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게 개인 목숨 요구할 권리 없다"
<이라크파병 긴급대담>"파병, 아랍권 전체 원성 살 것"

2004-06-21 오후 1:30:41





프레시안은 파병 결정이 확정된 다음날인 19일 "이라크 반전 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 현지를 직접 방문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참혹한 실상을 증언한 소설가 오수연씨와 활발한 평화운동을 계속 펼쳐 온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가 함께하는 "긴급 대담"을 마련했다.

"파병 결정, 아랍권 전체로부터 원성을 살 것"

오수연씨는 대담에서 "굉장히 편협한 "국익"이라는 말에 굴복해 파병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며 "이제 희망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고 정부와 여당의 파병 결정에 큰 유감을 나타냈다.

정욱식 대표도 "평화개혁세력이라던 열린우리당이 거수기로 전락했다"면서 "평화를 우리나라의 브랜드로 내세울 수 있는 기회를 정부와 여당이 스스로 저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수연씨는 "현재 이라크 국민들이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로 돌아서면서 반미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면서 "누가 봐도 잘못된 전쟁에서 미국 편만을 일방적으로 드는 이런 파병 결정은 아랍권 전체의 원성을 살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 씨는 "미군 희생자가 많다고 하는데, 미군 1명 당 이라크 사람 10여명이 죽어가는 게 현실"이라며 정작 파병 결정에서 "이라크 상황"에 대한 고민 없음을 비판했다.



"이라크인들 흘린 피 때문에 한반도 현 상태라도 유지"




정 대표는 "이라크와 한반도의 상황은 무관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라크 종전 선언 이후 한반도로 미국의 관심이 옮겨와 위기감이 고조될 수 있었는데, 이라크 저항 세력이 미국 부시 정권의 발목을 잡아줬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라크 사람들이 흘린 피 때문에 한반도는 현 상황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라크 상황이 좋아지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 정책 일변도로 나갈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오수연씨도 "미국 말을 잘 듣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떡 하나 준다고 미국이 북한을 그대로 둘 것 같지는 않다"고 정욱식 대표에게 동감을 표시했다.

"이라크 파병, 궁지 몰린 부시 재선 도와주는 꼴"

정욱식 대표는 특히 "우리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이 궁지에 몰린 부시의 재선을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부시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것은 일방주의 외교 때문에 이라크 전쟁을 미국 혼자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파병은 부시에게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부여해 결과적으로 대선에서 부시를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미동맹"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부시에게 있다"면서 "원활한 한미관계를 위해서는 부시가 재선에 실패하는 것인데, 이번 "추가 파병"으로 부시의 입지만 살려줬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미동맹"은 사실상 "노무현-부시 동맹""이라며 "이제 부시 이후 "한미관계"에 대해서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전쟁 안 하더라도 "파병"하는 우리나라는 "전쟁국가"

오수연씨는 "당장 옆에서 전쟁을 안 하고 있다고 "평화 국가"인 것은 아니다"면서 "파병을 하고 또 그것을 막지 못하는 우리나라야 말로 "전쟁 국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전쟁 국가" 속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와 같은 평화를 위한 노력은 실체 없는 "현실주의"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라크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서도 파병에 반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가가 전쟁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총 들고 싸우는 건 개인"이라며 "국가가 개인들에게 목숨을 요구할 당연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전쟁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욱식 대표도 "전쟁을 준비하는 것, 전쟁을 지지하는 것 모두 평화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전쟁에 동참하는 것을 "현실"이라고 수긍하는 상황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대담의 중요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대담 전문은 26일(토) <대화> 네 번째 연재분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파병 결정, 실망 넘어 절망적"





프레시안 : 어제 "추가 파병 결정"이 내려졌다. 오수연 선생은 이라크에 직접 방문해 그 참혹한 실상을 증언했고, 정욱식 선생은 평화운동을 펼치면서 "추가 파병"에 반대해 왔는데, 참담한 심정일 것 같다.

오수연 : 2003년에 이라크에 직접 가서 보니까 너무 끔찍했다. 희망을 유지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파병 결정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스럽다, 이런 게 아니라 절망스럽다. 누구나 다 안다. 이 전쟁이 아무런 명분도 없었고, 더구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포로 학대 사건도 있었고. 그런데도 그 실체도 불명확한 "국익"이라는 말로 파병을 강했했다. 이제 어떻게 희망을 유지하나. 살아야 하니까 희망을 유지하기는 해야 할 텐데.

