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joins.com/internatio/블레어 노동당 보궐선거 참패

=참전 노동당 울쌍, 반전 자유민주당 희색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명분이 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가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버틀러 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온 직후인 15일 잉글랜드 중부 2개 도시에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이 예상 밖의 참패를 당했다.

16일 새벽 발표된 개표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은 잉글랜드 중부 버밍엄 호지힐 선거구에서 근소한 표차로 가까스로 의석을 유지했으나 레스터 남(南) 선거구에서는 반전을 당론으로 내세운 자유민주당 후보에게 의석을 내어주는 패배를 당했다.

이들 2개 선거구는 전통적으로 노동당이 강세를 보여온 곳이어서 이번 보선 결과는 블레어 총리에게 큰 정치적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은 버밍엄 호지힐 선거구에서 460표의 우세로 가까스로 의석을 지켰으나 2001년 총선 당시 1만1천여표 차로 낙승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패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버밍엄에서 노동당은 7천451표를 얻었으며 반전운동을 주도한 자유민주당은 6천991표로 2위를 차지했다.

무슬림 인구가 많은 레스터에서는 자유민주당이 1만274표를 확보해 이 선거구에서 처음으로 의석을 획득했다. 파르미짓 싱 길은 무슬림으로서는 최초로 자유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노동당은 8천620표를 얻어 2위 정당으로 전락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노동당 정권이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이라크전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버틀러 보고서가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버밍엄 호지힐 선거구는 지난 총선에서 당선됐던 테리 데이비스 노동당 의원이 유럽의회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번에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레스터 남 선거구는 짐 마셜 전 의원의 타계로 같은 날 보궐선거가 실시됐다.

앞서 버틀러 위원회는 14일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 됐던 WMD에 관한 정보가 '심각한 결함'을 가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버틀러 위원회는 그러나 영국의 정보 실패는 '집단적인 행위'의 결과이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혀 블레어 총리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었다.

블레어 총리는 버틀러 위원회의 이 같은 결론에 힘입어 "선의에 의해 빚어진 모든 실책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며 차기 총선에서 국민으로부터 직접 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자유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보선 결과와 관련, "부당한 전쟁을 치른 노동당이 지지도가 급추락하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상외로 버틀러 위원회의 후폭풍이 거셌던 것 같다면서 노동당 내부에서 블레어 총리의 조기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전은 지지하면서 정보 왜곡은 용인할 수 없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했던 보수당은 2개 선거구 모두에서 3위 정당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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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6 10:01 입력 / 2004.07.16 11:25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