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人학자 '물같은 고체' 첫 발견

在美 김은성박사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
초저온 상태서 ‘원자 유체운동’ 밝혀
학계 “물리학 근본개념 변화시킬 것”

이영완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4.09.03 05:48 11'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물리학의 근본 개념을 뒤흔드는 논문을 세계적인 과학저널에 연이어 게재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김은성(金恩成·33·사진) 박사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인터넷판인 ‘사이언스 익스프레스’ 2일자에 “고체 헬륨을 대기압의 26배인 고압상태에서 -273도에 가깝게 냉각시켰더니 전체 원자 중 1.5%가 마치 물이 흐르듯 다른 원자들 사이를 움직이는 현상을 확인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김 박사의 논문은 사이언스에서 중요 연구결과로 인정받아 활자화되기 전 인터넷에 먼저 소개된 것이다. 김 박사는 이에 앞서 박사과정에 있던 지난 1월 ‘네이처’에도 같은 주제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어 한 해에 세계 과학저널의 양대 산맥 모두에 논문을 게재하는 신기록을 세운 셈이다. 부산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김 박사는 최근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박사는 “이번 실험은 이제까지 액체와 기체에서 발견된 이른바 ‘초유체’(超遊?·superfluid)현상이 고체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이라며 “초유체의 성질을 가진 고체라는 의미에서 초고체(supersolid)라고 이름붙였다”고 설명했다.

초유체현상은 극저온 상태에서 모든 원자들의 움직임이 같은 물리적 성질을 갖게 돼 마찰이나 점성이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컵에 담긴 물이 초유체가 되면 가만히 둬도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스스로 밖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이 현상은 이제까지 일부 기체와 액체에서 발견돼 모두 4명에게 노벨상이 수여된 바 있지만 고체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액체 헬륨의 초유체현상을 발견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안소니 레깃 박사는 사이언스 익스프레스에 발표한 논평에서 “레코드판 위에 동전을 얹고 돌려도 레코드판과 동전이 따로 움직일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며 “고체에 대한 기존의 설명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