정욱식 : 우리는 지난 세기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 한국전쟁이라는 소위 "동족상잔의 비극"을 몸소 체험했다. 20세기 제국주의 시대, 전쟁의 시대, 분단의 시대를 겪으면서 가장 고통을 받아왔던 나라로서 이번 파병 결정과 관련해 얼마나 근본적인 성찰이 있었는가 안타깝다. 지난 세기 우리가 직면했던 반 평화의 상태, 지금 현재 평화의 소중함 이런 걸 염두에 둘 때 평화를 국가 브랜드로 만들 수 있는 역사적, 지정학적, 내부적 조건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편협한 국가주의나 "국익"이라는 말 앞에서 쉽게 굴복하는 현실이 많이 안타깝다.

가장 근본적으로 이라크에 파병을 하면서 정작 "이라크"는 사라지고 한미 동맹, 국내 정치 정쟁의 수준에서 파병 결정이 됐다. 좀 다를 것이라던 정부는 계속 파병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평화개혁세력을 자임하던 열린우리당은 일개 거수기로 전락하고. 실망하고 절망하는 것을 넘어서 전쟁을 기획하고 강행하는 사람들보다 더 끈질기게 그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런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국익" 이유 파병, 아랍권 전체의 원성 살 것"

프레시안 :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면서 정작 이라크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에 동감한다. 오수연 선생이 현지 분위기를 좀 말해 달라.

오수연 : 이번 추가 파병 결정과 파병지를 보면 황당하기만 하다. 쿠르드 민족은 사담 후세인한테 혹독하게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미군과 같이 진격을 했었다. 쿠르드 민족은 이라크뿐만 아니라 인근 터키, 이란, 시리아에 다 퍼져있다. 자기 나라가 없는 민족이기 때문에 아랍권에서는 "불씨"와 같다. 이라크 내에서도 쿠르드 족과 이라크 사람들의 내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것은 그분들의 문제이고, 그분들이 해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라크를 도와주러 간다면서 앞으로 갈등이 예상되는 그런 곳으로 파병을 한다는 것인가? "국익"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아랍권 전체의 원성을 살 것이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 정책 결정권자나 정치인들이 아랍 사정에 무지한 것도 사실이다. 중동의 분위기는 어떤가?

오수연 : 세계 전체가 마찬가지지만 지금 중동에는 두 나라밖에 없다. 미국 편인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미국 편인 나라는 미국이 도와주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전 세계의 적이 된다. 그것은 단지 위협 수준이 아니라 살이 떨리는 실체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이라크로 가려면 요르단을 거쳐야 하는데, 요르단과 이라크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황무지와 현대 국가로 나뉘는 것 같다. 요르단이 특별한 주력 산업이 있는 것도 아닌데, 미국으로부터 받는 지원만으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이다.

현대 세계에서는 미국이란 한 나라밖에 없구나, 이것을 실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미국 말을 잘 들으면, 정부나 정치인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북한 핵 문제"를 미국이 해결해 줄까?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한 나라인데. 떡 하나 줬다고 안 잡아먹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파병 결정, 한반도 평화에 도움 안 돼"



프레시안 : 단기적으로 이번 "추가 파병" 결정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1차 파병" 때는 "경제적 실리" 얘기도 있었다.

정욱식 : 우선 남의 침략 전쟁의 부역자로 나서면서 나의 평화를 도모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어이가 없고 부도덕적이다. 이번 결정은 부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아주 잘 못된 결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적 실리"와 같은 여러 가지 얘기를 하다가 "말도 안 된다"는 여론이 빗발치니까 ""경제적 실리"는 없다"고 인정했다. 사실 미국이 전쟁의 목적으로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이루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더 많은 군사력으로 일시적으로 이라크 사람들을 억누를 수 있겠지만 "자유 선거"를 한다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한, 반미 정권이 등장할 것이 뻔하다. 그럼 미국이 구상했던 이라크 석유 확보나 친미 정권을 수립해서 중동 전체를 친미 질서로 재편하는 것은 상당 부분 불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파병이 "경제적 실리"와 무관하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럼 한반도 평화에는 도움이 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명하면서 북한과 이라크는 맞물려서 돌아갔다. 미국이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만들어서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번 해 보자"고 나왔다. 이라크와 북한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한번 생각해 보라.

후세인 정권은 국제연합(UN) 결의안에 따라 사찰단을 수용하고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 자기들 미사일도 폐기하고. 이러는 데도 미국은 "후세인 그 자체가 대량살상무기(WMD)라면서 계속 침공의 명분을 쌓았다. 그런데 이 때 북한은 있던 사찰단을 추방하고, 미국에게 "우리는 핵을 갖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말 잘 듣는 후세인의 이라크는 침공하려고 하고, 대드는 북한은 오히려 "평화적 해결" 운운했던 것이다. 부시의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데 대량살상무기가 관계가 없다는 근거를 제시한 게 오히려 북한이었던 셈이다.

