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dkbnews.com/뉴욕 부자들은 돈을 주체하지 못한다
2004-05-14 15:59 | VIEW : 14,700
  
요즘 뉴욕 경기가 좋습니다. 식당에는 한병에 1200달러 나가는 2001년산 도메인 르로이 챔버틴 와인을 기꺼이 따겠다는 투자은행 간부들이 꽤 있답니다. 또 맨해튼의 웬만한 아파트에 100만달러 가격표가 붙어있어도 지갑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재까닥 사들인다고 합니다. 해외토픽 같은 이야기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3년간의 불황 끝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6일 오전 핍스(5th) 애비뉴와 105 스트리트가 만나는 곳에서는 센트럴 파크 보존을 위한 여성들의 자선 오찬행사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걷힌 돈은 무려 230만달러. 물론 월스트리트의 잘나가는 회사들이 돈을 냈지만 하여튼 뉴욕의 재미가 어떤지 느낄 수 있는 사례였죠.

봄비가 뿌린 그날 오후, 사람들은 소더비 경매장으로 향했습니다. 경매가가 1억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관심을 끈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의 경매가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예상대로 1억410만달러에 낙찰됐습니다. 경매장에서 회화작품에 대한 최고의 낙찰가격이었습니다.

그 며칠전 뉴욕 최고의 일식집으로 소문난 ‘노부’라는 식당 앞. 두 대의 폼나게 생긴 벤츠 승용차가 있었답니다. 여성 두명이 타고온 차였습니다. 35만7000달러(약 4억3000만원)짜리였습니다. 식당 종업원은 이 식당의 단골손님인 아티스트 제이 지와 프로듀서 스티븐 스타우트의 차인 것 같다고 한답니다.

이처럼 여유가 넘치게 된 이유는 월스트리트 증권회사들이 작년에 168억달러의 이익을 낸 때문이라고 하네요. 금융산업의 경기가 어떠냐에 따라 도시의 경기가 달라진다는 말이 통하는 곳이 뉴욕입니다. 작년에 증권회사들은 2000년 이후 경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실적을 내면서 간부들이 받은 보너스는 무려 100억달러. 이제 이들에겐 돈을 폼나게 쓰는 일만 남은 셈입니다. 불경기에다 9.11 사태를 겪을 당시 돈 쓰는데도 눈치를 보아야했던 부자들은 요즘은 남의 눈 신경쓰지 않고 마음대로 돈을 쓰고 있습니다.



고급식당에서는 올 봄 이후 와인을 많이 마시고 프라이빗 파티가 부쩍 늘었습니다. 또 작년 9월 다운타운에 문을 연 샐리 허시버거라는 미장원에는 멕 라이언이나 르네 젤웨거 같은 스타들의 머리를 손질한 가위로 머리를 자르려는 고객들이 대기자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4주에서 12주는 기다려야 한답니다. 한번 깎는데 600달러.

트라이베카의 대형 일식당 메구에서는 디너가 최저 300달러입니다. 올해 문을 연 고급식당이 무척 많습니다. 식당 월세도 비싸졌죠. 당연히 식사대도 비싸지고 있습니다.

귀금속 집도 경기가 좋겠죠. 보석집 스턴에서는 여성용 슬리퍼에 보석을 달아 내놓았습니다. 가장 비싼 것은 1532개의 새털같은 금털을 붙이고 다이아몬드를 박은 것으로 값이 1만7000달러라네요.

미국 뉴욕=도깨비뉴스 리포터 뉴요커 newyork@dk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