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donga.com/주한美軍 4천명 사실상 감축…내달초 이라크로 빼내

미국은 이르면 다음 달 초 주한미군 1개 여단 4000명을 이라크에 파견키로 결정하고, 14일 외교 경로를 통해 이를 한국측에 공식 통보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미 정부는 차출된 주한미군 병력의 한국 복귀 여부에 대해 이라크 사정의 가변성을 이유로 구체적 확답을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주한미군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숙(金塾)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이날 “미국이 최근 이라크 사정이 악화되면서 주한미군 일부의 차출 필요성을 제기해 한미 양국이 이를 검토키로 했다”며 “그러나 양국 관계 부처에서 협의가 시작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날 추가 브리핑을 통해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스티븐 해들리 부보좌관이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에게 이날 오전 전화를 걸어 “이라크 민간정부로의 주권 이양을 돕기 위해 주한미군 2사단의 1개 여단 차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미국 측은 14일 외교채널을 통해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은 한시가 급한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말해, 그 파견 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현재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과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 문제를 연계해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을 계기로 시민단체 등의 이라크 추가 파병 반대여론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고, 이번 주 중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16일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주한미군 제2사단 교체 병력 5700명을 한국으로 보내지 않고 이라크 모술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주한미군 일부의 이라크 이동배치가 올 늦여름께로 예정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차기 순환배치의 일환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배치에 대해 “그만큼 미국측 사정이 다급하다는 뜻”이라며 “주일미군도 이미 소리없이 3000명 정도를 이라크로 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