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hoto.media.daum.net/affair/200404/27/hani/v6551687.html우주에도 끝이 있다? 우주론엔 끝이 없다!  
  



[한겨레]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주는 12면체의 축구공 모양’ ‘우주는 깔때기 모양’ 등으로 우주의 모양을 그리는 새로운 우주론 가설들이 최근 들어 세계 우주론학계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과연 우주 안에 사는 우리는 우주 전체를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우주 모형의 과학적 가설들은 무엇을 근거로 제기되는 것일까. 우주 모형을 연구하는 국내 연구자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본다.

"우주는 축구공·깔대기 모양" 유한우주론 잇따라
'무한·평탄' 다수설로는 요동패턴 오차 못풀어

■ ‘우주 거대 요동’의 미스터리
우주론 연구자들은 우주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주로 우주 공간에 펼쳐진 크고작은 ‘요동’을 살핀다. 공간에 따라 온도가 미세하게 들쭉날쭉하며 은하 밀도에도 차이를 드러낸다. 우주론자들은 이런 요동에 고유한 패턴이 나타나며 이것이 우주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박찬경 고등과학원 연구원은 “넓은 또는 좁은 우주 공간에서 나타나는 온도와 질량의 차이는 요동(파동)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주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차이나 은하 분포의 밀도 차이를 계산해 요동의 세기를 규모별 패턴으로 구한다”며 “요동의 그림은 여러 우주론 가설들을 검증하는 데 결정적으로 쓰인다”고 말했다(그림1). 우주배경복사란 137억년 전 태초에 대폭발(빅뱅) 직후 형성된 뜨거운 우주가 식어 지금은 ‘우주 탄생의 흔적’으로 남은 빛으로, 현재 우주는 평균 절대온도 2.7K(섭씨 영하 270.3도)의 배경복사를 지닌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우주 모형 연구에 결정적 검증자료가 된 우주 요동의 패턴에는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하나 있다.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는 “우주는 무한하며 평탄하다고 해석하는 현대 우주론의 표준모형이 예측한 규모별 요동의 패턴과 실제 관측한 요동의 값에는 약간의 차이가 발견됐다”며 “90도 각도로 관측해야만 하는 거대한 규모의 요동이 예측값보다도 적게 관측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둘러싸고 여러 가설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무한한 평탄 우주’를 그리는 표준모형은 우주를 구성하는 주된 요소인 보통물질(원자)과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그리고 우주 팽창속도 등을 계산해 구한 규모별 요동 패턴의 예측값을 실제 관측값과 비교해 대부분 일치함을 증명함으로써 다수설로 확립돼왔다.

정밀 관측자료 바탕 과감한 가설·반박 '흥미진진'

■ 최근 유한우주론의 도전
거대 요동에 대한 예측값과 관측값의 차이를 설명하려는 시도로 유한우주론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우주 자체가 유한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거대 요동은 적게 관측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박 연구원은 “우주를 12면체 축구공의 모양으로 보든 깔때기 모양으로 보든 모두 ‘우주는 유한하다’는 대전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들은 우주는 팽창하긴 하지만 유한한 상태에서 팽창하며 유한하기 때문에 우주 공간은 중복해 관측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예컨대 줄을 흔들어 요동을 일으킬 때 이론상 요동은 1m, 10m 등 무한한 규모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50㎝ 규모 이상의 요동이 관측되지 않는 것은 줄 자체가 1m짜리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라며 “이런 가설은 2, 3년 새 우주배경복사에 관해 모인 정밀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한우주론의 가설들은 우주배경복사 외에 은하들의 분포 등 다른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돼야 하는 여러 검증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 다수설은 여전히 ‘무한한 평탄 우주’
현대 우주론의 다수설은 여전히 무한하게 확대되는 평탄한 우주이다.

‘평탄하다’는 뜻은 거대한 규모로 볼 때 우주는 어느 곳에서도 똑같다는 것이며, 우주 전체의 질량 밀도가 언젠가 우주를 수축하게 할 정도로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우리는 우주가 태초의 대폭발 이후 팽창하고 있음을 이해할 뿐이며 우주는 무한하기 때문에 우주의 모양을 특정한 도형으로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최근엔 유한우주론을 반박하는 증거들도 나타나고 있다. 거대 규모의 요동이 무한 평탄 우주 이론의 예측값보다 적게 관측되는 것은 이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 은하에서 방출하는 빛의 영향에 ‘오염’돼 정확한 관측값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 부류의 학자들은 우리 은하의 방출 빛을 제거한 우주 지도에선 거대 규모의 요동이 더 많이 관찰된다고 주장한다(그림2) 박 교수는 “우주배경복사, 은하 분포 등에 대한 더욱 풍부하고 정밀한 관측자료들이 모아지면서 우주론의 가설들은 그동안 던지지 못했던 질문을 과감하게 던지고 있다”며 “유한우주론의 도전과 이에 대한 반박에서 나타나는 과학의 진전은 우리가 매우 흥미로운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