다. 일주일 전에 선거사무소에 근무한다는 사람이 전화를 해 투표소에 갈 필요 없이 전화로 투표할 수 있다고 했답니다. 앨리스는 케리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고 그쪽에서는 “투표가 완료됐다”고 확인까지 해줬다네요. 저는 즉시 그녀에게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말해줬습니다. (리차드 펄)

* 5개월 전에 지역 기술 학교에서 제가 가르치는 16명에게 유권자 등록을 하라고 권했습니다. 반 이상이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참고로 그들 중 90%는 흑인이구요. 전 그분들의 등록 양식을 수거해서 제가 직접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중 아무도 유권자 등록증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분들 주소는 모두 흑인 거주 지역이고 이들은 ‘대메샤’, ‘샤메카’ 등 흑인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저는 지난 2000년에 실수로 뷰캐넌을 찍은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미셸 리베라)

* 플로리다 대학 수업 중 내일 대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 중 4~5명이 부재자 투표용지를 받지 못해 투표를 못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들은 자신의 투표권이 박탈됐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2개 반 50명 학생들 중 이 정도라면 학교 전체로 따졌을 때 도대체 몇 명이나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될지 걱정입니다. (에린)

* 새인트트피터스버그에서 투표를 하려고 줄을 섰는데 투표소 직원 중 한 사람이 투표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샘플 투표용지를 클립보드에 끼워서 사람들에게 보여줬죠. 그런데 클립보드에 지역 신문사가 부시 지지를 선언한 기사가 끼워져 있는 겁니다. 뒷줄에 있던 한 남자가 이를 항의하니 그 직원은 바로 찢어버리긴 했지만 굉장히 화난 것 같더군요. (컬디다 듀너진)

* 얼마 전 외지에서 마이애미로 이사왔습니다. 10월 초에 제 아내와 똑같이 유권자 등록신청을 했습니다. 제 아내는 무소속, 저는 민주당으로 등록해 동시에 우편으로 보냈죠. 그런데 제 아내는 등록이 되고 저는 되지 않았어요. 선거사무소에서는 “너무 늦게 신청을 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래도 아내와 함께 투표장에 갈 생각입니다. 제 아내가 무사히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해서죠. 18살 이후 제가 투표를 하지 못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가 얼마나 무기력한 기분인지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에요. (D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