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지 부시가 두렵다
[손석춘 칼럼] 슬그머니 다가 온 전쟁 위기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손석춘(ssch) 기자    



참담한 고백이다. 하지만 솔직히 털어놓으련다. 그렇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인 그가 나는 두렵다.

기실 그가 대통령이 될 때부터 불길했다. 부자신문들은 그의 당선을 환호했지만, 나는 그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불길한 느낌은 부시가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할 때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이윽고 그가 이라크를 침략해 바그다드를 불바다로 만들 때 불안은 두려움이 되었다.

그래서다. 가능한 더 많이 글 쓸 공간을 만들고 더 자주 강연 시간을 마련했다. 미국의 석유자본과 군수산업에 뿌리를 둔 조지 부시정권의 제국주의 정책을 비판한 까닭도, "피로 물든 서울을 상상하라"고 '선동'한 까닭도 그래서였다. 조지 부시가 두려워서였다.

그리고 2004년 7월을 맞은 오늘, 두려움은 더 커졌다. 보라. 이 땅에 슬그머니 찾아온 미국의 최첨단 전폭기 F-117 스텔스를.

영어 스텔스(stealth)는 '슬그머니' 또는 '은밀'을 뜻한다. 그것이 '스텔스'인 까닭도 분명하다.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에 '나이트 호크'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 전폭기들은 개전 초에 전쟁 상대 국가의 핵심 지도부나 군사시설을 폭격하는 데 쓰이는 대표적인 선제 공격무기이다.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었기에 미 공군 전체를 합해도 55대뿐인 첨단무기이다.

바로 그 가공할 전폭기가 이 땅에 왔다. 한 대도 아니고 예닐곱 대도 아니다. 대한민국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대이다. 한국 남부 지역에 위치한 ○○기지에 배치돼 7월2일부터 전술훈련에 들어갔다. 몇 대가 오는 지 정확히 발표하지 않았으나 일부 언론은 10여대라고 보도했다. ○○대이므로 최소한 10여대임은 틀림없다. 미국이 보유한 전체 스텔스 전폭기의 20%가 날아온 셈이다. 이 전폭기가 한국에 처음 선보인 것은 1993년 팀스피리트 훈련 때였다. 그 뒤에도 가끔 출몰했으나 "○○대"가 온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일방적 통보로 이 땅에서 '훈련'하는 전폭기 숫자도 대단히 이례적이거니와, 더욱 의아스러운 것은 앞으로 "수개월간 한반도 작전계획 숙지훈련"을 벌인다는 데 있다.

그래서다. 묻고 싶다. 왜 오늘 스텔스기가 떼 지어 이 땅에 왔는가. 왜 "수개월동안"이나 이 땅의 지형 숙지 훈련을 벌이는가.

국방부는 말한다. "주한미군 병력을 대폭 감축키로 한 상황에서 대규모 무력시위를 통한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

거듭 솔직히 고백한다. 그 말을 믿고 싶다. 국방부가 미더워서가 아니다. 조지 부시가 두려워서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할 때다. "북한의 오판 가능성 운운"은 설득력이 없다. 남과 북은 최근 장성급회담에서 이룬 성과가 상징하듯이 시나브로 화해의 길을 걷고 있다.

반면에 조지 부시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다. 이라크 침략전쟁의 무모함 때문이다. 그래서다. 만일 조지 부시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 확실한 상황에 부닥친다면, 그가 어떤 '충격적인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나라 안팎에서 '10월 위기설'이 거론되는 까닭이다. 스텔스기가 수개월 머무는 것과 맞아떨어진다.

더러는 '과장'이라고 나무랄 터이다. 하지만 설령 작은 가능성이라도 허투루 여길 수 없다. 겨레의 명운이 걸린 문제 아닌가. 더구나 조지 부시 그가 누구인가.

이미 미국에는 <부시이즘>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있다. "논리도 없고 제 멋대로이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하고 허위와 거짓에 넘치는 폭력적 책략을 정당화하는 조지 부시"의 실제 발언들을 모은 책이다. 바로 그 조지 부시가 낙선위기에 몰릴 때 감행할 수 있는 선거전략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북핵 시설' 폭격이다.

조지 부시가 두려운 까닭이다. 필연은 아니지만 엄존하는 그 가능성 앞에 '낙관'만 일삼는 이 땅의 윤똑똑이들은 더 두렵다.

부시의 불장난을 막을 주체는 이라크 민중과 한국 민중이다. 이라크 민중이 미군의 발목을 잡으면 잡을수록, 한국에서 '반전 촛불'이 타오르면 타오를수록, 부시의 불장난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런데 보라. 노무현 정권은, 열린우리당은, 그리고 부자신문들은 거꾸로 이라크 미군을 돕잔다. 추가파병을 '강행'하잔다.

하지만 내친 마당에 마저 고백하고 싶다. 부시보다, 윤똑똑이들보다, 참으로 더 무서운 사람이 있다. 자신 앞에 슬그머니 다가온 전쟁 위기에 둔감한 이 땅의 '국민'이다.  

2004/07/02 오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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