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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평가한 주돈식씨 책 화제  -   유병권기자 ybk@munhwa.com  

문민정부에서 정무·공보수석비서관과 문화체육부·정무장관을 지냈던 주돈식(사진) 세종대 석좌교수가 우리 현대사에 등장한 역대 대통령 등 최고 지도자 9명을 독하게 평가한 내용의 책 ‘우리도 좋은 대통령을 갖고 싶다’(사람과 책)를 냈다.

주 교수에 따르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국제 역학에는 정통했으나 등잔 밑은 보지 못한 정치 야맹증 노인’이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타협은 없다며 고군분투하다 지는 별이 된 강경 영구 투사’이며 내각 수반을 지낸 장면 전 총리는 ‘좋은 옷 입고 먼 이상 향해 걷다가 시궁창에 빠진 신사’이다. 3·4공화국의 주인공 박정희 전 대통령은 ‘소떼를 빨리 몰고 가려고 쌍권총에 채찍까지 든 카우보이’였고, ‘3선까지만 했어도 좋았을 것을, 유신을 단행한 뒤 부인을 잃으면서 도덕적으로 더욱 타락해 갔다’는 평을 곁들였다.

5공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집 없는 이가 빈집을 차지할 권리가 있다며 정권을 빼앗은 돌진형’의 인간이며, 6공의 노태우 전 대통령은 ‘행운으로 홀인원했으나 허리를 삐고 만사무위가 된 골퍼’였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사임을 생각해야 했던 주막거리 무의탁노인’에 지나지 않았다.

주 교수는 자신이 ‘모셨던’ 김영삼 전 대통령마저 ‘세상 변화에 어둡고 균형감을 갖추지 못했던 잠수함 선장’으로 그렸다. “문민 대통령은 정치투쟁만 해서 공부할 기회가 없었고 상상 외로 무능무지하고 독선적이었다”는 악평은 역설적으로 사물을 균형있게 보려는 그의 시각을 엿보게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들과 이웃 건달에게 뒷문으로 재산 털린 후회 많은 노인’이다. IMF 위기를 조기 극복해 국제 신인도를 높였지만, 국가정보원 검찰 등 사정기관 등에 의한 부정부패가 심각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대통령과 정치수준은 그 국민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권력자와의 비굴한 타협이 존재하는 한, 제왕적 대통령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다할 즈음엔 개정증보판을 내겠다”고 말했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  (문화일보 5/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