"이라크 사람들이 피 흘린 탓에 한반도 안전 보장된 측면이 있어"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사실 미국이 2003년에 이라크에서 종전을 선언 후 미국의 위세는 어마어마했다. 많은 이들이 한반도 상황을 굉장히 우려했다. 이제 미국의 다음 타격지가 북한이 될 게 뻔하니까. 한반도 주변의 군사력을 증강하고, 북한에 대해 최후통첩을 던질 것 같은 분위기가 팽해했다. 바로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한반도를 구해준 것이 바로 이라크 저항세력이었다. 종전 선언 이후에 오히려 이라크 상황이 악화돼, 미군 사망자들이 늘어나면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발을 빼 한반도에 집중할 여건이 안 만들어진 것이다.

결코 우리가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원하지도 않았지만 이라크 사람들이 부시의 발목을 잡아준 탓에, 이라크 사람들이 흘린 피를 통해 한반도가 그나마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라크 상황이 미국의 뜻대로 풀려가면 미국의 부시 정권은 북한에 대해서 강경 정책 일변도로 나갈게 뻔하다. 이렇게 미국의 세계 전략의 맥락을 볼 필요가 있는데 파병을 통해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도모한다는 자체가 대단히 비도덕적이고 또 비전략적인 발상이다.

오수연 : 이라크 사람들이 미국 부시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고 있는가? 지금 미군들이 몇 명 죽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미군 1사람 당 이라크 사람은 10명 이상 죽어가고 있다.

이러다보니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 민병대를 이끌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 알 사드르처럼 가장 극단적인 세력이 이라크 사람들의 마음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알 사드르는 작년까지 거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아버지가 사담 후세인에게 처형당한 일종의 순교자인데, 그 후광을 업고 등장한 선동 정치인으로 그의 이슬람 근본주의는 편협하기 이를 데 없다. 이들 집단은 굉장히 위험한데, 학교 같은 데 들어가 여학생들이 히잡을 안 쓴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이런 그를 이라크 사람들이 다 따라갈 만큼 반미주의와 극단주의가 넓고 깊게 퍼져있다.

"이라크 파병, 부시 재선 도와주는 꼴"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라크도 그렇지만 미국도 사회 전체가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번 대선에서 부시가 재선에 성공 못 한다면 대외 정책 전반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가?

정욱식 : 그렇다. 한반도 향후 운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미국의 대선일 것이다. 많은 선거 전문가들이나 여론조사 결과는 일단 부시의 재선이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모르는 일이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오수연 : 미국 대선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라크에 있을 때 미군들을 많이 봤다. 그들을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큰일 날 나라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온 몸에서 풍기는 엄청난 자긍심, 반장님처럼 자기와 다른 사람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 그런 게 미군의 언행이라든가 몰고 다니는 차라든가 이런 데서 드러난다. 꼭 화성을 정벌한 지구 특공대의 분위기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 유색인들, 아랍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다른 문화에 무지하기 이를 데 없고 존중심이 전혀 없다. 그런 미군들이 특별히 나쁜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평범한 젊은이들에게 공통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풍긴다면, 미국의 여론이 어떻게 뒤집혀 부시가 재선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욱식 : 지금 미국 내에서 부시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비판은 "왜 미국 단독으로 전쟁을 치러야 하느냐, 엄청난 인적·물적 비용을 미국이 치러야 하느냐, 부시의 일방주의 때문 아니냐", 이런 것이다. 이럴 때 한국이 "추가 파병" 결정을 했으니 부시 행정부는 이런 비판을 극복할 수 있는 호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대단히 안타깝게도 한국의 파병 결정이 결과적으로 부시의 재선을 지원하는 꼴이 된 셈이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부시가 원하는 파병을 한국이 해주고, 이 전쟁은 미국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영국, 한국,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과 함께 한다는 식으로 정당화할 때, 이번 파병 결정은 부시의 정치적 선전 도구로 쓰일 게 뻔하다. 지금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고, "한미 동맹"을 흔드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부시 아닌가? 이런 부시의 재선을 우리가 도와주고 있는 꼴이다.

"파병은 노무현-부시 동맹일 뿐"


ⓒ프레시안


프레시안 : 정부나 정치인들의 파병 결정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드는 것이 "한미동맹"이다. 파병이 "한미동맹"에 기여한다는 논리이다.

