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안방에서 어머니랑 같이 자면 덥다하여 마루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텔테비젼 켜놓고 주무신다.
드러렁하는 소리가 지나가고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우리 아버지.
손을 가지런이 가슴 위에 올려놓고, 아기처럼 새근새근 주무신다.
너무나도 착한 마음 두 손등에 가득.
고생많아, 걱정많아 주름져버린 이마위에 평화가 가득.

언젠가 들었을때, 술취해서 나에게 하셨던 말씀.
나는 그저 편히 쉬면서 살고 싶을 뿐이라던..
언젠가 들었던, 서러웠던 지난 날들.
단 한번도 마음편한 날이 없었던 날들.
왜 그런지도 모른채 정신없이 보내왔던 나날들.

어려서부터 힘겨운 지게를 지고,
이제는 힘에 부칠 어머니와 그리고 나의 무게를 진다.
그래도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지게를 많이 지고 날라서, 힘이 세다.
이일 저일, 이리 신경 저리 신경. 너무도 정신없이 일하느라.
텔레비젼도 미쳐 못 끄고 저렇게 맨날 주무신다.

언젠가 저 어깨와, 저 장딴지가 쉴 날이 되면은.
그때 아버지의 손이 저렇게 고이 가슴 위에 모아져 있으리라.
그 손이 무엇을 했다고 사람들을 말하겠지만,
마지막에 놓여진 손이 무슨 뜻인지는 아무도 모르리라.
나의 핏속에 흐르는 착한 마음들이, 저 손에서 태어났음을.
때로는 주먹으로만 보여졌던 저 손이 사실은
하나님을 향한 겸손이었음을...

고생만 고생만 골라가며 살아온 인생이건만,
오직 술만이 그 고생을 잊게해주었건만.
아직도 매일밤마다 잠들때면 아버지는 아기같이
두손을 가지런히 가슴 위에 모아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잠든 후에야 제가 이 사실을 깨닫기에
아버지는 이 말을 많이 듣지 못하셨지요.
그렇게 듣고 싶어하던 얘기겠지만...

아버지는 꼭 천국 가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