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news_read.php?oldid=20040420000056619014 [한겨레] 사우디 ‘부시 대선돕기’의혹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책 파문
[속보, 세계] 2004년 04월 20일 (화) 21:01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쳤던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새 책 <공격계획>이 미 정치권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까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내에선 이 책의 내용을 둘러싸고 각료들간에 갈등이 나타나는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책 내용 중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나섰다.

파월은 소외됐었나= 우드워드는 새 책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계획을 사우디의 반다르 빈 술탄 왕자보다도 뒤늦게 알았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 이후의 사태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썼다.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의 한 관리는 “파월이 이라크 문제에 대한 자신의 (올바른) 입장을 부각시키려 이 책을 활용했다. 이 책은 (행정부내에) 진흙탕 싸움을 만들어냈다”고 파월을 비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전했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파월이 전쟁계획을 몰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사우디의 ‘유가 조작’ 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미대사인 반다르 빈 술탄 왕자는 이날 “우리는 부시 대통령을 돕기 위해 유가를 떨어뜨리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반다르는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면 하루 수백만 배럴씩 생산량을 늘려 유가를 떨어뜨리겠다. 이건 우리의 약속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부시와 사우디가 비밀거래를 했다면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짓”이라며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고 나섰다.

체니에겐 오히려 도움= 이 책에 따르면, 부시의 침공결정을 확고하게 만든 사람은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장이다. 그는 부시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묻자 “그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이를 두고 “중앙정보국이 올린 정보를 딕 체니 부통령이 과장해 이라크 침공을 밀어부쳤다는 세간의 의혹을 잠재우는 것”이라고 평했다. 또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이 군 지휘관들의 요청보다 더 적은 병력으로 이라크 침공을 몰아부쳤다는 주장도 이 책은 부인하고 있다.

부시는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려 예산을 전용했다. 그는 2002년 7월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이 아프가니스탄전에 배정된 예상 중 7억달러를 이라크 침공 준비에 쓰는 걸 허락했다. 미 의회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