정욱식 : 물로 "한미동맹" 그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미국은 세계 1위의 초강대국이고, 미국의 눈 밖에 난 나라들이 여러 가지 고통을 겪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오랫동안 "한미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도 사실이고. 이런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한미동맹"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그것을 "절대선"처럼 떠받는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정부가 그런 측면에서 "한미동맹"을 현실 국제 정치 세계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있다. 다만 과연 지금의 미국과 친해지는 것이 과연 우리 공동체의 안보를 포함한 우리 이익에 부합할지는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다. 부시 이후, 9·11 테러 이후의 미국은 "과거의 미국"이 보기에도 낯선 나라가 되어 버렸다.

나는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권과 대외정책에서 갖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 바로 "대미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3월 한·미 정상회담 때 MD를 거부했다. 우리도 지킬 게 있는 거 아니랴, 이렇게 판단한 것이다. 그때 정상회담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몇 번 실신할 뻔 했다고 하더라. 이것을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과 비교해보자.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오지 않았느냐.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와 함께 북한 욕 하면서 친해졌다. 이런 식으로 한미관계 좋아지는 게 "국익"과 한반도 평화에 과연 도움이 되겠느냐?

더구나 지금 미국인의 50% 이상이 부시에게서 돌아서고 있는 실정이다. 부시 이후의 한미관계, 중장기적인 한미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한미동맹"이 아니라 "노무현-부시동맹"일 뿐이다. 만약 부시가 재선한 뒤 한미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번 "파병 결정"보다도 훨씬 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테고, 그 때는 정말 우리가 이런 식으로 한미동맹을 유지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걸 감수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지 갈림길에 설 것이다.

"파병, 한국이 "전쟁국가"라는 걸 보여주는 증거"

프레시안 : 파병하는 게 미국에 생색은 좀 나겠는가? 거기에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정욱식 : 맞다. 지금 정부나 정치인들은 파병을 안 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처럼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미국은 이런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잘 모른다. 지금 이라크 상황에서 한국군 파견으로 미국이 의도하는 반전이 이뤄질 리가 없다. 아까 지적했던 미국이 이라크 침공에 대한 정치적 명분을 쌓는 데 도움을 주는 측면이 가장 크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전투병을 대규모로 보내는 게 아니면, "파병하지 말라",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냐. 미국이 원하는 것은 진짜 "한미동맹" 정신을 발휘해 공동 작전을 펴고 같이 피를 흘리는 것이다. 정부나 정치인들이 의도하는 파병의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 회의적이다.

프레시안 : 오수연 선생은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나라뿐만 아니라,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하는 나라도 "전쟁국가"라는 얘기를 했다.

오수연 : 맞다. 전쟁이 바로 옆에서 안 일어난다고 "전쟁 국가"가 아닌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갔고, 또 보낸다고 한다. 특히 이런 파병 결정은 내부적으로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파병은 할 수밖에 없어", 이런 논리가 사회에 만연되는 "양심적 병역 거부"라든지 이런 평화를 지향하는 움직임은 실체 없는 "현실주의"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일종의 "전시 체제"로 살아갈 거라는 얘기다. 파병은 이라크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도 잘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나와 이웃이 안온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도 파병을 막아야 한다.

정욱식 : 전쟁이 부재한다고 해서 평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쟁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준비하는 상황, 전쟁에 동참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수긍되는 상황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


ⓒ프레시안

"평화 위해 전쟁 준비하는 역설 극복해야"

오수연 : 전쟁은 항상 국가가 싸운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나가서 총들고 싸우는 건 개인들이다. 국가가 개인들에게 목숨을 요구할 당연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전쟁은 절대로 있어선 안되는 것이다.

또 전쟁이란 게 전투 이것만이 아니다. 사회가 전전부터 쫙 쥐어 짜여져서 전후에 사회 붕괴로 인한 피해까지 합치면 너무 흔한 표현이긴 하지만 지옥이 저쪽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걸 막으려면 사회 시스템이 남을 바로 차버리고 먼저 살지 않으면 죽는 시스템인데 얘들에게 평화, 공존을 교육한다고 나아지겠나 싶다. 아주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이대로 편안하게, 우아하게 살고 싶어하는 한 전쟁은 막을 수가 없다고 본다. 여기서 멈춰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정욱식 : 여러가지 나라 안팎의 반평화적인 모습을 보면서 평화를 재구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평화는 전쟁의 부재와 동일시했고, 그런 맥락에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체제 안에서 살아온 게 아닌가. 또 이게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체제로 성격이 짜여진 상황에서 전쟁의 부재가 평화인데, 끊임없이 전쟁을 준비하는 역설을 어떻게 끊을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강양구,전홍기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