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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후세인 뇌물 스캔들 ‘유엔이 벌집’  
[경향신문 2004-04-23 20:03:00]

유엔이 사상 최악의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국제기구로서의 권위와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최근 코피 아난 사무총장을 포함한 유엔 고위관리와 세계 50여개국 정부 관리, 정유업계 인사 등이 연루된 ‘사담 후세인 뇌물 스캔들’을 조사하기 위한 독립적 위원회 구성을 승인하고 이에 관련된 회원국에 조사협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라 유엔과 아난 총장은 자칫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전쟁 전후 연합군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온 유엔을 압박하고 아난 총장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스캔들의 진원지는 1996년부터 유엔 감시 하에 실시된 이라크의 ‘석유와 식량 교환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경제제재로 고통받고 있던 이라크 국민들을 위해 이라크의 석유수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수출대금으로 식량과 의약품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유엔의 인도적 조치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전쟁 이전부터 후세인이 유엔의 묵인 아래 사실상 무제한의 석유를 수출하고 그 대금을 자신의 사금고에 예치했으며 뇌물을 통해 유엔의 지지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비난했다. 미 의회는 후세인 정권이 원유 밀수출과 뇌물·커미션 등으로 모두 1백1억달러를 빼돌렸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 이라크의 한 언론사가 후세인 정권 시절 이 프로그램의 운영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관계자와 유엔 관리, 석유업자 등이 후세인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제공받고 불법적 원유거래를 했다고 폭로하자 미국은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프로그램의 총책임자는 아난 총장의 측근인 베논 세반 유엔사무차장이었으며 아난 총장의 아들인 코조 아난이 스위스의 한 원유수입 해당업체에 근무한 적이 있어 아난 총장은 이 스캔들의 중심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난 총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불행하게도 나와 관계된 근거없는 주장이 사실인양 조작되고 있다”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또 “이는 심각하고도 중대한 의혹이기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조사위원회의 단장인 존 볼커 전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1일 첫 기자회견에서 철저한 조사를 다짐하며 “석달 안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신모기자 sim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