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hankooki.com/world/world_news.htm영국인 9.11 테러요원으로 포섭돼
테러자금 도박으로 탕진 후 FBI에 자수

영국 맨체스터 카레 하우스에서 웨이터로 일했던 영국인 한 명이 알-카에다에 의해 9.11테러 요원으로 포섭돼 항공기 납치 훈련을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더 타임스 일요판이 9일 보도했다.
무슬림인 이 영국인은 이슬람 사원에서 알-카에다에 포섭된 뒤 파키스탄의 테러학교를 다녔으나 테러 실행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항공기 속에서 마음을 바꿔 테러자금을 전부 도박으로 탕진한 뒤 미 연방수사국(FBI)에 자수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FBI의 대(對)테러 수사 요원들은 2000년 봄 당시 29세였던이 영국인 남성을 뉴저지 주 뉴어크 시에 억류하면서 3주 동안 심문했지만 "민항기를 납치해 빌딩에 충돌시키려 한다"는 자백을 신뢰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영국인은 거짓말 탐지기까지 통과했지만 FBI 요원들은 자백을 받아들이기를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테러리스트들이 속속 미국에 입국해 항공학교에서 테러에 필요한 항공기 조종술을 익히기 시작했고 18개월 뒤 역사상 가장 잔혹한 테러행위가 실행에 옮겨졌다.

신문은 이 영국인의 자백을 수사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중요 실수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으나 지금은 FBI와 영국 수사 당국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변안전 상의 이유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영국인은 2000년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영국 수사 당국에 인계돼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FBI는 영국 수사 당국이 이 영국인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미국 측에 건네주지 않았으며 9.11 테러 직후 긴급히 신병을 확보해 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불평하고 있다. 반면 영국 수사 당국은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주장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성장한 이 영국인은 16세에 가족들과 함께 잉글랜드 북부 올덤으로 이주했으며 대학 진학을 앞두고 카레 전문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다 1만5천파운드의 도박빚을 지게됐다.

이런 상황에서 알-카에다가 은밀히 접근, 돈을 주겠다며 `일'을 맡아 줄 것을요구했고 그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이를 수용했다. 그는 선데이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인생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살할 용의가 있었다"면서 "영국 내 수많은 좌절한 무슬림 청년들이 같은 생각"이라고말했다.

이 영국인은 이어 파키스탄 라호르 시로 가서 보잉 항공기 조종실 내부에 대해익히는 등 납치 훈련을 받았다. 그는 "나는 그들이 나의 목숨을 희생할 필요가 있는일을 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 인생 자체가 엉망이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테러 훈련을 받고 영국으로 돌아온 뒤 그는 5천파운드를 받고 미국 뉴욕으로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그러나 이미 결혼한 상태였기 때문에 항공기 속에서 아내와 자식들을 생각하게 됐고 마침내 테러 실행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뉴욕 공항에 내린 뒤 곧바로 뉴저지 주 남동부 애틀랜틱 시티의 도박장을 찾아 테러 자금을 탕진해 버린 뒤 FBI에 자수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입력시간 : 2004/05/09 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