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전 고교시절 몇 명의 친구들과 서해 바다의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간 적이 있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기분이 날아갈 듯 했고 나와 친구들 모두 들떠 있었다. 모래가 많은 지역을 골라 텐트를 치고 푸대자루 같은 수영복 바지를 입고 해수욕을 즐겼다.

  저녁 무렵이 되자 한 친구가 배낭에서 술을 꺼내들었다.(아직 어린 것들이 감히 술을...!!!) 몇 병 안 되는 술이 금세 바닥이 나서 술 심부름을 가게 되었는데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한 결과 내가 가게 되었다. 슬리퍼를 끌고 천천히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구멍가게는 15분 정도는 가야 하는 꽤 먼 거리였다. 중간 정도 왔을 떄 느닷없이 건장한 청년 두 명이 나타나 내 앞을 가로 막고 돈을 요구헀다.

  "너 보니까 다른 먼 지역에서 여기로 피서 온 것 맞지? 그럼 돈은 많이 가지고 왔겠지? 그 돈 이 형님들도 좀 쓰자!"

  정말 어이가 없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강도짓을 서슴지 않다니......
  그 당시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삥을 뜯는다"라고 일컬었다.

  "웬 돈이요? 언제 나한테 돈 맡긴 적 있소?"
  내가 반문하자 그들은 낄낄거리며 갑자기 심한 욕설과 함께 칼을 꺼내들었다.
  "내가 그동안 삥을 뜯으면서 너같이 웃기는 새낀 처음 본다! 주머니 뒤져서 돈이 나오면 10원에 한 대씩 조진다!"

  번쩍이는 칼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그들에게서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셨다.
  "잠깐! 돈 줄게! 주면 되잖아!
  나는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기 위해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돈을 꺼내는 순간 일부러 동전 몇 개를 떨어뜨렸다.
  "어, 내 돈!"

  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모래 속에 떨어진 돈을 줍는 시늉을 하며 모래를 한 웅큼 집어들고 칼을 들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향해 모래를 뿌렸다.
  "윽!"
  외마디 비명이 흘러 나오고  이내금
  "아이고 내 눈!"
  그 녀석이 방금 내가 뿌린 모래가 들어간 눈을 두 손으로 잡고 아파서 어쩔 줄 모르는 그 순간,
  "18 이 망할 놈의 짜아식! 내 주먹을 받아랏!"
  나의 일격필살의 강렬한 주먹이 퍽 소리와 함께 그 망할 놈의 코에 작렬했다! 코피가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마구 흘러나왔다.

  몇 번의 연속적인 강펀치를 날리고 나서 그 놈을 보니 그 놈은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얼굴은 피범벅 더하기에 모래범벅이었고 코뼈는 부러져 왼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옆에 있던 나머지 한 놈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코빼기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구경꾼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나는 재빨리 그 곳을 피했다. 나의 손은 가볍게 떨렸다. 약간 흥분이 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의 심정은 요상야릇한 것이었다.

  나는 돈을 뺏기지 않았다는 자부심과 악을 응징했다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빨리 가서 날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 일을 자랑하고 싶었다. 얼른 술을 사가지고 가서 친구들에게 이 일을 이야기했더니~

   정말 환장할 일이 벌어졌다. 친구들이 내 말을 전혀 믿어주지 않고 다들 비웃는 거였다. 아아 생각하니까 지금도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