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항쟁에 대해 TV에서 나왔는데 거기서 내가 몰랐던 사실이 나왔다.
그 당시 나는 6월 항쟁의 한가운데서 데모를 했던 학생이었다. 그 당시는 전국의 주요 대도시에서 평균 30여만명이나 되는 시위대가 연일 데모를 했던 때였다.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두 데모대를 지지했다. 그래서 군사독재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계엄령이 선포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이었다. 난 코웃음 쳤다. 전두환이가 아무리 악랄해도 전국민이 이렇게 시위를 하는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겠는가 했다. 그냥 다급한 마음에서 계획만 세울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만약 계엄령이라도 선포했다면 광주에서의 학살은 새발의 피가 될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겠는가... 그도 사람인데... 결국 계엄령은 선포되지 않았고 난 전두환이가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그런데 그 생각이 오늘 무너졌다. 내가 순진했던 것이고 전두환은 생각보다 훨씬 악당이었던 것이다.

계엄령은 단지 소문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오늘 프로를 보니까 전두환이 주요 장성들을 불러서 부산, 대구, 마산에 1개사단을 투입하고 충청도 지역엔 2개연대를 투입하며 서울엔 1개사단과 2개연대를 투입하라는 작전 지시를 육성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그럴수가... 명백히 군병력으로 진압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광주에서만 엄청난 시민들이 사상을 당했는데 전국에서 그랬다면 그 사상자는 헤아릴 수도 없고 아마 내전으로까지 치닫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나도 총에 맞았을 것이다. 한국은 끝없이 추락했을 것이고.

그런데 그 지시에 많은 공무원, 군인들이 반대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다고 전두환이가 물러설 인간이 아니다. 쫄자들 소리를 듣는 독재자가 어디 있는가. 수백만이 연일 시위해도 안듣는 놈인데. 그런데 그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돌리게 한 자가 있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레이건이었다. 그가 " 무력으로 대응하지 말고 시민들과 대화하라 " 라고 주문을 한 것이었다. 빅 브라더가 하라는데 해야지. 그 시점에서 전두환은 항복하는 길을 택했고 노태우를 시켜 6.29선언을 하게 했다. 그로써 그 격렬했던 거대한 데모는 일시에 사라졌고 시민들 모두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었다.

그런데 엄밀히 보면 결국 전두환은 본인 의지가 아닌 미국 대통령의 압력에 의해 타율적으로 굴복을 한 것이다. 즉 국민들이 그렇게 시위해도 전혀 씨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고 굴복할 의사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을 무서워 하지 않고 미국 대통령만 무서워 한 것이다. 그에게는 일말의 양심도 남아있지 않었던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지금도 막대한 자금 숨겨놓고도 땡전 한푼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그가 존경한 인물은 박정희이고, 그 세력들은 여전히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그런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문들도 아직도 세력을 떨치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고 그 세력들과 낡고 구태의연한 사고방식들도 여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