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hosun.com/w21data/html/list/e0000.html[美대선 중간점검] 추락하는 부시 '10월의 깜짝쇼'로 대역전?
포로학대·늘어나는 美軍 사망자에 발목
민주 4년만에 ‘백악관 탈환’ 기대 부풀어

▲ 강인선특파원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11월 2일 미국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웃고 공화당은 울고 있는 형국이다. 이라크전과 관련, 날로 늘어나는 미군 사망자 수와 엄청난 전비부담에 포로학대 파문까지 터져 부시의 공화당 정권은 비틀거리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4년 만에 백악관을 탈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존 케리(Kerry)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이라크 전후처리를 훨씬 더 잘해낼 것이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우왕좌왕하던 민주당이 변했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이라크 사태가 부시 대통령의 ‘신화’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의 ‘무능’과 ‘관리 잘못’이라는 과녁을 향해 비판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낸시 펠로시(Pelosi) 민주당 하원대표는 “이라크 사태 악화는 부시 대통령이 지식과 판단력, 경험 면에서 무능함을 보여준다”고 목청을 높였다.

23일 MSNBC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케리의 대선승리를 낙관하는 것은 물론, 의회까지도 재장악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존 코자인(Corzine·뉴저지) 상원의원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 1과 ▲하원의원 435명 전원 ▲일부 주지사를 새로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에서 52 대 48로 다시 과반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자신감은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 등으로 도덕적 우위를 잃었다고 느끼며 미국이 뭔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불안해하는 미국사회의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유권자들이 결국 집권당에 책임을 물을 것이므로 부시의 재선 가능성은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것이다.
재선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줄 알았던 이라크전쟁에 오히려 발목이 잡힌 공화당은 비상이다. 경제회복세도, 오랜만에 증가세를 보인 일자리 창출도 ‘마(魔)의 50% 선’ 아래로 떨어진 부시의 지지율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선거가 실시되는 해 5월 지지율이 50% 이하였던 현직 대통령이 재선된 사례가 없어, 부시 대통령은 이미 ‘재선불가’의 위험지대에 들어선 상태다. 선거캠프에서는 ‘지금이 5월이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10월에 이렇게 됐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부시에 대한 국민투표나 다름없는 이번 대선에서 ‘실패’라는 심판을 받지 않기 위해 일단 이라크 전후처리의 압박부터 최소화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24일 이라크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볼 계획이다. 존 스노(Snow) 재무장관, 스펜서 에이브러햄(Abraham) 에너지부 장관, 앤서니 프린시피(Principi) 재향군인부 장관 등은 부시 재선지원의 임무를 띠고 전국으로 흩어져 부시의 업적을 알리는 ‘긍정적 메시지’ 전달에 나섰다.
갤럽은 최근 여론조사 보고서에서 이번 선거결과를 좌우할 주요 변수는 ▲유권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 ▲미군의 이라크 주둔 명분 인정여부 ▲그리고 부시와 케리 중 누가 테러와 국가안보 문제를 더 잘 다룰 것인가에 대한 평가라고 분석했다. 경제와 이라크전 문제에서는 이미 케리가 부시를 앞서고 있고, 테러문제에서는 부시가 우세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도 케리가 유권자들로부터 ‘군 통수권자’에 걸맞은 강력한 지도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거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이라크 상황이 눈에 띄게 호전된다든지,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이끄는 오사마 빈 라덴이 체포된다든지 하는 상황진전이 있다면 부시가 재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케리의 경우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다면, 민주당의 백악관 탈환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10월의 깜짝쇼(October surprise)’가 벌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선거 직전에 벌어지는 대사건은 부동층이 마음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정보를 독점·통제할 수 있는 집권당이 막판에 의외의 카드를 던져 역전을 시도할 가능성 때문에, 민주당은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진 부시의 무능을 맹렬하게 공격하면서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워싱턴=강인선특파원 insun@chosun.com )

입력 : 2004.05.23 18:02 49' / 수정 : 2004.05.23 18:45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